“부패한 사회의 정신건강보험 가입하는 셈”
2004/2004년 11월 :
2004/11/01 00:00
창립 10주년 기념 대전 회원한마당 참가 후기
개인적으로 70년대 초의 3선개헌반대, 교련반대, 군사독재반대 등 어수선한 정치·사회적 격동기에 대학생활을 했다. 졸업하여 정부산하기관 연구소에 취직한 이후 직장생활로 인한 제한된 활동범위를 핑계로 몸을 사리다가 한겨레신문을 창간할 때 창립 주주로 참여하면서 그나마 위안을 삼아왔다. 참여연대는 전직 대통령 기념관 건립 반대 운동을 계기로 회원으로 동참하게 되었으며 정기적으로 보내오는 소식지를 통해 참여연대의 운동과 활약상을 알고 있었으나, 지역에 있다는 애로사항과 또 서먹함도 없지 않아 막상 참여는 쉽지 않았다.
회비에 의한 재정자립, 힘들지만 자랑스러워
지난 9월 18일 개최된 대전 모임은 10주년을 맞이하여 어렵게 준비된 모처럼의 지역회원행사일뿐 아니라 참여연대 간판스타인 김기식 사무처장도 참가한다고 하여 직접 대화의 기회를 갖고 싶어 참석하게 되었다. 또 어떤 이들이 수고하고 있는지 그리고 대전지역에는 어떤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번 기회에 이런 분들을 만나보고 싶었고 이번 모임을 계기로 앞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참가했다. 기대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하지 않았지만 천안, 보령 등에서도 일부러 오신 분들, 공무원, 회사원, 연구원, 개인사업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회원들이 참석해 참여연대에 대한 깊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회원들은 그동안 궁금했던 점을 묻고 건의사항을 제안하며 진지한 토론을 이어갔다.
10년 간 참여연대가 이루어 낸 업적을 보면서 제대로 된 시민단체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여러 사람들의 희생적인 노력에 새삼스럽게 고개가 숙여졌다. ‘어느 사회나 이런 희생적인 선구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만큼 사회가 안정되고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져서 선진국으로 가는 시간이 단축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론시간에는 지방에서의 모임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과 함께 참여연대가 좀 더 개혁적인 방향으로 강력하게 밀고 나가 달라는 부탁, 언론개혁에도 적극성을 보여달라는 주문이 있었고, 사무처장의 향후 정계진출 의사를 묻는 회원도 있었다. 물론 다양한 욕구에 모두 부응하지 못하는 참여연대의 여러 가지 애로사항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지금까지 국내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정부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주위로부터 시민단체의 이중성이라는 잣대로 참여연대까지 싸잡아 비난할 때는 변호 마저 궁색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서 참여연대가 일체의 정부지원금을 받지 않고 있으며 회원의 회비와 후원금으로만 운영된다는 얘기를 다시 한번 확인하니 무척 반가웠다. 더구나 이러한 회원에 의한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재정운영이 외국의 시민단체에까지 소문이 나서 연구대상이 되기도 하고, 운영기법을 한 수 배우러 방문을 한다니 정말 자랑스러웠다. 물론 이러한 운영으로 인해 재정적인 어려움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참여연대의 살림살이나 직원들의 열악한 처우에도 불구하고 간사들은 당당하고 밝아 보였다. 평범한 사람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그들의 적극적인 활동성을 보면서 ‘아무나 못할 일인데, 이들을 이끄는 건 무엇일지, 그들의 사명감의 바탕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속적인 개혁과 변화의 주역으로 남아주길
처음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1, 2차에 걸친 술자리에서도 어울릴 수 있었던 것은 ‘한 술’ 하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서로 갈구하는 마음이 비슷하고 나이를 초월하여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동지들이 모처럼 다시 만난 것 같은 반가운 감정 때문이어서가 아닌가 싶었다. 그 동안 직장 생활하면서 참여연대 회원이라는 사실로 인하여 가끔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래도 어느덧 나이가 50대에 접어들어 옛날 학생시절처럼 행동으로 나서지는 못하지만 마음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울분을 참여연대가 행동으로 대신 해주고 있으므로 매월 1만 원짜리 스트레스 해소용 정신건강보험 가입자라 생각하면서 회원으로서 위안을 삼고 있다.
최근 국가경제가 어렵고 빈부의 격차는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보수 기득권층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는 각 분야별로 개혁의 걸림돌이 되어 사회가 분열된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걱정이다. 지금까지 참여연대는 많은 고난을 이겨내면서 민주발전은 물론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귀중한 피와 땀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이제는 어느 정도 기초를 마련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들이 꿈꾸는 세상을 만든 것은 아니다. 밖으로는 험난하고 치열한 세계를 대상으로 경쟁해야 하며 안으로는 아직도 곳곳에 산재해 있는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바꿔 나가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변화와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며 그 주역은 역시 참여연대가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참여연대가 주위에 항상 뜻을 같이하고 있는 동지들을 생각하며 꿈과 희망을 잃지 않길 바란다. 또 더 용기를 내어 가끔씩은 지방의 회원들을 찾아와 함께 해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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