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휴대폰 팔아서 쌀 못살 수 있다
2005/2005년 05월 :
2004/11/01 00:00
‘쌀’은 전 국민의 주권이자 생명이다
국제연합(UN)은 작년을 ‘세계 물의 해’로 지정하는 등 우리 인류의 자원과 환경파괴가 심각한 수준에 와 있음을 경고했고, 올해를 ‘쌀의 해’로 정해 세계식량위기 사태를 경고하는 동시에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의존하는 주식인 쌀이야말로 기아 퇴치의 희망이며 인류번영의 절대적 선결과제임을 전 인류에게 선포했다.
미국 펜타곤 보고서에 의하면 향후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등이 핵개발에 나설 것이고, 식량을 장악하는 국가가 세계패권을 차지할 것이라며 식량으로 세계를 지배하겠다고 한다. 특히 중국은 경제개발로 인한 농지축소, 농민의 도시로 이동, 사막화로 인해 식량순수입국으로 전락하면서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와 함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전세계적 식량부족사태에 직면하여 유엔이 나서서 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듯이 식량위기와 무기화에 대한 우려는 머지않아 현실화 될 것이다.
쌀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쌀은 반만년 역사동안 우리민족과 함께 해온 ‘민족의 혼’이며, 목숨이며, 굶어죽지 않을 권리로써 인권이고 식량주권이다. 또한 쌀농사를 토대로 한 농촌문화를 계승해 왔고 홍수방지, 산소공급, 자연경관유지 등 다원적 기능을 가진 환경지킴이다.
이와 같이 쌀은 단순히 사고 파는 상품이 아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세계 쌀의 해’를 맞아 우리는 1만5000년 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 해 온 쌀을 세상의 모든 것을 돈벌이로 이용하려고 하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의해 ‘무역자유화’라는 이름으로 미국과 다국적 기업에게 내 줄 위기에 처해 있다.
대외적으로는 잘못된 우루과이라운드협상으로 쌀개방과 관련하여 미국, 중국, 태국 등 9개국과 쌀을 완전개방할지 유예할지의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쌀협상에 임하는 정부의 자세를 보면 말로는 관세화에 의한 완전개방은 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지만 내심 이번 기회에 쌀개방을 하려고 하는 듯하다. 농지법과 양곡관리법을 개악하여 쌀생산면적 축소를 유도하고 수매제와 수매가에 대한 국회동의제를 폐지하려고 하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27%(쌀을 제외하면 5%)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나마 쌀이 자급되어 국민들이 그래도 식량안보에 대한 걱정없이 살아가고 있는데, 쌀이 개방되어 농민들이 쌀농사를 포기하고 외국산 쌀을 사다 먹으면 식량위기시대에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식량공급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고 생명위협마저 초래함은 자명한 일이다.
만약 전세계적인 자연재해로 쌀생산이 급격히 감소하거나 다국적기업이 정치적인 이유로 한국에는 쌀을 팔지 않겠다고 담합이라도 한다면 우리는 자동차, 핸드폰을 팔아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사올 수가 없다.
이런 생각은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이다.
쌀은 단순히 농민들이 쌀농사를 계속 지을 것인지 말 것인지 하는 농민생존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4800만 국민의 생명과 주권에 관한 문제로써 전국민의 문제이다.
국민적 합의없는 밀실 비공개협상 중단하라
농민들은 연초부터 쌀개방 여부를 묻는 농민투표를 진행하면서 우리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고, 쌀완전개방을 막아내는데 농민뿐만 아니라 전국적 힘을 모으기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나섰다.
3월부터 시민사회단체들은 네 차례에 걸친 설명회 및 토론회를 개최하고 현 시기 농업의 상황과 생명, 환경, 인권, 문화, 주권으로써 쌀의 중요성과 쌀협상의 의미를 공유하고 식량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14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참가한 ‘우리쌀지키기 식량주권수호 국민운동본부(이하 쌀국본)’를 지난 9월 1일 발족했다.
쌀국본은 국민들의 인식을 넓히기 위한 선전사업과 매주 수요일을 ‘식량주권수호의 날’로 정하여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작년 추석때 WTO각료회의가 개최된 멕시코 칸쿤 이역만리에서 “WTO가 농민을 죽인다”, “WTO협상에서 농업을 제외하라”라고 외치며 자결한 고 이경해 열사의 1주기를 맞아 지난 9월 6일부터 12일까지 ‘이경해열사 추모 및 식량주권수호 주간’으로 설정,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농성과 함께 각계 식량주권수호 선언운동, 그리고 각 시군대회, 서울을 비롯한 광역도시에서 이경해 열사를 추모하고 우리쌀을 지키기 위한 국민대회를 개최하여 식량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했다.
정부는 9개 국가와 협상을 진행하면서 협상내용에 대해 전혀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 전략노출을 피하기 위한다고 하지만 협상이후 각 나라가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국민에게 알리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쌀개방 문제는 전국민적 사안이고 식량안보에 관한 문제이기에 국민의 의사를 충분히 수렴하고 국민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 협상단 몇 명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이에 쌀국본은 국민적 합의없는 밀실 비공개협상 중단과 쌀개방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할 것과, 또한 식량자급률이 27%인 상황에서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목표치와 이행방법 등을 법으로 정하고 우리 농산물의 소비촉진과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학교급식법’에 우리농산물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법개정도 요구하고 있다.
전국민이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나설때
지난 94년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이 타결되고 우리는 쌀을 제외하고 모든 농축산물이 완전수입개방 되면서 농업은 더 이상 지어먹을 농사가 없어지고 농촌은 피폐화되고 있다. 농촌의 피폐화는 곧바로 지역경제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쌀마저 개방된다면 농업과 농촌은 그야말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쌀농사는 농업의 근간이다. 지금도 황폐화되고 있는 농업과 농촌을 살리는 길은 우선 쌀 완전개방을 막아내는 것부터다. 그리고 농업과 농촌 회생을 위한 종합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WTO체제에서 대다수 국민들의 삶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공산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주장들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농업과 쌀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주요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농업을 보호하고 있고 식량자급률이 100~200%인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쌀을 지키고 식량주권을 지키는 일은 농민들만의 몫이 아닌 4800만 전 국민의 몫이다. WTO체제에서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대세론,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우리의 생명과 주권을 지켜 후대에 자긍심과 희망있는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 온 국민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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