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독립영화인들의 축제인 ‘인디포럼’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1996년 독립영화작가들의 자발적인 모임으로 처음 영화제가 개최된 이래로 인디포럼은 매년 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독립영화의 순수성을 담은 작품들을 영화제를 통해 상영해 왔다.

인디포럼의 10주년은 한국의 영화 환경을 고려할 때 무척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10년 간 영화제가 내실 있게 진행되어 왔으며, 운영도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재정적인 독립성이 유지되지 않았다면, 그리고 독립영화인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10년 간 영화제가 유지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인디포럼은 무엇보다 독립영화의 순수성을 옹골차게 주장해왔다. 올해 인디포럼의 작품심사를 맞았던 프로그래머들은 “새로움에 대한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10주년을 맞이한 인디포럼이 지향하고 있는 것은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관습화된 언어에 저항하고,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를 누비며,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들”이라고 말한다.

인디포럼은 독립단편영화들을 단순하게 소개하는 영화제라기보다는 독립영화의 새로운 경향을 고민하고 독립영화의 정의를 묻는 토론의 장이기도 하다. 인디포럼이 제기하는 독립영화에 관한 고민은 여러 갈래지만 결국“독립영화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요약될 수 있겠다. 통상적으로 독립영화는 ‘재정적으로, 미학적으로 주류상업영화로부터 독립된 영화들’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러한 독립성이 어떤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당위와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존재한다.

주류영화에 대항하는 독립영화는 ‘존재형’이라기보다는 ‘생성형’에 가깝다. 그 실체가 매번 새롭게 구성된다. 언젠가 캐나다의 영화감독 아톰 에고얀은 독립영화 진영 내부엔 두 부류의 사람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독립영화 만들기를 주류 상업영화에 진입하기 위한 습작의 시기로 간주하는 사람과 독립영화를 과정이 아니라 하나의 실존적인 운명으로 간주하는 사람. 2002년 인디포럼에서 열린 ‘독립영화의 경계’를 주제로 한 포럼에서 한 참석자는 독립영화의 정의에 관한 논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신이 주관적으로 인정하는 것만 독립영화라고 주장하지 않는다면, 다양한 형태의 독립영화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자신이 지향하는 독립영화가 있고, 자신이 지지하는 독립영화가 있다. 사회 비판적인 운동으로서의 독립영화가 존재할 수 있으며, 대안을 모색하며 주류영화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혹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편입되고자 하는 독립영화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묵묵히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로 예술과 실험에 치중하는 독립영화가 존재한다. 이것들은 현재 경계를 지으며 분화되고 있긴 하지만, 뚜렷한 경계를 나누기 모호한 측면이 없지 않다. 물론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두루 뭉실하게 한데 모여 있기 때문에 독립영화의 정체성에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지금이 그런 시점이다. 문제는 어떻게 서로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보다 더 자신의 정체성을 뚜렷이 하느냐에 있다고 생각된다.”

90년대 말부터 독립영화에 도입된 디지털 카메라 또한 독립영화에 관한 논의를 보다 복잡하게 했다. 최근까지 독립영화 대부분은 16mm(혹은 35mm)로 촬영된 단편의 형식을 지닌 것들이었다.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은 ‘주류 영화 대 독립영화’의 구도에 ‘필름 대 비디오’라는 매체를 둘러싼 논란을 가져왔고 영화제작환경의 변화를 초래했다. 디지털 비디오의 등장으로 인해 누구나 손쉽게 이미지를 접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미지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저가, 경량의 디지털 비디오카메라는 이미지 창작의 접근 가능성을 용이하게 만들었고 아마추어, 고급 혹은 저급한 테크놀로지와 한계적인 이미지를 주변이 아니라 중심의 자리에 위치시키고 있다. 디지털은 또한 주류영화의 규격화된 형식을 파괴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

프랑스의 영화평론가인 장 두셰는 디지털카메라의 도입에 대해 “노동량이 가벼워질수록 영화는 새로운 것을 실험해왔다. 16mm가 처음 등장했을 때, 영화인들은 새로운 독립성을 가지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 수 있었고 독립영화를 하면서 상업영화에 저항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디지털이라는 기술이 나왔다.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출연한다는 것은 노동량과 자본의 투자를 상대적으로 줄이고 매체적인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디지털의 미학을 빌어 독립영화가 새로운 저항과 미학의 갱신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다양한 독립장편영화가 나오고 있지만 독립영화 대부분은 사실 단편영화들이다. 많은 사람들은 종종 단편을 장편의 예고편이나 아마추어 때 만든 습작 정도로 치부한다. 그 때문에 단편영화는 엄밀한 평론의 대상이 아니며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기회 또한 드물다. 흥행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은 단편영화들은 일반영화처럼 시사의 형태를 취할 수 없기에 대부분 인디포럼과 같은 영화제를 통해서만 관객과 만날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선입견과 달리 단편영화는 장편의 예고편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영화 본연의 미학과 예술성을 지니고 있는 작품들이다. 영화감독들이 단편이란 형식을 통해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개성적인 표현의 정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주류상업영화가 흥행의 위험 때문에 모험을 주저하는 반면 독립단편영화는 모든 사람들이 쉽게 알고 있는 영화나 대동소이한 이야기의 패턴을 거부하며 새로움을 추구한다. 영화는 원래 1분 안팎의 단편영화에서 시작되었다. 단편은 그런 점에서 영화의 원초적 체험과 즐거움의 비밀을 숨기고 있는 형식이라 말할 수 있다.
김성욱 영화평론가,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2005/06/01 00:00 2005/06/01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Magazine/trackback/14083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