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셰익스피어의 작품으로 알려진 희곡은 38편이며 우리에게 전해지지 않고 제목만 전해오는 작품도 한편 있다. 또 시로는 소네트를 포함해 긴 시들이 몇편 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작품들을 셰익스피어가 모두 직접 썼을까? 시의 경우는 셰익스피어가 썼다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하지만 희곡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르다.

셰익스피어 희곡의 경우는 19세기부터 셰익스피어가 쓴 것이 아니라 귀족이 썼는데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을 사용했느니, 베이컨이 썼고 셰익스피어의 이름을 빌렸다는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라고 공인되는 38편의 희곡은 누가 썼을까?

물론 셰익스피어는 16세기 후반부터 17세기 초반까지 영국 런던 극장가에서 활동하던 극작가 겸 배우 겸 극장주 겸 극단 주주로서 많은 돈을 벌었던 실존 인물이다. 당시에 매우 인기있던 작가였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익스피어 작품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그것을 알려면 당시 극장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해야만 한다.

셰익스피어가 활동할 당시는 판권에 대한 것이 법률로 확정되어 있지 않았다. 또 연극에서는 요사이의 연출가라는 직업도 없었다. 그러니까 배우들을 중심으로 연극을 준비하고 공연을 했던 것이다. 물론 극작가는 대본을 제공했다. 그러니까 요즈음 식으로 이야기하면 공동 창작에 가까운 형태의 연극이었다. 극작가가 쓴 대본을 배우들 앞에서 읽고 배우들의 승인하에 공연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셰익스피어는 배우 겸 극장주 겸 극단 주주였으니까 여러 가지 이점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공연한 작품은 극작가의 소유가 아니라 극단의 소유였다. 또 그 작품을 시간이 지나고 다시 공연할 경우 극단은 다른 작가에게 현재 관객의 취향에 맞게 작품을 수정, 보완해 공연을 한 경우도 많다. 또 중요한 것은 작품을 한 극작가가 모두 쓴 것이 아니라, 여러 극작가가 공동 제작(?)한 경우가 당시에는 굉장히 빈번했다는 사실이다. 셰익스피어의 경우도 5개 작품은 다른 사람들과 공동으로 썼다는 것이 거의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그러니까 당시의 연극 작품이 누구의 고유 작품이니 하는 주장 자체가 약간 비현실적인 논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요사이 식으로 이야기하면 영화가 누구의 작품이냐고 따지는 것과 비슷하다. 영화가 감독의 작품인가, 배우의 작품인가, 아니면 시나리오 작가의 작품인가, 촬영감독의 작품인가를 따지는 것은 매우 힘들다. 모든 사람의 노력에 의해 한편의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특히 영화와 같이 역할이 세분화되기 전인 셰익스피어 시대의 연극은 더욱 공연자체가 극장과 관련된 모든 사람의 노력의 결실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그러니까 그 많은 작품을 셰익스피어가 모두 직접 썼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것 자체가 별로 중요한 질문이 아니라고 말하면 된다. 우리는 가끔 본질에서 벗어난 것을 가지고 씨름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그것이 진실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노력보다는 그것이 본질적인 질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매우 필요한 것이다.
진영종 성공회대 교수
2005/10/01 00:00 2005/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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