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연 임무 저버린 ‘최악’의 국정감사


16대 마지막 국정감사가 10월 10일 막을 내렸다. 이번 국감은 16대 국회 마지막이자 새 정권 출범 이후 첫 번째 국정감사로 국정운영 전반에 관한 점검과 대안 제시라는 막중한 책임이 부여된 중요한 국감이었다. 동시에 국정감사 본연의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한 최악의 국감이었다. 국감이 시작되기 직전, 국회가 4당 체제로 전환하면서 대안 없이 당리당략만 앞세운 정치공방이 더욱 심각해졌고, 송두율 교수 입국 이후의 국회엔 무모한 이념논쟁과 ‘색깔론’만 난무했다. 그야 말로 저질 국감이었다.

이번 국감에서는 민생현안을 비롯하여 각종 정치부패 사건, 외교안보 문제,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 등 반드시 다뤄져야 할 굵직한 현안만도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대통령 측근비리를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장담했었던 정무위는 그러나 핵심 증인들을 확보하지 못하여 알맹이 없는 국감을 치르고, 심지어 국감장에 불려나온 증인에게서 “이건 국감이 아니라 코미디”라는 모욕적인 말을 듣기까지 하는 등 파행적인 모습을 보였다. 굿모닝시티 사건, 현대비자금 사건, 안풍 사건 등 대형 정치부패 사건이 현안으로 걸려 있는 법사위 국감에서도 의혹 규명과는 거리가 먼 무책임한 폭로와 공방만 되풀이되었다. 당초 민생국감, 정책국감을 하겠다던 각 당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정감사에서 민생현안은 실종되었고, 대북 관계와 이라크 파병 등 외교안보 문제에서도 그 사안의 중함에 비하여 문제제기와 대안제시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의 준비와 국정감사에 임하는 태도 역시 수준 이하였다. 대안 없는 폭로 위주의 정치공세를 비롯하여 불성실한 출석, 잦은 이석(移席), 현장 확인과 출석통지서조차 제 날짜에 보내지 못해 증인확보조차 하지 못한 무성의한 준비, 방만한 증인 신청 등 국감을 둘러싸고 해마다 제기되는 문제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국회의원 자신이 국정감사를 이렇게 부실하고 무성의하게 진행하면서 어떻게 정부 측의 무성의한 답변과 자료제출 거부, 증인들의 특별한 사유 없는 불출석, 국감장에서 증인들의 의회 경시 발언을 탓할 수 있겠는가.

국회 스스로가 자신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라도 국정감사를 상시국감체제로 전환하고 제도적 개선방안을 실질화해야 할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입법 국회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최근 SK비자금 사건,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 등으로 정국이 어수선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국회는 민의의 대의기관으로서의 남은 국회 일정을 충실히 진행해야 할 것이다. 우선 정치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정치관계법을 즉각 개정해야 한다. 또한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실업난으로 국민경제가 심각한 지경에 있다. 각종 민생 현안에 대한 대책마련 역시 시급하다.

참여연대는 정치권에게, 또 다시 당리당략과 정치공방만 일삼다가 적체된 개혁·민생과제의 처리를 흐지부지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의 힘을 모아 엄중히 심판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
이 지 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2003/11/01 00:00 2003/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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