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4대재벌, 그리고 언론에 관한 보고서
불법적 노조탄압이 무노조 경영전략?

X파일이 1면에서 사라진 이유. X파일에 대한 언론들의 보도태도가 사건의 본질인 정·경·관·언 유착에서 불법도청으로 옮겨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한 시민단체가 던진 물음이다.

왜 언론은 삼성의 불법적인 노조탄압을 무노조 경영전략으로 미화하거나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재벌 총수 일가의 이미지 전략을 아무런 비판 없이 기사화해주고 있는가. 이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일은 어렵다. 그것은 해당 언론사의 소유 및 지배구조, 내부 편집시스템, 개별기업에 대하여 갖고 있는 여러 영향력의 통로(광고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로비)등을 분석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느 한 개인이나 단체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현재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요인은 과거처럼 편집권에 대한 직접적인 간섭과 통제를 일삼는 정치권력이라기보다는 광고나 협찬 등을 매개로 한 거대 재벌이라는 판단 하에 ▲한국 언론사의 재무구조, 수익성에 대한 분석 ▲4대 재벌의 광고주로서의 위상 ▲LG상남 및 삼성언론재단의 언론사별 수혜자 내역과 언론계 네트워크 등으로 대상을 한정하고 이들을 가능한 한 상세히 분석해 그 결과를 10월 17일 <삼성보고서 2 : ‘x파일’이 신문 1면에서 사라진 이유, 삼성, 4대재벌, 그리고 언론에 관한 보고서>로 발표했다(원문은 참여연대 홈페이지와 www.samsungreport.org에서 볼 수 있다).

삼성의 언론계 네트워크 분석

언론인 출신 중에 지난 1998년부터 현재까지 삼성그룹의 17개 계열사에 취업한 언론인과 사외이사, 삼성의 6개 주요 재단의 이사를 역임한 언론인은 총 29명이다. 이중 재단이사가 19명(67.9%)으로 가장 많고, 삼성 계열사의 고문 등을 맡고 있는 경우가 5명(14.3%), 사외이사 3명(10.7%) 등이다.

언론계 출신 재단이사는 삼성언론재단이 11명으로 가장 많고, 삼성문화재단 3명, 삼성생명공익재단 2명, 삼성복지재단 1명, 호암재단 1명 순이다. 언론계 출신 사외이사는 삼성증권, 삼성카드, 에스원 각 1명씩이다. 언론계 출신이 취업한 삼성 계열사는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성증권이다. 이인용 전 MBC 기자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은 모두 중앙일보 근무 경력을 갖고 있다.

이들을 출신 매체 별로 살펴보면 신문이 23명으로 가장 많고, 방송 5명, 통신사 2명이다. 이중 중앙일보 근무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11명, 나머지 언론인들은 주요 언론사의 대표나 사장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또한 이들은 대부분 삼성언론재단의 이사를 맡고 있었다. 삼성언론재단 전·현직 이사진에는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최학래 전 한겨레신문 사장, 장명수 전 한국일보 사장, 남시욱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및 문화일보 사장, 최종률 전 경향신문 사장, 서기원 전 KBS 사장, 최창봉 전 MBC 사장 등이 포진하고 있다.

삼성이 언론계 인사들을 자사 직원으로 채용하거나 삼성 관련 재단에 이사로 선임하는 것이 언론계 인사들과 직접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면, 이보다 좀 더 ‘느슨하게’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방법은 삼성언론재단이 운영하는 여러 지원사업의 수혜자로 선정하는 것이다. 삼성언론재단은 1996년부터 언론인 해외연수 지원사업과 ▲국내연수 ▲언론사 부서장 세미나 ▲저술지원 ▲미디어 연구실 등을 운용하고 있다. 2004년까지 총 214명이 수혜 대상자로 선정됐다. 그 중 신문 기자 출신이 153명(전체의 64.6%)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방송기자로 53명(23.6%) 이었다.

삼성언론재단의 수혜를 받은 언론인중 현직 언론사 간부는 214명 중 145명으로 전체의 67.8%에 이르렀다. 이처럼 수혜자 중 간부 비율이 높은 추세는 해외연수 부문을 살펴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해외연수 수혜자 115명 중 간부는 76명으로 전체의 66.1%에 이른다. 특히 이 중 삼성 그룹 이건희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사안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부서인 경제부, 산업부, 논설위원실, 사회부, 편집부, 보도국, 정치부 간부의 수는 83명이다. 이는 전체 삼성언론재단 수혜자 214명의 38.8%에 해당하며 수혜를 받은 간부 145명의 57.2%에 해당한다.

광고주로서의 삼성, 그리고 4대 재벌의 위상

우리나라 언론이 재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광고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데 있다. 광고주로서의 삼성의 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한국언론재단이 현직 언론인을 대상으로 1989년부터 격년으로 실시하는 ‘언론인 의식조사’에 따르면 1999년부터 광고주가 정부나 언론사 사주를 누르고 언론의 자유를 가장 강하게 침해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삼성보고서는 이러한 변화가 언론사의 재무구조 악화와 기업, 특히 4대 재벌의 광고비중 증가에 기인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언론사들, 특히 신문사들의 재무구조와 수익성,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분석 대상 13개 주요 언론사 가운데 4개 신문사의 경우 기업으로서의 존속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이 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광고시장에서 삼성, 현대, LG, SK의 4대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져 이들에 대한 광고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2004년 기준으로 4대 매체(신문, 잡지, 방송, 라디오) 광고비 4조6,695억 원 중 4대 재벌이 지출한 광고비는 약 1조386억 원으로 전체의 20.6%를 차지하고 있다. 4대 재벌의 광고비 점유 비중은 1998년 19.7%에서 2003년에는 20.6%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삼성그룹은 최근 들어 광고비 지출액이나 비중에 있어서 다른 재벌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지난 6년 사이 삼성그룹의 4대 매체 광고비 점유율은 1.5%p(2004년 기준 3,007억 원, 전체의 6.4%) 증가한 반면 SK그룹은 0.7%p 증가, 현대그룹과 LG그룹(2003년 기준)은 각각 0.7%p와 0.2%p 감소를 기록했다. 또한 삼성그룹은 방송(1,763억 원, 주요 방송 3사 광고수익의 8.1%)과 신문(1,190억 원, 13개 주요 종합일간지 사업수익의 7.3%)에 있어 가장 많은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는 기업일 뿐 아니라 단일기업으로 2004년 가장 많은 광고비 (약 1,952억 원)를 지출한 삼성전자와 가장 많은 광고비를 지출한 브랜드인 애니콜(약 652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2004년 기준으로 삼성그룹이 지출한 광고비가 개별 언론사의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보면 방송사는 SBS(9.7%), KBS(8.1%), MBC(6.0%)의 순이고 신문사는 세계일보(13.3%), 국민일보(13.1%), 한국일보(12.3%), 경향신문(11.8%)의 순이다. 이른바 조중동의 경우는 각각 3.2%, 3.9%, 4.5%로 5% 이내이고 한겨레신문은 10.7%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우리나라 언론사들, 특히 신문사들의 재무구조와 수익성 경영실적은 매우 심각하며 이런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반대로 4대 재벌, 특히 삼성그룹에 대한 광고 의존도는 점차 심화되고 있어 우리 언론은 이들 광고주를 의식하여 보도를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직면해 있다. 결국 ‘삼성공화국’ 담론은 이러한 사회적 현상의 결과물인 것이다.
최한수 참여연대 경제개혁팀장
2005/11/01 00:00 2005/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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