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춘천 캠프페이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원주의 캠프 이글 등으로 분산배치 되면서 54년간 주둔해 있던 미군기지는 마침내 춘천에서 사라지게 됐다. 캠프페이지 반환은 미국의 전략적 이해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미군기지 재배치 사업’의 일환이라는 측면에서 이루어진 점도 있지만, 지난 96년 이후 춘천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줄기차게 외쳐온 ‘캠프페이지를 춘천시민의 품으로’라는 염원이 실현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캠프페이지 반환 뒤 춘천시민들은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숙제를 앞에 두고 있다. 먼저 토양오염의 정화와 완전 복구이다.

지난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최성 열린우리당 의원은 ‘핵무기 지원 파견단의 작전 진행 규범(1987)’이라는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캠프페이지가 1992년 비핵화 선언 전까지 핵기지 기능을 했다”고 폭로했다. 같은 당 김형주 의원은 “캠프페이지를 포함해 환경조사가 완료된 LPP(연합토지관리계획)대상 반환미군기지 14곳의 토양이 오염됐다”고 주장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SOFA한미 합동위원회 환경분과위원회 합의사항을 재협의하면 미군기지 환경오염 조사 결과를 공개 할 수 있는데 소극적으로 처리하는 환경부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다음으로는 캠프페이지 터를 무상으로 돌려받는 것이다. 국방부는 용산미군기지를 평택에 이전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반환 미군기지를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매각하겠다는 입장이다.

춘천시의 1년 예산은 약 5,000억 원이고 캠프페이지 매입비용은 약 4,260억 원으로 추정된다. 캠프페이지를 유상매입하면 춘천시의 재정이 어렵게 되는 것은 물론, 부지를 고밀도로 개발 할 수밖에 없어 춘천의 공간구조가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도시개발 과정에 시민참여가 봉쇄돼 획일적인 도시행정을 낳게 되고 교통, 주거환경 등이 악화되는 등 춘천시민의 삶의 질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미군기지는 냉전과 분단의 역사를 안고 있는 부끄러운 땅이다. 또한 인간에 대한 증오와 폭력이 난무했던 시절에 탄생한 반생명의 공간이다. 춘천시민들은 캠프페이지 터를 역사가 살아 숨쉬는 생명과 평화의 공간으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향토 사학자들은 캠프페이지가 통일신라시대에 존재했던 ‘충원사’터라 추정한다. 실제 캠프페이지 주변에는 보물로 지정된 불교 유적이 두 곳이나 있다. 그리고 전국에서 보기 드물게 50~60년대 주택이 밀집되어 있는 ‘기와집 골’은 아기자기한 골목이 실타래처럼 엉켜 공동체 문화가 살아 움직이는 곳이다. 미군기지 바로 앞은 ‘의암호’ 수변이 길게 펼쳐 있어 호수와 연결된 테마가 있는 여가공간을 창출하기도 하다. 이처럼 발전 가능성 있는 소재로 둘려 쌓여 있는 터를 춘천시민들이 가꾸어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무상양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미군기지 재배치 사업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진행된다는 의심을 사 평택시민들이 미군기지 확장에 완강하게 반대하는데, 정부는 5,0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들이면서 까지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집중 시키는 것이 우리의 안보이익에 맞는지 재검토해야 한다.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을 국정 최고 목표로 하고 있는 참여정부는 반환 미군기지를 국가안보를 위해 오랫동안 희생을 강요당해온 지역민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되는 장애물로 둔갑시키지 않고 지역민들의 희망의 뿌리로, 지역혁신의 동력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무상양여’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유정배 참여와 자치를 위한 춘천시민연대 사무국장
2005/12/01 00:00 2005/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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