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획_인터넷
인터넷은 통신망의 연결체로 수많은 정보가 알 수 없는 곳들을 향하여 이동된다. 1994년 우리나라에 상업적인 월드와이드웹(www)서비스가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다. 그 이전 시대를 잠시 풍미했던 PC통신의 텔넷(telnet)망의 벽이 허물어진 후 정보의 소통 속도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정보를 빠르고 쉽게 습득함으로써 사람들도 점점 더 빠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같다. 여론이 이전보다 신속하게 결집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 주변에서는 예전보다 많은 여론조사가 늘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실시간 여론조사와 폭주하는 댓글에 힘입어 여론의 큰 흐름을 신속하게 감지할 수 있다.

포털 권력, 언론사를 잠재우다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 초반 국내 인터넷 포털업체들 간에는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졌다. 정보를 모으고 내보내는 네트워크의 중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혈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들의 경쟁은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었고 싸움에서 이긴 강자들은 더 큰 힘을 갖게 되었다. 이 과정 속에서 메일, 검색, 게임, 쇼핑몰, 뉴스 등등이 포털업체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포털업체의 영향력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 인터넷에 포털업체의 큰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이다.

특히, 2002년 무렵 각 언론사로부터 전송 받은 뉴스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 포털은 언론사 위의 언론사 역할을 할 만큼 위력을 갖게 되었다. 포털사의 뉴스섹션은 언론사의 뉴스를 단순히 게재하는 것을 넘어서 기사 제목을 바꾸거나 기사의 노출에 차등을 두는 강력한 편집국 역할을 한다. 2005년 7월 인터넷사이트 조사업체 메트릭스(www.metrixcorp.com)에 따르면 7월 미디어다음과 네이버뉴스의 하루 평균 순방문자는 각각 500만 명과 443만 명에 이른다. 신문사 사이트 중 조선닷컴의 7월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27만 4,000명, 조인스닷컴이 11만 8,000명, 동아닷컴이 5만 명이니까 독자 수로만 따지면 1등 언론 매체는 단연 포털업체라는 것이다.

신화의 ‘창조’와 ‘붕괴’를 도운 인터넷의 힘

이와 관련, 지금도 강력한 여진을 일으키고 있는 황우석 파동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준다. 신화의 형성은 믿음을 낳고, 믿음은 추종을 낳고, 추종은 신화를 허무는 진실을 부인하고 방해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작년 11월에 대한 기억은 모두에게 어떻게 각인되어 있을까? 수많은 이들을 참담하게 만든 신화의 붕괴과정에서 인터넷은 정확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소통시켜 주었을까?

인터넷 변방에 있던 브릭이라는 곳의 한 게시판은 신화붕괴의 기폭장치가 되었으니 인터넷 자체는 신화붕괴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보소통의 중심에 있는 포털은 꽤 오랫동안 왜곡의 증폭기 역할을 했을 뿐이다.

투루시니스의 활갯짓, 믿고 싶은 대로 본다?

2006년 1월 CNN 뉴스는 미국 방언협회가 선정한 새로운 단어 ‘트루시니스 (Truthiness)’를 소개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채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진실로 받아들이려는 성향’을 뜻하는 것으로 부시의 이라크 정책을 비꼬는 말이라고 한다. 이를 우리의 현실에 적용해보았을 때, 황우석 사건에 관한 온갖 의혹을 무조건 부정하면서 사람들이 믿고 싶어하는 부분만 강조하고 증폭시킨 죄과로부터 인터넷 매체는 결코 자유롭지 않다. 특히, 포털사의 뉴스섹션은 상당히 오랫동안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보를 과잉 생산했다.

그 기간 포털 뉴스에서 황우석 사건과 관련해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뽑아보면 그를 옹호하거나 동정심을 자아내는 절대 다수의 기사로 채워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사건에 대해 롤 플레잉 게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네티즌들은 자신의 희망을 등치했으며 세상의 풍파를 오래 경험한 어르신들은 ‘국익’이라는 가치를 새삼 접목해주셨다. 그 기간 프레시안 등이 제공한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기사들은 무찔러야 할 몬스터이거나 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믿고 싶어 하는 내용을 담은 기사들이 포털 뉴스섹션의 작은 상자에 배치되어 여론의 향방을 제시했다. 트루시니스 성향이 특히 강한 일부 네티즌들은 자신의 의도대로 여론을 몰아가기 위해 포털 뉴스섹션에 진을 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내용들을 골라 페이지뷰와 클릭수를 증대시켰다.

이 불온한 장사의 호황 덕분에 우리가 예전부터 가져온 의심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포털’이 정보의 단순한 매개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를 개입시킨다면, 그 의지가 때때로 ‘트루시니스’적인 것들과 결합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보의 유통업체가 매장에서 특정 정보를 사장시키고 자신의 이익에 부합되는 정보로 채워 나간다면 어떻게 할까? 인터넷에 드리워진 큰 그림자인 포털 권력에 대해 우리는 예전과 다른 판단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자유를 누리고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있다. 이제는 책임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김영홍 함께하는 시민행동 정보인권국장
2006/02/01 00:00 2006/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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