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중심 수자원 정책의 문제와 수요관리로의 전환
2006/2006년 03월 :
2006/03/01 00:00
지난 반세기 동안의 한국의 수자원 정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공급 중심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인구증가에 따른 급격한 도시화와 경제성장, 산업화에 따른 물 수요의 증가를 충당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댐과 저수지를 건설하고 상하수도의 보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말한다. 그 결과 한국은 15개의 대규모 다목적 댐과 1만 8,000개 이상의 댐과 저수지를 보유한 세계 7위의 댐 보유 국가가 되었다. 그렇지만 국토면적을 고려하면 한국은 세계 제1위의 댐 조밀국이 된다.
무분별하게 건설된 수도시설
공급중심 수자원 정책의 결과로서 한국은 국토 전역에 걸쳐 원활한 물 공급 능력을 갖추게 됐다. 2003년 전국의 상수도 보급률은 평균 89.4%이며 인구 5만 이상 도시로 한정하면 거의 100% 상수도가 보급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늦겨울이나 이른 봄에 몇몇 도서 연안이나 산간지역에서 가뭄을 겪기도 하지만 전국적으로 물을 풍족하게 사용하고 있다.
반면 공급중심 물 정책의 문제점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2005년 12월 감사원이 발표한 <상수도 개발 및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환경부와 건교부의 상수도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인해 상수도 보급률이 1995년 82.5%에서 2003년 89.4%로 높아졌지만 상수도시설의 평균 가동률은 같은 기간 69.5%에서 54.5%로 점차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지방 상수도를 관장하는 환경부와 광역 상수도를 담당하고 있는 건교부가 협의 없이 경쟁적으로 상수도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시군 간 협의 무시 또는 실패가 있었고 시군 별로 과다한 용수 수요량 산정과 수도시설 건설이 되풀이되었다. 감사원은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환경부와 건교부에 장래 용수 수요에 대한 합리적 예측근거 마련과 전국수도종합계획 수립 시 상호 협의를 권고하였다.
주민의 힘으로 막아낸 환경파괴 사업
상수도에 대한 중복, 과잉 투자도 문제지만 공급중심 수자원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분별한 댐 건설이라고 할 수 있다. 댐 건설은 기본적으로 강의 상류와 하류의 단절과 이에 따른 생태계 파괴, 주민 보상과 재정착 문제, 기후 변화에 따른 식생 변화, 주민 건강 악화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환경파괴 사업이다.
한국에서는 1996년 강원도 인제군 내린천댐 건설 반대를 통해 댐 반대 운동이 알려졌다. 또한 2000년 동강댐 건설반대 운동을 통해 댐 건설의 문제점과 피해가 전국적으로 알려졌고 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국민들에게 널리 퍼지게 되었다.
그러자 건교부는 2001년, 한국은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이며 2011년에는 전국적으로 18억t의 물이 부족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한탄강댐을 비롯한 12개의 다목적 댐 건설 계획을 발표하였다.
12개의 다목적 댐 계획 중 현재 댐 추진이 제대로 진행되는 곳은 화북댐과 평림댐, 2곳 뿐이다. 밤성골댐, 지천댐, 옥계댐은 수자원공사에서도 아예 포기해서 댐 계획이 무효화되었다. 송리원댐, 이안천댐, 안의댐 등도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묶여 중단된 상태이다. 이처럼 다목적 댐 건설계획이 지지부진한 것은 무엇보다도 댐 건설이라는 눈앞의 이익에 집착한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댐의 경제·환경적 타당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거나 홍수 조절량과 용수공급량에 대한 예측을 엉터리로 한 상태로 댐 건설을 추진한 데 대해 지역 주민들이 강력하게 저항했기 때문이다. 한탄강댐의 경우 1999년 이후 지금까지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치열한 반대투쟁으로 지난 5월 감사원이 한탄강댐 재검토를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임진강유역홍수대책특별위원회(임진강 특위)가 임진강 유역 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치수계획을 논의하면서 제방과 천변 저류지를 통한 홍수 방어에 대해 논의중이다.
지속가능한 물 관리 정책 고민해야
이렇듯 공급중심의 물 정책이 한계에 부닥치자 건교부는 2001년 발표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대한 보완을 시작하면서 환경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를 참여시켰다. 2004년 6월부터 시작된 이 논의는 이수(생활, 공업, 농업, 유지용수), 치수, 하천환경, 용수수급의 네 분야로 나뉘어 진행되었고 2005년 11월 모든 논의가 마무리되었다. 그 결과를 보면 충격적이다.
우선 2011년 전국적으로 부족한 물의 양은 약 3.4억t으로 예측되었다. 18억t 부족이라는 2001년의 발표에 비해 무려 14.6억t이 줄어든 것이다. 물 부족이 예상되는 지역도 호남의 섬이나 중부 내륙의 산간 등 몇 군데에 불과하며 그 내용도 생활용수의 부족보다 농업용수의 부족으로 예측되었다.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한국은 결코 ‘물 부족 국가’가 아니며 오히려 ‘물 낭비 국가’가 더 적당한 표현이다. 그러므로 물 부족 해결과 용수공급을 이유로 하는 댐 건설은 용납될 수 없다. 한국은 더 이상 댐을 건설할 명분도, 장소도 없다. 현재 진행중인 댐 계획도 전면적으로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댐 건설을 비롯한 공급 중심 물 정책의 종말을 말해주는 것이다. 공급중심의 물 정책이 필요한 시기는 끝났다. 지금은 수요중심의 물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다. 정부는 물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고 제도·행정적으로 물 수요를 조절하고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집행해야 한다. 물론, 물 수요가 줄고 물이 남아돈다고 해도 지역에 따라서는 가뭄과 원활하지 못한 물 공급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 대비해서라도 수요 조절을 통해 한정적인 물을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분배하는 지혜를 만들어야 한다.
물은 인류의 생존에 있어 가장 긴요한 자원이다. 선조들이 물을 절약하고 아껴서 우리에게 물려줬듯이 우리도 물을 보호하고 아껴서 후손들에게 넘겨줘야 한다. 그것이 우리 세대의 의무이다.
무분별하게 건설된 수도시설
공급중심 수자원 정책의 결과로서 한국은 국토 전역에 걸쳐 원활한 물 공급 능력을 갖추게 됐다. 2003년 전국의 상수도 보급률은 평균 89.4%이며 인구 5만 이상 도시로 한정하면 거의 100% 상수도가 보급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늦겨울이나 이른 봄에 몇몇 도서 연안이나 산간지역에서 가뭄을 겪기도 하지만 전국적으로 물을 풍족하게 사용하고 있다.
반면 공급중심 물 정책의 문제점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2005년 12월 감사원이 발표한 <상수도 개발 및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환경부와 건교부의 상수도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인해 상수도 보급률이 1995년 82.5%에서 2003년 89.4%로 높아졌지만 상수도시설의 평균 가동률은 같은 기간 69.5%에서 54.5%로 점차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지방 상수도를 관장하는 환경부와 광역 상수도를 담당하고 있는 건교부가 협의 없이 경쟁적으로 상수도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시군 간 협의 무시 또는 실패가 있었고 시군 별로 과다한 용수 수요량 산정과 수도시설 건설이 되풀이되었다. 감사원은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환경부와 건교부에 장래 용수 수요에 대한 합리적 예측근거 마련과 전국수도종합계획 수립 시 상호 협의를 권고하였다.
주민의 힘으로 막아낸 환경파괴 사업
상수도에 대한 중복, 과잉 투자도 문제지만 공급중심 수자원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분별한 댐 건설이라고 할 수 있다. 댐 건설은 기본적으로 강의 상류와 하류의 단절과 이에 따른 생태계 파괴, 주민 보상과 재정착 문제, 기후 변화에 따른 식생 변화, 주민 건강 악화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환경파괴 사업이다.
한국에서는 1996년 강원도 인제군 내린천댐 건설 반대를 통해 댐 반대 운동이 알려졌다. 또한 2000년 동강댐 건설반대 운동을 통해 댐 건설의 문제점과 피해가 전국적으로 알려졌고 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국민들에게 널리 퍼지게 되었다.
그러자 건교부는 2001년, 한국은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이며 2011년에는 전국적으로 18억t의 물이 부족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한탄강댐을 비롯한 12개의 다목적 댐 건설 계획을 발표하였다.
12개의 다목적 댐 계획 중 현재 댐 추진이 제대로 진행되는 곳은 화북댐과 평림댐, 2곳 뿐이다. 밤성골댐, 지천댐, 옥계댐은 수자원공사에서도 아예 포기해서 댐 계획이 무효화되었다. 송리원댐, 이안천댐, 안의댐 등도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묶여 중단된 상태이다. 이처럼 다목적 댐 건설계획이 지지부진한 것은 무엇보다도 댐 건설이라는 눈앞의 이익에 집착한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댐의 경제·환경적 타당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거나 홍수 조절량과 용수공급량에 대한 예측을 엉터리로 한 상태로 댐 건설을 추진한 데 대해 지역 주민들이 강력하게 저항했기 때문이다. 한탄강댐의 경우 1999년 이후 지금까지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치열한 반대투쟁으로 지난 5월 감사원이 한탄강댐 재검토를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임진강유역홍수대책특별위원회(임진강 특위)가 임진강 유역 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치수계획을 논의하면서 제방과 천변 저류지를 통한 홍수 방어에 대해 논의중이다.
지속가능한 물 관리 정책 고민해야
이렇듯 공급중심의 물 정책이 한계에 부닥치자 건교부는 2001년 발표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대한 보완을 시작하면서 환경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를 참여시켰다. 2004년 6월부터 시작된 이 논의는 이수(생활, 공업, 농업, 유지용수), 치수, 하천환경, 용수수급의 네 분야로 나뉘어 진행되었고 2005년 11월 모든 논의가 마무리되었다. 그 결과를 보면 충격적이다.
우선 2011년 전국적으로 부족한 물의 양은 약 3.4억t으로 예측되었다. 18억t 부족이라는 2001년의 발표에 비해 무려 14.6억t이 줄어든 것이다. 물 부족이 예상되는 지역도 호남의 섬이나 중부 내륙의 산간 등 몇 군데에 불과하며 그 내용도 생활용수의 부족보다 농업용수의 부족으로 예측되었다.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한국은 결코 ‘물 부족 국가’가 아니며 오히려 ‘물 낭비 국가’가 더 적당한 표현이다. 그러므로 물 부족 해결과 용수공급을 이유로 하는 댐 건설은 용납될 수 없다. 한국은 더 이상 댐을 건설할 명분도, 장소도 없다. 현재 진행중인 댐 계획도 전면적으로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댐 건설을 비롯한 공급 중심 물 정책의 종말을 말해주는 것이다. 공급중심의 물 정책이 필요한 시기는 끝났다. 지금은 수요중심의 물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다. 정부는 물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고 제도·행정적으로 물 수요를 조절하고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집행해야 한다. 물론, 물 수요가 줄고 물이 남아돈다고 해도 지역에 따라서는 가뭄과 원활하지 못한 물 공급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 대비해서라도 수요 조절을 통해 한정적인 물을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분배하는 지혜를 만들어야 한다.
물은 인류의 생존에 있어 가장 긴요한 자원이다. 선조들이 물을 절약하고 아껴서 우리에게 물려줬듯이 우리도 물을 보호하고 아껴서 후손들에게 넘겨줘야 한다. 그것이 우리 세대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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