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어 달 연일 주요 신문에는 앞으로 세금이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기사는 대부분 1면이나 사회면 머리 같은 중요한 위치에 실렸고 다소 자극적인 제목이 달렸다. 중장기 조세개혁 보고서를 미리 입수했다는 한 신문사는 ‘봉급생활자의 연말 소득공제와 금융상품에 대한 세제 혜택이 크게 줄어든다.’ ‘학원비, 아파트 관리비에도 부가세… 소비자 부담 10% 늘어’ ‘소비세가 크게 늘어난다.’ ‘복지, 교육, 통일 분야 지출을 늘리면서 현재의 세제를 유지한다면 이 정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라는 말로 단락을 시작했다.

봉급생활자들은 기사를 보고 야단이 났다. 세금을 마구 올려서 어쩔 작정이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세금을 늘려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논의가 적다는 점, 근로소득세 소비세 등 근로소득자가 부담하는 비중이 큰 세금이 인상논의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분명 선후가 잘못되었다.

언제는 세금을 올려서 부동산 가격을 잡는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세금을 올리면 양극화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니, 모든 사회문제의 해결책이 세금 인상인지 의아할 수 밖에 없다.

왜 거두고 어디에 쓸지 납세자 동의 얻어야

사람들은 왜 세금 이야기만 나오면 민감해질까? 그것은 세제 변경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한 설명이 따르지 않고, 또 거두어간 세금의 사용처가 불분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부동산 보유세 인상이나 상속세·증여세 포괄주의 도입도 이 세금들을 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지만, 사실 세입 증대보다 조세 형평성이나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었다.

부동산 보유세 인상은 토지나 건물처럼 공급이 한정된 재화를 가진 사람들이 그것을 독점함으로써 얻는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조세형평성에 부합한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사실 이전의 보유세제는 2천 만 원 짜리 자동차를 가진 사람에게 2억 원 짜리 아파트를 가진 사람보다 더 많은 보유세를 걷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상속세·증여세 포괄주의는 아무런 노력도 들이지 않고 거액을 물려받은 사람들은 법에 따라 세금을 내야 한다는 당연한 논리에 따른 것이다.

최근 논의 중인 간이과세제도 제도의 폐지·축소나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과세대상 기준금액 완화도 마찬가지이다. 간이과세제도 때문에 지금껏 많은 자영업자들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제도는 되도록 빨리 폐지 또는 축소되어야 하는 것이다. 불로소득인 금융소득이 1년에 수천 만 원에 이르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열심히 일해서 번 소득과 같은 수준의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하다는 점에서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과세대상 기준금액 축소 역시 예산 팽창과 상관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만 부동산 보유세 인상과 간이과세제도 폐지·축소,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 완화로 늘어나는 세수를 다른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다른 곳에 쓸 작정이고 필요하다면 추가세금징수 방식으로 필요한 곳에 쓸 생각이라면, 어디서 어떻게 세금을 걷을 것인가 이전에 ‘꼭 필요한 곳’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에 대해 납세자들의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양극화 해소, 무조건 증세 앞서 세제 보완부터

대부분의 국민들은 양극화나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리고 사회 초년병들의 내집 마련이나 중년층의 부모님 의료비며 사교육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피부로 느끼면서 살아간다. 실업률은 97년 이전보다 높아졌고, 계약직 노동자 비중이 늘어나 일은 계속하고 있지만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생계를 위해서든 자아실현을 위해서든 맞벌이는 늘어나는데 보육비 부담이 높다보니 저출산 현상은 급속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노인은 늘어나는데 이들을 부양할 젊은이는 부족하다. 고액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높아지고 대학 등록금이 인상되면서 교육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고 대졸 인력의 취업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자녀를 대학에 보내기도 어려운데 보내놓고도 안심을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지금 증세에 대한 반발이 심한 것은, 문제의 원인과 그 문제에 맞는 적절한 해결 방식에 대해 제대로 토론이 이루어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납세자들은 정부가 정말 20년, 30년 정책 방향을 일관되게 유지해서 장기적으로 납세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할 수 있을지 못미더워한다. 불과 1~2년 전 경기부양책으로 소득세와 법인세를 인하한 정부가 막연히 양극화와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부가세, 소득세, 법인세를 더 내라고 하니 선뜻 신뢰할 수 있겠는가.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사회안전망 개혁방안인 ‘희망한국 21’ 정책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0년까지 총 30.5조 원의 재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직은 정부가 증세를 위한 세제 개편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재원 중 20조 원은 이미 국가재정운용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고 더 필요한 10.5조 원은 연 20조 원에 달하는 조세감면 중 일부를 조정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특정 집단에게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선심 쓰듯 조세를 감면해 주는 현재의 조세감면특례법에 대해 계속 문제를 지적해 오고 있는 만큼 그 부분부터 조정하는 것이 옳은 순서이다. 그것으로 일정한 수준의 저출산·사회안전망 개혁방안을 실행하고 예산의 사용처와 실효성을 시민들에게 분명하고 성실하게 보고한다면 시민의 동의도 얻고 올바른 조세정책도 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언론도 세제 개혁 시 늘어나는 세금 액수에만 초점을 맞추어 마치 모든 납세자에게 세금이 대폭 인상되는 듯한 보도는 그만하고, 누가 세금을 더 내게 되며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제도 변경의 목적이 증세인지 형평성이나 투명성 개선인지 충분히 헤아려 전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문영조세개혁센터 실행위원, 회계사
2006/03/01 00:00 2006/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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