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알면 세상이 즐겁다
2006/2006년 03월 :
2006/03/01 00:00
디아스포라 기행 - 추방당한 자의 시선
서경식의 글에는 우수가 느껴진다, 늘 어김없이. ‘나의 서양미술 순례(2002, 창비)’와 ‘청춘의 사신(2002, 창비)’이 그랬고 ‘소년의 눈물(2004, 돌베개)’이 그랬다. 속으로 삭인 듯한 감정의 깊이와 섬세한 감수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의 글줄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들 역시 늘상 그를 따라다니는 그 ‘우수’의 감정에 함께 도달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가 도달한 그것이 그의 것과 동질의 그것이었을까? 그 또한 함께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늘상 우리가 아니라 우리 곁의 소수이다. 그의 눈은 늘 겉도는 자들, 경계선에 선 자들 그리고 추방당한 자들로 향해 있다. “아무래도 내가 있는 곳은 최후의 변경이며 나는 최후의 하늘을 보고 있는가 봅니다.”라는 에드워드 사이드의 말을 항상 기억한다는 재일조선인 서경식, 그는 디아스포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근대 이후 ‘외부의 힘에 의해, 대부분 폭력적 힘에 의해 자기가 속해 있던 공동체로부터 이산을 강요당한 사람들 및 그 후손’들을 지칭함으로써 사전적 의미를 훌쩍 뛰어넘는 디아스포라들은 전세계에 600만 명이나 흩어져 있다고 한다. 서경식 그 자신을 포함해 이들 ‘쫓겨난 자들’에 대한 성찰과 사색을 통해 도달하는 곳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하는 자기인식의 지점이 아니겠는가. 또한 그 묵직한 성찰과 사색의 기록을 함께함으로써, 우리가 지금 어느 곳에 어떤 모양을 하고 누구와 함께 서 있는가 하는 자기 성찰의 순간에 이른다면, 이 책을 읽은 이로서는 또 최고의 선물이 아니겠는가. 이지은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 jieun@pspd.org
내 생애 아름다운 82페이지
갤러리현대 천경자 전시회
‘...만나기는 더디더니, 헤어짐은 이리도 빠른가! 긴 버들도 임의 말 메어둘 수 없네. 앙상한 숲아 지는 해 붙잡아 다오. 임의 말은 터벅터벅, 내 마차는 허겁지겁. ...’(『서상기』 중 제4본 제3절, 왕실보 지음)
떠나야 하는 날을 받아 둔 사람의 마음은 급하기 마련인가. 유독 떠날 날을 받아둔 요 근래 근처 미술관으로 발을 옮기고 싶은 마음이 자주 든다. 막상 이사를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안국동 이곳 저곳이 새삼스럽다. 수백 년 전의 싯귀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호들갑을 떨어도 용서해 줄 것 같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인사동 일대는 거의 1년 열두 달 눈에 밟히는 것이 전시회며 공연 포스터지만 무심히 지나치거나 ‘다음 기회로’ 하던 것이 벌써 7, 8년
째다.
사실 미술관으로 발을 옮기기는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쉬웠을지도 모른다.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참여연대가 있는 안국빌딩 신관 1층 입구에서 잠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보자. 풍문여고 입구를 지나치고 옛날 백상미술관이 있던 자리를 내쳐 걸으면 웬만한 사람(참여연대의 최장신 공성경 간사) 키를 훌쩍 넘는 돌벽길(어떤 여름날 아슬아슬한 반바지와 몸에 착 달라붙는 민소매 티셔츠 차림의 백인 소녀들이 그 돌벽 중간쯤 시커먼 철제 문앞을 막 나오고 있었을 때나 잠시 그 너른 정원의 일부를 살짝 엿볼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을 따라 10분 정도만 걸으라. 다음 사시사철 유명인(?)의 인물사진이 웃고 있는 ‘란’사진관을 끼고 돌아 삼청동길을 따라 죽 걷다 보면 갤러리현대에 닿는다. 다행히 볼만한 전시회가 곧 열린다. 3월 8일부터 4월 2일까지 천경자 특별 전시 ‘내 생애 아름다운 82페이지’가 그것이다. 이번 특별전에는 미공개작 200여 점과 대표작 20점이 나온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아둔 ‘길례언니’, ‘목화밭’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문의·갤러리 현대 (02)2287-3500
서경식의 글에는 우수가 느껴진다, 늘 어김없이. ‘나의 서양미술 순례(2002, 창비)’와 ‘청춘의 사신(2002, 창비)’이 그랬고 ‘소년의 눈물(2004, 돌베개)’이 그랬다. 속으로 삭인 듯한 감정의 깊이와 섬세한 감수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의 글줄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들 역시 늘상 그를 따라다니는 그 ‘우수’의 감정에 함께 도달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가 도달한 그것이 그의 것과 동질의 그것이었을까? 그 또한 함께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늘상 우리가 아니라 우리 곁의 소수이다. 그의 눈은 늘 겉도는 자들, 경계선에 선 자들 그리고 추방당한 자들로 향해 있다. “아무래도 내가 있는 곳은 최후의 변경이며 나는 최후의 하늘을 보고 있는가 봅니다.”라는 에드워드 사이드의 말을 항상 기억한다는 재일조선인 서경식, 그는 디아스포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근대 이후 ‘외부의 힘에 의해, 대부분 폭력적 힘에 의해 자기가 속해 있던 공동체로부터 이산을 강요당한 사람들 및 그 후손’들을 지칭함으로써 사전적 의미를 훌쩍 뛰어넘는 디아스포라들은 전세계에 600만 명이나 흩어져 있다고 한다. 서경식 그 자신을 포함해 이들 ‘쫓겨난 자들’에 대한 성찰과 사색을 통해 도달하는 곳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하는 자기인식의 지점이 아니겠는가. 또한 그 묵직한 성찰과 사색의 기록을 함께함으로써, 우리가 지금 어느 곳에 어떤 모양을 하고 누구와 함께 서 있는가 하는 자기 성찰의 순간에 이른다면, 이 책을 읽은 이로서는 또 최고의 선물이 아니겠는가. 이지은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 jieun@pspd.org
내 생애 아름다운 82페이지
갤러리현대 천경자 전시회
‘...만나기는 더디더니, 헤어짐은 이리도 빠른가! 긴 버들도 임의 말 메어둘 수 없네. 앙상한 숲아 지는 해 붙잡아 다오. 임의 말은 터벅터벅, 내 마차는 허겁지겁. ...’(『서상기』 중 제4본 제3절, 왕실보 지음)
떠나야 하는 날을 받아 둔 사람의 마음은 급하기 마련인가. 유독 떠날 날을 받아둔 요 근래 근처 미술관으로 발을 옮기고 싶은 마음이 자주 든다. 막상 이사를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안국동 이곳 저곳이 새삼스럽다. 수백 년 전의 싯귀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호들갑을 떨어도 용서해 줄 것 같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인사동 일대는 거의 1년 열두 달 눈에 밟히는 것이 전시회며 공연 포스터지만 무심히 지나치거나 ‘다음 기회로’ 하던 것이 벌써 7, 8년
째다.
사실 미술관으로 발을 옮기기는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쉬웠을지도 모른다.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참여연대가 있는 안국빌딩 신관 1층 입구에서 잠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보자. 풍문여고 입구를 지나치고 옛날 백상미술관이 있던 자리를 내쳐 걸으면 웬만한 사람(참여연대의 최장신 공성경 간사) 키를 훌쩍 넘는 돌벽길(어떤 여름날 아슬아슬한 반바지와 몸에 착 달라붙는 민소매 티셔츠 차림의 백인 소녀들이 그 돌벽 중간쯤 시커먼 철제 문앞을 막 나오고 있었을 때나 잠시 그 너른 정원의 일부를 살짝 엿볼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을 따라 10분 정도만 걸으라. 다음 사시사철 유명인(?)의 인물사진이 웃고 있는 ‘란’사진관을 끼고 돌아 삼청동길을 따라 죽 걷다 보면 갤러리현대에 닿는다. 다행히 볼만한 전시회가 곧 열린다. 3월 8일부터 4월 2일까지 천경자 특별 전시 ‘내 생애 아름다운 82페이지’가 그것이다. 이번 특별전에는 미공개작 200여 점과 대표작 20점이 나온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아둔 ‘길례언니’, ‘목화밭’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문의·갤러리 현대 (02)228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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