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회원한마당 참가 후기
얼마나 갈까? 내 자신을 의심하면서도 작심삼일이라도 좋으니 일단 계획을 세우고 보기로 했다. 설 연휴를 시골에서 보내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내 나름의 의미심장한 다짐을 해봤다.

지난해 나는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무력한 생활의 돌파구를 찾게 되었다. 나의 우유부단함으로 결단하지 못했던 직장을 과감히 정리하고 숨을 고르기 위해 얼마동안 외부와 단절하였다. 예전의 나라면 직장을 잃는 순간 조바심부터 냈을 텐데, 이번에는 달랐다. 새로 시작하는 일이 절대 어렵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나는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막연한 생각들의 길잡이가 되어준 참여연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입회원한마당에 참석하기 위해 가슴 가득 설렘을 안고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왔다. 칼바람이 얼굴을 스쳐 잠시 머뭇거렸다. 참여연대가 눈에 보인 순간 겨울에 땅속 깊이 뿌리 내린 큰 나무 생각이 났다. 모진 바람, 얼어붙은 세상에서 새 희망의 싹을 피우려 애쓰는 큰 나무 한 그루가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가슴이 짠해졌다. 건물 안에 들어서니 얼마나 살림이 쪼들리는지 사무실 구석

구석의 모습이 소박하다 못해 열악해 보였다.

저녁 7시 30분,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있을 시간인데도 많은 상근자들이 자리를 지키며 분주히 일하고 있었다. 당연히 받지 못할 시간외수당을 나라도 챙겨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신입회원한마당에는 세대와 지역을 넘어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이제껏 한번도 보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과 별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한 마음으로 만난 참여연대 가족이어서인지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참여연대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희망을 놓지 않는 이유를 찾았다. 정치개혁을 위한 낙천낙선운동, 탄핵무효운동, 시민의 눈으로 국회를 감시하는 ‘열려라 국회’, 사법개혁을 위한 대법관 시민추천운동, 권력의 총아로 떠오른 대법원 헌법재판소 개혁운동 등 최근 1~2년 사이의 캠페인과 운동들은 그간 참여연대 활동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그리고 많은 활동 중에서도 최저생계비로 한 달을 살아 보며 최저생계비의 현실을 체험하는 ‘희망up’ 캠페인은 피부로 느끼는 감동이었다. 이곳에 오기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매 순간 들었다.

언론을 통해 시민단체들의 활동상과 성과를 볼 때면 통쾌했다. 그리고 이 어지러운 세상의 해결사가 되주기를 바랬었다. 시민단체가 나를 포함한 국민들을 대신해 수고하고 있음이, 나는 그 노고의 덕을 보고 있음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러나 누군가 대신 해주기만을 바라면서도 나의 작은 참여가 세상을 바꾸는데 동참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애써 모른 척 했던 것 같다.

처음 한글을 읽기 시작할 때 부모님은 동화책과 함께 위인전을 읽게 하셨다. 책 속의 위인들처럼 정의롭고, 정직하게, 편견 없는 따뜻한 마음으로 남을 대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라셨을 게다. 부모님의 바람대로 살아오면서 사람다운 일을 얼마만큼 하였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겠다. 잃어버린 나의 사랑과 덕을 찾아내서 좀 더 베풀고 살아야겠다.

나는 이제껏 내 위에 군림하는 ‘여왕개미’에 충성하는 ‘일개미’로 단순하게 살았지만, 이젠 군림하는 자가 없는 참여연대에서 ‘개미군단’의 일원으로 살아갈 것이다. 생활 속에서 따스한 마음을 나누고, 작은 참여가 사회를 맑고 투명하게 바꿀 수 있음을 믿고 실천하며 말이다.

지금의 마음이 마지막 날까지 변치 않기를 소망한다.

김혜정참여연대 회원
2006/03/01 00:00 2006/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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