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연체자 모두를 범죄자로 만들려나
2006/2006년 02월 :
2006/02/01 00:00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은행에서 발급해준 마이너스 1억 한도의 신용카드였다. 얼마 전만 해도 백수였던 나에게 고마운 선물이었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다. 도대체 뭘 믿고 나에게 그런 큰돈을 빌려주는 걸까? 참여연대 시민포럼을 다녀와서 알게 되었다. 카드회사는 날 믿은 게 아니라 검찰과 법원을 믿고 카드를 발급해준 모양이다.
1월 12일 참여연대 시민포럼 ‘법정 밖에서 본 판결’에선 ‘카드연체 사기죄 적용 대법원 판결 올바른가’를 주제로 토론이 있었다. 적법하게 신용카드를 발급 받았지만 변제능력을 상실한 카드연체자에 대해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을 다룬 것이다. 카드회사가 카드연체자를 검찰에 고소·고발하는 사례가 늘면서 사회문제가 되었고, 검찰은 고소를 각하해 카드연체자를 사기죄로 형사 처벌하는 것을 피하였다. 법원 역시 무죄로 판결하는 흐름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사기죄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다시금 논의가 필요하게 되었다.
대법원 판결에서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드러난다. 먼저 이번 판결은 사기죄의 구성요건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에 반할 여지가 있다. 형법 347조의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 성립하므로, 주요하게는 지불의사 및 능력을 속이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거짓 신용정보를 대고 카드를 발급 받은 경우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적법하게 카드를 발급 받은 사람이 훗날 지불능력을 상실하고도 계속 카드를 사용한 경우 사기죄가 성립할까? 카드사용자가 지불능력의 상실을 카드사에 알리지 않은 것이 기망행위가 되는가?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자신의 지불의사와 능력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면 모르되, 현행법상 이러한 의무는 없다. 따라서 사기죄를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판례는 법률상 존재하지 않는 고지의무를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번 판결은 카드사의 부실한 신용관리 책임을 채무자에게 떠넘기고, 민사상 채무 불이행자를 형사 처벌함으로써 형벌의 보충성 원칙(형벌권은 최후에 행사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 무절제하게 카드를 사용한 채무자의 책임이 1차적이지만 카드회사는 미성년자 대상 발급, 길거리 발급 등 카드를 무분별하게 남발하는 도덕적 해이를 저질렀다. 묻지마 식 카드발급으로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카드회사가 신용불량자를 형사 고소·고발함으로써 책임을 모두 채무자에게 떠넘긴 것이다. 또한 채무자의 1차적 책임은 민사상 책임이며, 형벌은 모든 제재 수단 중에서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카드연체자 모두를 전과자로 만드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 법은 각자에게 정당한 권리와 의무를 찾아주는 것이다. 경기부양책으로 카드사용을 방치하면서 구제책은 제대로 갖추지 못한 국가와 무분별한 카드발급 후 불법적인 채권추심을 일삼는 카드회사, 무절제하게 카드를 쓴 사용자는 각각 어떤 비율로 책임을 져야 할까. 카드연체자에게 사기죄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은 아무래도 지나치게 카드사용자에게만 책임을 떠넘긴 판결이 아닌가 싶다.
1월 12일 참여연대 시민포럼 ‘법정 밖에서 본 판결’에선 ‘카드연체 사기죄 적용 대법원 판결 올바른가’를 주제로 토론이 있었다. 적법하게 신용카드를 발급 받았지만 변제능력을 상실한 카드연체자에 대해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을 다룬 것이다. 카드회사가 카드연체자를 검찰에 고소·고발하는 사례가 늘면서 사회문제가 되었고, 검찰은 고소를 각하해 카드연체자를 사기죄로 형사 처벌하는 것을 피하였다. 법원 역시 무죄로 판결하는 흐름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사기죄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다시금 논의가 필요하게 되었다.
대법원 판결에서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드러난다. 먼저 이번 판결은 사기죄의 구성요건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에 반할 여지가 있다. 형법 347조의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 성립하므로, 주요하게는 지불의사 및 능력을 속이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거짓 신용정보를 대고 카드를 발급 받은 경우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적법하게 카드를 발급 받은 사람이 훗날 지불능력을 상실하고도 계속 카드를 사용한 경우 사기죄가 성립할까? 카드사용자가 지불능력의 상실을 카드사에 알리지 않은 것이 기망행위가 되는가?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자신의 지불의사와 능력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면 모르되, 현행법상 이러한 의무는 없다. 따라서 사기죄를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판례는 법률상 존재하지 않는 고지의무를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번 판결은 카드사의 부실한 신용관리 책임을 채무자에게 떠넘기고, 민사상 채무 불이행자를 형사 처벌함으로써 형벌의 보충성 원칙(형벌권은 최후에 행사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 무절제하게 카드를 사용한 채무자의 책임이 1차적이지만 카드회사는 미성년자 대상 발급, 길거리 발급 등 카드를 무분별하게 남발하는 도덕적 해이를 저질렀다. 묻지마 식 카드발급으로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카드회사가 신용불량자를 형사 고소·고발함으로써 책임을 모두 채무자에게 떠넘긴 것이다. 또한 채무자의 1차적 책임은 민사상 책임이며, 형벌은 모든 제재 수단 중에서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카드연체자 모두를 전과자로 만드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 법은 각자에게 정당한 권리와 의무를 찾아주는 것이다. 경기부양책으로 카드사용을 방치하면서 구제책은 제대로 갖추지 못한 국가와 무분별한 카드발급 후 불법적인 채권추심을 일삼는 카드회사, 무절제하게 카드를 쓴 사용자는 각각 어떤 비율로 책임을 져야 할까. 카드연체자에게 사기죄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은 아무래도 지나치게 카드사용자에게만 책임을 떠넘긴 판결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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