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9일 ‘황우석 신화 왜 가능했나’라는 제목으로 2006년 참여연대 첫 시민강연회가 열렸다. 이번 강연회는 황우석 사태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민과학센터 김병수 운영위원의 강의로 진행되었다.

황우석 사건의 전말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이번 사건이 한국사회에서 잘못된 ‘권위’를 생산하는 구조가 깨지고 상식과 양심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되어야 함을 깨달은 시간이었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소요된 난자 제공의 윤리문제에서 시작된 논란은 줄기세포 복제 연구에 대한 진위 논란으로 옮겨져 그 끝이 어디인지 아직도 혼란스럽다. 그렇지만 2005년 상반기까지 황 교수의 연구 업적이 지닌 ‘권위’에 대하여 어느 누구도 도전 또는 문제 제기하지 못했던 ‘신화적’ 분위기가 깨진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그 단적인 증거가 될 것이다.

나는 이번 사건에 대해 성급하게 어떤 결론을 내리기보다 나의 경험, 특히 나의 가족들과 관련해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자 한다. 황우석 교수에게 아직 우호적인 사람들 중의 한 부류는 의학의 발전으로 하루 빨리 건강한 신체를 회복하기 원하는 난치병 환자나 장애인들일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가족이 있다. 장애인인 그는 물론 건강한 신체의 회복을 바라고 있다. 이와 함께 한 가정의 가장으로 자영업에 종사하며 하루 하루를 전쟁 치르듯 살아가는 처지에서 장애인들이 자기 여건에 맞는 생계활동을 보다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사회복지 및 제도 개선과 사회인식의 변화를 더 강렬하고 시급하게 바라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 과학기술이 발전하여 난치병 및 장애의 치료와 재활에 큰 진전이 있기를 바라지만 지금 현재 그들의 여러 가지 고통을 해결하는 길이 생명과학에만 있는 것은 분명히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한 명의 가족은 왜곡되고 경직된 국내 대학의 연구실 문화를 경험한 내 아내이다. 박사과정에 들어가 국내 유수 논문집에 자기 논문을 싣기 위해 실험에 매달리는 것은 물론이고 살림과 두 아이의 육아에도 바쁜 아내가 지도교수와 선배들의 애경사를 챙기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중세 시대의 도제 제도가 떠올라 적지 않게 놀랐다.

학위라는 열매를 맛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치루어야 할 비용이라고 하고 넘어가기에는 상당히 석연치 않은 것이다. 스승과 제자의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관계는 연구실은 물론 사회를 병들게 하는 한 요소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와 생각이 비슷한 아내는 결국 박사과정을 포기했다.

황 교수의 연구 논문에 대한 진실규명도 중요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상처 받고 고통을 당한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배려는 어떤 수준인지 진지하게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사회가 온통 진실 규명에만 매달려 있는 가운데 누구보다 속상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주위에 없지 않은지.
권용철 참여연대 회원
2006/02/01 00:00 2006/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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