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안국동에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겨우내 텅 비어 쓸쓸해 보이던 풍문여고 운동장은 이제 학생들의 재잘거림으로 시끄러울 정도이고, 두터운 옷으로 중무장을 한 채 사무실을 지키던 상근자들의 옷도 한층 얇고 화사해졌다.

사무실에만 있기에는 봄볕이 너무 따사롭던 날, 잘 생긴 제주도 사나이 윤형준 회원을 만났다.

젊은 나이에 개인사업을 시작한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실물 경제를 배우고자 일찍부터 주식 투자를 했다고 한다.

“소액 투자자로서 재벌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가 얼마나 왜곡되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어요. IMF 구제금융사태 즈음에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이었던 장하성 교수가 SKT를 상대로 소액주주운동을 벌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SKT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을 보면서 ‘내가 할 일은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활동으로 시작된 인연

참여연대와 그의 인연은 그렇게 경제개혁센터에서의 자원활동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자원활동 업무는 그의 성에 차지 않았다고 한다.

“센터 활동에 보다 많이 참여하고 싶었어요. 나중에 안 것이지만 제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상근 활동가 되어야 하더군요. 경제개혁센터에서 당분간 간사 공채 계획이 없다는 말에 이만 자원활동을 접을까 생각도 했죠. 그때 총무팀에서 임원뉴스레터 기자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의했고, 제안을 수락하면서 ‘참임자(참여연대 임원뉴스레터를 만드는 자원활동가들의 회원모임)’의 일원이 되었죠.”

그는 현재 참임자’와 ‘공차며연대’ 두 곳의 회원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공차며연대의 경우 모임의 기획에서부터 회원 모집까지 그의 역할이 컸다.

“참임자 활동을 하다가 회원이 좀 더 쉽게, 부담 없이 활동할 수 있는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신입회원한마당에 오는 사람들만이라도 회원 모임으로 다 끌어들일 수 있다면 참여연대가 늘 새롭고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거릴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에 아쉬웠어요. 건강도 챙기고, 친목도 다질 수 있는 모임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축구를 생각해낸 것이죠.”

그 자신은 축구를 잘 못 한다는 고백이 뜻밖이다. 회원 모임이 대학 동아리처럼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잘 하지도 못하는 축구 모임을 만든 윤형준 회원. 두 곳의 회원 모임에 참여할 정도의 열성 덕분인지, 유별난 사교성 덕분인지 그는 상근자들과 무척 가깝다.

“참여연대 사람들에게서는 사람 냄새가 나요. 제주도에서 서울에 올라온 지 10년입니다. 그 동안 사람 때문에 마음을 다친 적이 많아요. 그런데 이 곳 사람들은 의리도 있고, 서로를 위할 줄도 압니다. 정신 없이 살다가도 박봉에도 사명감 하나로, 하고 싶은 일 위해 웃으며 일하는 상근자들을 볼 때마다 자극을 받습니다.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짐하죠.”

아내가 출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부모로서 아이에게 용기와 관용만은 꼭 가르치고 싶다고 한다. 자기가 꿈꾸는 대로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용기이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관용이기 때문이란다.

더불어 사는 삶을 꿈꾼다

“제 삶의 목표는 ‘더불어 사는 것’입니다. 나보다 우리, 우리보다는 사회를 생각하며 살고 싶었어요.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간사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상근 활동가일 필요는 없죠. 시민단체에는 회원도 있어야 하고, 전문가도 있어야 하고, 자원활동가도 있어야 해요. 내가 기업인이라면 후원을 하고, 교수라면 지식을 나누어주고, 각자가 속한 분야에서 열심히 한다면 이상적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사업’이었어요. 사업을 통해 내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은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형평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기업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참여연대 활동을 하면서 ‘형평성’의 중요성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형평성의 동시 획득은 기업에서 시작한다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시대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기업가니까요. 희망적인 것은 젊은 기업인들이 사회에 일정 부분 기여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에요. 비정규직을 두면 지금 당장은 회사가 이익을 보지만, 비정규직 양산으로 사회가 피폐해지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기업이죠. 나만 잘 먹고 잘 살아서는 결국 모두 못 살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

사회에 바라는 점이 많은 만큼 참여연대에도 바라는 점이 많을 것 같았다.

‘회원이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참여연대 활동을 함으로써 이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회원들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회원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길 바랍니다.’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파도를 헤쳐나가는 만화 주인공 코난처럼, 용기와 관용이 넘실대는 사회, 많은 이들이 꿈을 잃지 않고 힘차게 살아가는 사회를 향해 열심히 달리는 윤형준 회원의 모습을 오래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주연 참여연대 총무팀 간사
2006/04/01 00:00 2006/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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