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사람들 사이에서 단연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선전하고 있는 한국 야구팀의 소식이다. 비록 일본에게 패배하는 바람에 결승 진출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그 강하다는 미국을 격파하고 일본을 두 차례나 이긴 대표팀의 선전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국민들이 우리 대표팀의 선전에 박수를 보내는 동안, 약간은 다른 이유에서 손뼉을 치고 있는 이가 있으니…. 그는 바로 최연희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이다.

한 신문사와 가졌던 술자리에서 그가 여기자를 성추행한 사건이 세상이 알려진 이후로 신문, 방송, 심지어 인터넷 매체까지 모든 관심사가 그가 언제 의원직을 사퇴하고, 잘못을 사죄하느냐에 있었다. 그래도 그는 꿋꿋이 버텼다. 절대로 사퇴하지 않았다. 어딘가에 숨어 계속 버티고 있으면,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갈 테고, 그때 ‘짠’하고 다시 나타나 예전처럼 국회의원의 지위를 마음껏 누리리라는 마음으로 버텼으리라.

그러던 중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대회가 개막했다. 처음 우리 대표팀이 대만과 중국을 이길 때 국민들의 반응은 그저 그랬다. 그러나 일본을 이기고, 멕시코를 이기고, 급기야 미국까지 격파하고, 다시 또 일본을 이겨 준결승까지 올랐다. 비록 결승 진출은 실패했지만 누구도 예상 못한 선전에 많은 국민들이 기뻐하기 시작했다. 국민들은 온통 야구 얘기만 할 뿐, 어느덧 최연희 성추행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쏙 빠져버렸다. 그는 대표팀의 선전이 너무나 고맙고, 대표팀의 선전에 박수를 보내느라 자신에 관한 기억은 너무나도 쉽게 잊어버린 국민들이 정말 고마웠을 것이다. “와, 우리 국민들 정말 화끈하구나. 화낼 땐 불같다가도, 정말 빨리 잊어버린단 말이야!”라며 환호성을 질렀을 것이다. “됐다. 지금이 찬스다. 이제 서서히 다시 무대에 등장할 때가 됐다.” 국민의 관심이 멀어진 틈을 타 그는 의원직을 사퇴하는 대신 ‘당당하게’ 법적 투쟁을 벌이기로 결심한다.

처음에는 법적 투쟁 의사를 조금씩 언론에 흘려가며 국민들의 반응을 살피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야구에 빠져 있는 우리 국민들, 그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성공이다. 이대로 밀어붙이자!” 그는 더욱 신이 나서 의원직을 사수할 결의를 다졌을 것이다. 물론 그 뒤는 국민들의 ‘무관심’이란 지원군이 받쳐주고 있다.

과연 우리 국민이 좋은 심판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나는 묻고 싶다. 우리는 늘상 “정치는 썩었어. 정치판은 개판이야!”라며 정치를 향해 침 뱉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 달만 지나면 정치인의 잘못을 잊어버리는 우리, 자기 스스로 공정한 판단을 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언론이 선동하는 대로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그들의 일방적 보도에 맞장구치는 국민을 두려워할 정치인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어쩌면 우리 정치가 지금처럼 혼란스러워진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송영준 참여연대 회원
2006/04/01 00:00 2006/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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