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이 힘들다
2006/2006년 05월 :
2006/05/01 00:00
나의 제자 가운데 하나와 희성이가 있다. 하나는 올해 제자이고 희성이는 작년 제자이다. 둘은 오누이다. 그러니까 오누이를 이태 연속 제자로 맞은 셈이다. 하나 오빠 희성이는 생각이 분명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넓어 친구들에게 인기가 높고 인정받는 편이다. 반면 하나는 자기 생각이나 판단은 분명한데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차갑다. 그러니까 좀 빡빡한 아이다. 그래서인지 친구들에게 인정받을 때도 있고 서로 다툴 때도 있다.
오누이는 집에서도 대우받는 게 사뭇 다르다. 하나 어머니 이야기를 들어보면 희성이는 기특해서 마음에 끌리는데, 하나는 빈틈이 보여 잔소리를 늘어놓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누적되다보니 하나랑 어머니 사이가 나빠졌다. 그뿐 아니라 하나 어머니는 딸 하나가 미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하나네 집에 가정방문 갔을 때 이 문제를 놓고 이야기했다. “희성이는 믿음직스러워 저절로 마음이 가는데 하나에겐 그렇게 안 돼요.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해도 잘 안 돼요. 자꾸 하나 단점이 눈에 띄어 속상할 때가 많아요. 어떡하면 좋아요, 선생님?” 하소연하는 하나 어머니께 말했다.
“하나 어머니가 희성이랑 하나를 똑같이 사랑하시면 간단히 풀릴 문제네요.”하나 어머니가 나를 잠깐 쳐다본 뒤 하나에게 따지듯 물었다.“네가 보여주는 행동에 대해 너 스스로 생각해봐. 네가 엄마라면, 너랑 희성이 오빠 중에 누구를 더 좋아하겠니?”하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걸 따져보았자 자기만 불리할 테니까. 하나에게 중요한 건 엄마가 오빠는 좋아하고 자기는 미워한다는 점이다. 하나가 원하는 건 엄마가 자기랑 오빠를 똑같이 대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하나 어머니 마음을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내가 보기엔 하나가 옳다. 자식이 보여주는 언행의 잘잘못을 일일이 따져보고, 바른 자식은 사랑하고, 좀 비뚤어진 자식은 미워하는 게 바른 사랑법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어머니 사랑이 절실하게 필요한 아이는 희성이가 아니라 하나다. 그럼에도 하나 어머니는 하나에게 이렇게 따졌다.
“엄마가 널 미워해서 잔소리하는 거라고 생각하니?” 하나 반응은 당찼다.
“당연하지, 그럼 아니야?” 이러니 하나 어머니 속도 답답하겠다. 하지만 자식과 평행선을 달리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어른인 어머니가 먼저 자식을 이해하는 게 좋다. 자식을 비교하면서 잔소리해대는 방식으론 결코 해결을 못 본다. 하나 이야기는 이쯤 하고 다른 제자 이야기로 넘어가자.
나의 제자 대홍이는 재미있는 녀석이다. 어느 날 글쓰기 공책에 이렇게 썼다.
“신나게 컴퓨터 게임을 하는데 ‘그분’이 오셨다. 재빨리 컴퓨터를 끄고 공부하는 척했다. ‘그분’의 잔소리는 일단 피하는 게 상책이다.”궁금해서 물었다. “대홍아, ‘그분’이 누구시니?” “우리 외할머니요. 경로당에 갔다가 돌아오시면 대뜸 잔소리부터 해요.” “그렇다고 외할머니를 ‘그분’이라고 하다니 재미있구나.”
대홍이는 ‘그분’ 때문에 몹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 가정방문 가서 그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대홍이 외할머니가 먼저 내게 하소연했다.“선상님, 이것도 세대 차이인지, 대홍이가 통 할미 말을 안 듣네요.” 대홍이가 제꺽 끼어들었다.
“내가 언제 할머니 말을 안 들었다고 그래요? 그럼, 할머니는 내 말 들어요?” 평소에도 이런 식으로 티격태격하는 모양이었다. 대홍이 외할머니가 묻지도 않은 자식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내 아들은 공부 잘했어요. 울산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전체 수석을 했다니까요. 공부해라, 공부해라, 말하지 않아도 잘했어요. 서울대학교 나왔다니까요.”
“서울대학교 나왔으면 공부 잘했네요.”내가 추임새를 넣자 대홍이 외할머니는 더욱 신바람이 났다.
“그런데 대홍인 공부를 못해요. 애가 영 틀려먹었어요. 할미가 공부하라고 말하면 벌떡벌떡 대들고 그래요.”
“할머니가 공부 잘 한 거 아니잖아. 외삼촌이 잘한 거지.”재홍이가 따지자 할머니가 빽 소리쳤다.
“할머니 닮아서 잘한 거야!”
“외할아버지 닮아서 잘한 건지 어떻게 알아요?”
“누굴 닮아서 잘했던 넌 외삼촌과 비교하면 저기 천리 밖의 꼬래비야. 공부도 못하는 주제에 뭐 잘났다고 할머니한테 말대꾸야!” 옆에서 듣고 있으려니 대홍이 외할머니도 참 딱하시다. 똑똑한 아들 놔두고 힘들게 사는 딸네 집에 와 사시면서, 왜 잔소리하는 걸 낙으로 삼으시는지. 아이들이 비교당하는 걸 얼마나 싫어하는지, 특히 공부 잘하는 사람과 비교당하는 걸 얼마나 질색팔색 하는지 모르시는 것 같다. 오직 당신 자식 자랑을 방패삼아, 외손자를 몰아세우니 대홍이가 외할머니를 좋아하겠는가. 이렇듯 어른들은 속으로는 자기만족에 취해 살면서 겉으론 아이를 위하는 척한다. 아이들과 어른의 관계가 안 좋은 까닭이 대게 이렇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대홍이가 낸 글쓰기 공책을 보니 대번에 이런 문장이 눈을 파고든다.
“선생님이 가정방문 마치고 돌아가시자마자 ‘그분’이랑 한 바탕 싸웠다. 엄마가 말려서 간신히 싸움을 그만 두었다. ‘그분’때문에 내가 못살겠다.”
오누이는 집에서도 대우받는 게 사뭇 다르다. 하나 어머니 이야기를 들어보면 희성이는 기특해서 마음에 끌리는데, 하나는 빈틈이 보여 잔소리를 늘어놓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누적되다보니 하나랑 어머니 사이가 나빠졌다. 그뿐 아니라 하나 어머니는 딸 하나가 미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하나네 집에 가정방문 갔을 때 이 문제를 놓고 이야기했다. “희성이는 믿음직스러워 저절로 마음이 가는데 하나에겐 그렇게 안 돼요.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해도 잘 안 돼요. 자꾸 하나 단점이 눈에 띄어 속상할 때가 많아요. 어떡하면 좋아요, 선생님?” 하소연하는 하나 어머니께 말했다.
“하나 어머니가 희성이랑 하나를 똑같이 사랑하시면 간단히 풀릴 문제네요.”하나 어머니가 나를 잠깐 쳐다본 뒤 하나에게 따지듯 물었다.“네가 보여주는 행동에 대해 너 스스로 생각해봐. 네가 엄마라면, 너랑 희성이 오빠 중에 누구를 더 좋아하겠니?”하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걸 따져보았자 자기만 불리할 테니까. 하나에게 중요한 건 엄마가 오빠는 좋아하고 자기는 미워한다는 점이다. 하나가 원하는 건 엄마가 자기랑 오빠를 똑같이 대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하나 어머니 마음을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내가 보기엔 하나가 옳다. 자식이 보여주는 언행의 잘잘못을 일일이 따져보고, 바른 자식은 사랑하고, 좀 비뚤어진 자식은 미워하는 게 바른 사랑법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어머니 사랑이 절실하게 필요한 아이는 희성이가 아니라 하나다. 그럼에도 하나 어머니는 하나에게 이렇게 따졌다.
“엄마가 널 미워해서 잔소리하는 거라고 생각하니?” 하나 반응은 당찼다.
“당연하지, 그럼 아니야?” 이러니 하나 어머니 속도 답답하겠다. 하지만 자식과 평행선을 달리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어른인 어머니가 먼저 자식을 이해하는 게 좋다. 자식을 비교하면서 잔소리해대는 방식으론 결코 해결을 못 본다. 하나 이야기는 이쯤 하고 다른 제자 이야기로 넘어가자.
나의 제자 대홍이는 재미있는 녀석이다. 어느 날 글쓰기 공책에 이렇게 썼다.
“신나게 컴퓨터 게임을 하는데 ‘그분’이 오셨다. 재빨리 컴퓨터를 끄고 공부하는 척했다. ‘그분’의 잔소리는 일단 피하는 게 상책이다.”궁금해서 물었다. “대홍아, ‘그분’이 누구시니?” “우리 외할머니요. 경로당에 갔다가 돌아오시면 대뜸 잔소리부터 해요.” “그렇다고 외할머니를 ‘그분’이라고 하다니 재미있구나.”
대홍이는 ‘그분’ 때문에 몹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 가정방문 가서 그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대홍이 외할머니가 먼저 내게 하소연했다.“선상님, 이것도 세대 차이인지, 대홍이가 통 할미 말을 안 듣네요.” 대홍이가 제꺽 끼어들었다.
“내가 언제 할머니 말을 안 들었다고 그래요? 그럼, 할머니는 내 말 들어요?” 평소에도 이런 식으로 티격태격하는 모양이었다. 대홍이 외할머니가 묻지도 않은 자식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내 아들은 공부 잘했어요. 울산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전체 수석을 했다니까요. 공부해라, 공부해라, 말하지 않아도 잘했어요. 서울대학교 나왔다니까요.”
“서울대학교 나왔으면 공부 잘했네요.”내가 추임새를 넣자 대홍이 외할머니는 더욱 신바람이 났다.
“그런데 대홍인 공부를 못해요. 애가 영 틀려먹었어요. 할미가 공부하라고 말하면 벌떡벌떡 대들고 그래요.”
“할머니가 공부 잘 한 거 아니잖아. 외삼촌이 잘한 거지.”재홍이가 따지자 할머니가 빽 소리쳤다.
“할머니 닮아서 잘한 거야!”
“외할아버지 닮아서 잘한 건지 어떻게 알아요?”
“누굴 닮아서 잘했던 넌 외삼촌과 비교하면 저기 천리 밖의 꼬래비야. 공부도 못하는 주제에 뭐 잘났다고 할머니한테 말대꾸야!” 옆에서 듣고 있으려니 대홍이 외할머니도 참 딱하시다. 똑똑한 아들 놔두고 힘들게 사는 딸네 집에 와 사시면서, 왜 잔소리하는 걸 낙으로 삼으시는지. 아이들이 비교당하는 걸 얼마나 싫어하는지, 특히 공부 잘하는 사람과 비교당하는 걸 얼마나 질색팔색 하는지 모르시는 것 같다. 오직 당신 자식 자랑을 방패삼아, 외손자를 몰아세우니 대홍이가 외할머니를 좋아하겠는가. 이렇듯 어른들은 속으로는 자기만족에 취해 살면서 겉으론 아이를 위하는 척한다. 아이들과 어른의 관계가 안 좋은 까닭이 대게 이렇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대홍이가 낸 글쓰기 공책을 보니 대번에 이런 문장이 눈을 파고든다.
“선생님이 가정방문 마치고 돌아가시자마자 ‘그분’이랑 한 바탕 싸웠다. 엄마가 말려서 간신히 싸움을 그만 두었다. ‘그분’때문에 내가 못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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