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애정사이
2006/2006년 05월 :
2006/05/01 00:00
그와 관계 맺기, 거리를 두고 그를 생각할 때 난 항상 이게 걱정이다. 좋은 사이이고 싶고, 그가 어른이 되어서도 잘 사귀고 싶다. 그러나 이런 바람은 현실에서 때때로 길을 잃는다. 그와 함께하는 일상에서는 ‘거리 두기’가 참으로 쉽지 않다.
그와 하는 일은 그야말로 ‘일상적’이다. 깨워서 학교 보내고, 찾아와서 과제물 같이 챙기고, 함께 놀다, 잘 시간 되면 잔다. 주말은 같이 놀러가기도 한다. 뭐 굳이 더 얘기할 필요도 없다. 초등학교 1학년생 아이를 둔 부모의 일상일 테니까.
이러한 일상에는 애정을 가진 부모로서의 배려와 선의도 깔려있지만, ‘보호자’로서 관리와 통제도 개입되어 있다. 보다 세련되게 행사하려고 노력하기는 하지만 내 쪽에 권력이 있는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다. 어쩌다 그의 잘못을 심하게 다그칠 때의 난 마음껏 힘을 행사하고 있는, 영락없는 권력자의 모습이다.
그가 나를 제일 친하게 생각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같이 놀 때일 것이다. 그러다가 “자 이제 그만.”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자마자 그와 나는 공적인 관계로 되돌아온다. 그는 아마도 이러한 시간이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를 너무 좋아한다. 하지만 제대로 사랑하는 걸까, 자신은 없다. “난 널 좋아해, 넌 너무 예뻐”, 서투른 애인들처럼 애정의 반복적 표현과 확인에 만족하고 있는 게 아닐까. 즐겁게 해주고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일, 그를 온전히 이해하는 일은 어렵기만 하다. 심지어는 그의 애정도 눈치 채지 못할 때가 있다.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유난히 서두르던 어느 날 아침. 밥 먹고 옷 걸치고 그의 가방과 준비물을 챙기고, 걸어가긴 너무 시간이 늦어서 아빠 차 타고 학교 가야겠다고 말하고 나가려는데 자기 저금통에서 만 원짜리 하나를 꺼내더니 내 앞에 쑥 내밀었다. “이거 주차요금 내.” 난 바쁜 마음에 무심코 돈을 받아들고 그의 등짝을 재촉했는데, 학교에 그를 데려다 놓고 보니 아차 싶었다.
며칠 전 걸어서 학교 가자는 얘기를 하면서 차타고 가면 주차요금 내야 한다는 말을 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다가 그 바쁜 아침에 내게 돈을 내민 거였다. 고맙다고 한마디 못한 게 하루 종일 마음에 걸렸다. ‘관리자’로서의 아빠 일상에 불쑥 찾아온 도둑 같은 그의 애정.
결국은 예민함과 긴장이지 싶다. 재미있게 살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아마도 어른들이랑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은 아이의 욕망이 현실에서 실현되는 길을 친절하게 안내해주기, 일상적 관계의 타성 속에서 언제든지 반짝일 수 있는 아이의 애정을 발견할 태세를 갖추는 일, 아이와 ‘거리를 두었을 때’만이 아니라 매일 부딪치는 일상에서 이러한 생각을 실현해보고자 하는 욕심.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몸을 빨리 움직여야 한다. “아빠는 날 좋아한다고 이야기할 뿐 진짜 좋아하는 것 같진 않아.”라며 그가 눈치채버리기 전에.
그와 하는 일은 그야말로 ‘일상적’이다. 깨워서 학교 보내고, 찾아와서 과제물 같이 챙기고, 함께 놀다, 잘 시간 되면 잔다. 주말은 같이 놀러가기도 한다. 뭐 굳이 더 얘기할 필요도 없다. 초등학교 1학년생 아이를 둔 부모의 일상일 테니까.
이러한 일상에는 애정을 가진 부모로서의 배려와 선의도 깔려있지만, ‘보호자’로서 관리와 통제도 개입되어 있다. 보다 세련되게 행사하려고 노력하기는 하지만 내 쪽에 권력이 있는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다. 어쩌다 그의 잘못을 심하게 다그칠 때의 난 마음껏 힘을 행사하고 있는, 영락없는 권력자의 모습이다.
그가 나를 제일 친하게 생각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같이 놀 때일 것이다. 그러다가 “자 이제 그만.”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자마자 그와 나는 공적인 관계로 되돌아온다. 그는 아마도 이러한 시간이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를 너무 좋아한다. 하지만 제대로 사랑하는 걸까, 자신은 없다. “난 널 좋아해, 넌 너무 예뻐”, 서투른 애인들처럼 애정의 반복적 표현과 확인에 만족하고 있는 게 아닐까. 즐겁게 해주고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일, 그를 온전히 이해하는 일은 어렵기만 하다. 심지어는 그의 애정도 눈치 채지 못할 때가 있다.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유난히 서두르던 어느 날 아침. 밥 먹고 옷 걸치고 그의 가방과 준비물을 챙기고, 걸어가긴 너무 시간이 늦어서 아빠 차 타고 학교 가야겠다고 말하고 나가려는데 자기 저금통에서 만 원짜리 하나를 꺼내더니 내 앞에 쑥 내밀었다. “이거 주차요금 내.” 난 바쁜 마음에 무심코 돈을 받아들고 그의 등짝을 재촉했는데, 학교에 그를 데려다 놓고 보니 아차 싶었다.
며칠 전 걸어서 학교 가자는 얘기를 하면서 차타고 가면 주차요금 내야 한다는 말을 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다가 그 바쁜 아침에 내게 돈을 내민 거였다. 고맙다고 한마디 못한 게 하루 종일 마음에 걸렸다. ‘관리자’로서의 아빠 일상에 불쑥 찾아온 도둑 같은 그의 애정.
결국은 예민함과 긴장이지 싶다. 재미있게 살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아마도 어른들이랑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은 아이의 욕망이 현실에서 실현되는 길을 친절하게 안내해주기, 일상적 관계의 타성 속에서 언제든지 반짝일 수 있는 아이의 애정을 발견할 태세를 갖추는 일, 아이와 ‘거리를 두었을 때’만이 아니라 매일 부딪치는 일상에서 이러한 생각을 실현해보고자 하는 욕심.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몸을 빨리 움직여야 한다. “아빠는 날 좋아한다고 이야기할 뿐 진짜 좋아하는 것 같진 않아.”라며 그가 눈치채버리기 전에.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