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이란 만화가를 아는가? 그는 엽기적 소재를 다룬 인터넷 만화로 신세대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후 온라인상에 연재된 <순정만화>, <아파트>, <바보>, <타이밍> 모두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여 현재 영화화가 진행 중이다. 강풀을 아는가와 모르는가는 신세대와 기성세대를 구분하는 기준이 될 것 같다. 톡톡 튀는 감수성과 따스한 인간미, 영화와 같은 연출력이 인터넷 세대에게 어필한 강점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신작 <26년>이 최근 한 포탈에서 연재되고 있다. 그런데 이 만화가 범상치 않다. 그림체가 서늘해졌다. 소재부터 차별적이다. 80년 광주로부터 26년 후, 광주 희생자의 자식들이 광주의 원흉을 암살하려 한다.

이제 막 반환점을 돈 <26년>의 완성도와 미래를 말하기엔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팩션을 지향하는 <26년>은 벌써부터 인터넷 세대에게 폭발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기존 강풀의 엽기만화에 열광했던 초등학생, 청소년, 20대 인터넷 세대가 <26년>을 통해 광주를 알고 한국 사회의 부조리에 분노하고 있다. <26년>은 광주의 기억이 희미해지는 기간이 아니라 광주를 새로운 기억으로 재창조하고 오늘에 맞게 재해석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 작가 자신이 자기 검열로부터 자유롭다면, 그리고 잠재적인 외부로부터의 검열로부터도 자유롭다면 우리는 한국 대중문화의 또 다른 수작을 목격할 수 있을 것 같다.

강풀의 <26년>을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은 인터넷과 인터넷을 놀이터삼아 거주하는 인터넷 세대의 정치적 가능성을 새삼 실감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현재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경화를 걱정하고 있다. 황우석 사태에서 확인된 국익지상주의, 양극화의 심화 속에서 이루어지는 배금주의, 국제 스포츠에서 확인되는 민족주의 등이 한국 사회에서 진행되는 우경화의 징후라고 말해진다. 그 중 인터넷과 익명의 인터넷 세대는 이러한 우경화의 중심으로 지적되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징후도 댈 수 있다. <26년>이 자리한 인터넷, <26년>에 대한 인터넷 세대의 환호는 그 반례가 될 것이다. 인터넷은 광주를 다시 이야기할 수 있게 하는 공간이 되고 있으며, 강풀의 엽기만화에 키득거렸던 인터넷 세대가 <26년>이 탄생하고 진행될 수 있게 하는 든든한 지지자가 되고 있다. 결국 문제는 자신의 입장을 유리하게 만드는 현상의 수집이 아니라 현재의 모순 되어 보이는 현상을 어떻게 입체적으로 연결지을 것인가이다.

강풀 본인도 그렇고 강풀의 독자도 그렇고 이들은 결코 근엄하지 않다. 작가의 변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만화가 갖고 있는 대중성을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한다. 그러한 대중성이 새로운 실험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고 <26년>을 낳게 되었다. 그 결과 인터넷과 인터넷 세대는 진보를 위한 잠재세력으로 재위치 되는 중이다. 우경화의 징후 역시 마찬가지로 접근해야하지 않을까? 좌절하고 한탄하기 전에 인터넷과 인터넷 세대가 갖고 있는 다중적 욕망의 대중성을 이해해야할 것이다.

그 이후에야 우경화에 대한 우려가 근본적인 대안을 낳을 것이다. 강풀 만화의 대중성과 <26년>의 탄생은 인터넷과 인터넷 세대의 새로운 정치적 가능성에 어떻게 접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홍성일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운영위원
2006/06/01 00:00 2006/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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