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이 오래 가는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2006/2006년 06월 :
2006/06/01 00:00
만화가 권태성 회원
5월. 푸르름의 계절.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나들이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즐거운 날들도 다같이 5월에 모여 있다. ‘아름다운 날’이라는 지방 선거일도 5월에 들어 있어 직장인들은 더욱 즐겁다. 5월이라는 계절만큼 싱그럽고 풋풋한 참여연대의 새내기 회원 권태성 씨를 만났다.
그는 가슴 따뜻해지는 일상의 이야기를 담은 연작 만화 ‘추억’과 유기견에 관한 만화 ‘괜찮아요’를 통해 인터넷에서 두루 알려져 있는 만화가이다. 부모님이 만화 가게를 운영해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만화를 좋아하게 됐다는 그가 만화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3년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열게 되면서부터 이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커서 꼭 만화가가 되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에요. 군대에 있을 때 사회에 나가서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다 만화를 택하게 된 것이죠. 대학을 졸업한 뒤 애니메이션 센터에서 1년 동안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습니다.”
무거운 주제에 외려 효과적인 만화
그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지만 특히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아 요즘 위안부에 관한 만화를 그리고 있다고 한다.
“만화가가 되기 이전부터 이 얘기를 언젠가 꼭 하고 싶다 생각했어요. 위안부 할머니들은 한 분, 두 분 돌아가시는데, 정부는 꼭 할머니들이 죽기를 바라는 사람들 같더군요. 급한 마음에 시작하게 됐습니다.”
작업이 끝나는 대로 자신의 홈페이지와 참여연대 회원사이트인 ‘활기차’에 올릴 생각이란다.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번 만화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이 만화를 통해 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위안부 문제를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위안부 문제처럼 현재 진행형인 문제를 올바로 풀어가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누구나 편히 볼 수 있다는 것, ‘펌질’을 통해 널리 퍼질 수 있다는 것,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는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데 만화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기견 이야기를 그렸을 때 여러 단체에서 저에게 도움을 요청해왔어요. 활동에 공감도 하고,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저는 운동가가 아니라 만화가입니다. 만화로 세상과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기에 한 가지 문제에만 매달릴 수는 없어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앞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고요. 기자는 펜으로, 만화가는 만화로, 자기가 가장 잘 하는 일로 참여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문득’ 참여연대 회원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전화를 걸어 회원 가입을 했다. 지난 가을의 일이다.
“재학 시절 과 학생회장을 하긴 했지만, 학생 운동이라고 부를만한 활동을 한 것은 아니었어요. 졸업 후 사회에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죠. 나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니까요.”
참여연대의 존재를 알고도 회원 가입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공감하고, 지지하긴 했지만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단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참여할 부분은 없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참여연대를 통해서 내가 몰랐던 많은 부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도, 완벽한 조직도 없다고 생각해요. 참여연대가 그나마 정도를 지키고 있고, 순수성을 지키면서 시민의 힘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그는 ‘보는 눈이 있으면 10번 할 일을 5번 할 것’이라며 권력 감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에서 만화가로 살아가기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한국에서 만화가로 살아가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가 만화가가 되겠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 역시 격려를 하는 한편 걱정도 했다고 한다.
“친구들이 응원은 했지만, 제가 진짜로 만화가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아버지는 찬성해주셨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좋아하는 일 하나만 하라고 말씀하시는 분이거든요. 그게 큰 힘이 되었죠.”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만화, 100% 만화가로 사는 것, 그의 꿈이다. 현실의 어려움으로 인해 지금은 다른 일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게 웃고 덮어버리는 만화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든, 슬픈 이야기든 보고 난 뒤 가슴에 남는 게 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울림 때문에 오래도록 기억되는 만화요.”
어떤 어려움에도 꺾이지 않고 만화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권태성 씨에게는 요즘 사람들이 사치로 여기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꿈이 멀리 있는 것 같지 않다. 아니, 이미 그 꿈을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는 만화를 그리고 있으니까.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