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나의 '틈'을 좁히는 여가
2006/2006년 07월 :
2006/07/01 00:00
“예전이랑 많이 달라졌네!” 몇 해 전만 해도 아름다운 기억의 한 장을 장식했던 추억의 장소가 사람의 손길을 타면서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일이 허다하다. 구불구불한 흙길은 시커멓고 곧게 뻗은 아스팔트 도로로 탈바꿈한다. 그 도로를 사이에 두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대형 식당,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대형 민박집과 펜션 등이 들어선다. 한적하고 아늑하고 조용했던 곳, 때론 사람의 자취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그곳이 사람들로 넘쳐난다. 노래방, 술집, 숙박업소 그리고 큰 주차장. 작지 않은 한반도 구석구석, 제주도부터 강원도까지 비슷한 모양새다.
하지만 그곳에서 제대로 된 여가를 즐길 수 있을까? 신나게 놀고 먹을 수는 있겠지만, 자연과의 진정한 교감은 잃어버린 지 오래다. 자연을 해쳐가며 자연미를 느끼려 하는 역설적인 여가 문화가 자연과 인간 사이에 좁히기 어려운 틈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짧은 시간 동안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가고 있다.
레저산업으로 파괴되는 생태계
2002년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강원도 동강은 불과 몇 년 사이에 확연히 달라졌다. 급류 타기(래프팅)를 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동강은 변했다. 성수기인 7~8월 주말에는 관광버스 400대가 들어온다. 40명 씩 타고 온다고 가정했을 때, 1만 6,000명 쯤 이곳을 찾는 것이다. 주변 도로는 아스팔트로 포장되었고 큰 주차장과 민박촌이 들어섰다. 동강 감시원 할아버지는 “3~4년 전만 해도 동강 물을 식수로 이용했지만 지금은 똥물이 됐다. 주민들은 동강이 아니라 똥강이라 부른다. 이제 여기에는 물고기도, 새도 없다.”며 “래프팅을 당장 금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야생동식물의 서식지, 천혜의 비경을 가진 자연생태계 보전지역 동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관광지로 알려진 대관령 삼양목장. 한반도의 핵심생태축인 백두대간 마룻금이 지나는 곳이다. 소황병산을 비롯한 목장 곳곳의 고층습원에서는 다양한 습지 생물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사소한 환경변화에도 훼손되기 쉬워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지역인데도 목장으로 인해 백두대간 생태축이 단절되고, 고층습지생태계의 파괴마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1972년부터 초지로 조성돼 방목된 소가 3,000마리가 넘었으나 지금은 600여 마리만 남아 있어 목장으로서의 기능을 대부분 잃었다. 소를 키운다는 목적이 사라진 초지에 대해 생태 복원 노력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삼양목장은 초지 대부분을 국유지로 반납하지 않고 불법으로 법적 보호 야생식물을 채취하고 이식하여 야생화 단지를 만들었다. 또한 반생태적인 백두대간 관광까지 성행하고 있어 수학여행 버스와 오프 로드(비포장 험로) 차량이 줄지어 통행하는 바람에 삼양목장의 사막화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관광을 위한 개발과 환경파괴
또 하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도로 건설에 혈안이다. 여기에 건설교통부, 한국도로공사가 맞장구를 치고 있다. 여름휴가 3주 동안에 밀려드는 관광수요를 수용하기 위해 51주를 놀리는 관광도로인 춘천-양양고속도로를 3조 8439억원 투입하여 건설계획 중이다. 춘천~양양고속도로는 설악산과 오대산 사이를 뚫고 점봉산 등을 관통해 산림훼손등의 환경파괴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관광산업의 중점은 경관이지만 도로가 건설되면 이 지역의 생태적 가치와 환경이 훼손돼 관광적 가치는 추락하게 된다. 그리고 강원도 교통계획을 통합적으로 접근하면 춘천-양양고속도로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 도로 건설과 관련된 타당성 재검증 보고서(2003년)에 의하면 춘천~양양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같은 축을 지나는 국도 44호선과 국도 56호선, 국지도 56호선의 통행량이 50%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영동고속도로 새말~강릉 구간의 통행량 감소율도 35%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현재 교통량과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줄어드는 것으로 춘천~양양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다른 도로를 놀리는 꼴이 된다. 현재 강원도의 경우, 국도·지방도의 확장 공사, 철도 신설 및 복선화를 계획 중이거나 공사 중인 곳이 많다. 따라서, 단순히 고속도로 수요예측만이 아닌 강원권 전체의 교통계획에 대한 통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언론이 잘못된 여가문화 조장
여기에 덧붙여 언론의 과잉홍보가 잘못된 여가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삼양목장, 금대봉, 동강 등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정보 검색을 해보면 홍보성 광고가 그득하다. 금대봉 야생화 트레킹, 산나물 산행 등 여행 추천 일색이다. 생태계보전지역인 금대봉에 가서 지켜야 할 주의사항 등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다. 삼양목장, 동강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이곳들이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생태계보전지역이고, 그 만큼 사람들의 접근에 민감하다는 점은 어느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다. 금대봉-대덕산 환경감시원 신효순 씨는 “언론에서 무조건 좋다고 광고를 해대니, 출입금지를 시켜도 사람들이 몰려온다. 그러니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8할이 넘는 사람들이 언론에 난 기사를 보고 삼양목장, 금대봉, 동강을 찾고 있다. 여가를 건강하게 누리는 방법을 소개해 주지 않고 무작정 가고 보라는 식의 언론의 여행지 소개가 우리나라의 생태계를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여가는 남는 시간을 이용해 즐거움을 얻는 행위이다. 일상에 찌든 사람들의 탈출구인 것이다. 여행지에 가면 곧잘 “맘먹고 놀러 왔으니, 제대로 한 번 놀아보자.”란 말을 하게 된다. 빌딩이 꽉 들어찬 도시에서 억눌려온 욕구가 걷잡을 수 없이 표출되는 것이다. 얼마 전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전혀 생태적이지 않은 청계천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것도 도시 안에 생태공간이 절대 부족하다는 데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가까운 곳에서 자연에 들어 여가를 즐길 수 있다면 이처럼 집단적이고 한번에 모든 것을 쏟아내는 기형적인 여가 문화가 판을 치지는 않을 것이다. 평소에 꼭꼭 억눌러온 욕구가 분출되는데, 이성을 갖고 주변을 배려할 겨를이 없다. 내가 다시 오지 않을 장소에 애정을 갖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내 집에서의 행동과 여행지에서 행동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다. 사는 곳 가까이에 여가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도심에 생태공간을 만들어야
일본 오사카를 방문해서 공원을 조사한 적이 있다. 도시 한복판에 공원도 많았지만 나무가 가득 들어차 마치 깊은 숲에 든 느낌이었다. 생태공원 전문가 김선희 박사는 “일본에는 도시 안에 공원을 많이 조성해 언제든지 숲을 찾을 수 있고, 가족 단위로 취사 야영을 즐길 수 있는 시설도 잘 갖춰 두었다.”고 말한다. 일본처럼 빌딩숲 속에도 시원한 물줄기와 상쾌한 숲이 있다면 굳이 먼 곳을 찾아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여가를 즐길 수 있다. 또 도시의 생태공원에서 환경교육도 하고, 여가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준다면 우리의 여가 문화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지 않을까.
먹고 마시고 소비만 하는 여가에는 늘 아쉬움이 따른다. 자연의 품속에 들어 관찰하고 배우는 알찬 생태여가를 즐겨보자. 올 여름 휴가를 제대로 즐기길 원하는 독자라면 녹색연합 홈페이지를 방문해 ‘생태휴가 떠나는 법’을 읽어보거나 ‘여행자의 윤리-론니플래닛의 제안’을 읽고 휴가를 떠날 것을 추천한다. 자연과 나의 틈을 메우면, 자연은 새로운 세상으로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제대로 된 여가를 즐길 수 있을까? 신나게 놀고 먹을 수는 있겠지만, 자연과의 진정한 교감은 잃어버린 지 오래다. 자연을 해쳐가며 자연미를 느끼려 하는 역설적인 여가 문화가 자연과 인간 사이에 좁히기 어려운 틈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짧은 시간 동안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가고 있다.
레저산업으로 파괴되는 생태계
2002년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강원도 동강은 불과 몇 년 사이에 확연히 달라졌다. 급류 타기(래프팅)를 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동강은 변했다. 성수기인 7~8월 주말에는 관광버스 400대가 들어온다. 40명 씩 타고 온다고 가정했을 때, 1만 6,000명 쯤 이곳을 찾는 것이다. 주변 도로는 아스팔트로 포장되었고 큰 주차장과 민박촌이 들어섰다. 동강 감시원 할아버지는 “3~4년 전만 해도 동강 물을 식수로 이용했지만 지금은 똥물이 됐다. 주민들은 동강이 아니라 똥강이라 부른다. 이제 여기에는 물고기도, 새도 없다.”며 “래프팅을 당장 금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야생동식물의 서식지, 천혜의 비경을 가진 자연생태계 보전지역 동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관광지로 알려진 대관령 삼양목장. 한반도의 핵심생태축인 백두대간 마룻금이 지나는 곳이다. 소황병산을 비롯한 목장 곳곳의 고층습원에서는 다양한 습지 생물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사소한 환경변화에도 훼손되기 쉬워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지역인데도 목장으로 인해 백두대간 생태축이 단절되고, 고층습지생태계의 파괴마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1972년부터 초지로 조성돼 방목된 소가 3,000마리가 넘었으나 지금은 600여 마리만 남아 있어 목장으로서의 기능을 대부분 잃었다. 소를 키운다는 목적이 사라진 초지에 대해 생태 복원 노력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삼양목장은 초지 대부분을 국유지로 반납하지 않고 불법으로 법적 보호 야생식물을 채취하고 이식하여 야생화 단지를 만들었다. 또한 반생태적인 백두대간 관광까지 성행하고 있어 수학여행 버스와 오프 로드(비포장 험로) 차량이 줄지어 통행하는 바람에 삼양목장의 사막화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관광을 위한 개발과 환경파괴
또 하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도로 건설에 혈안이다. 여기에 건설교통부, 한국도로공사가 맞장구를 치고 있다. 여름휴가 3주 동안에 밀려드는 관광수요를 수용하기 위해 51주를 놀리는 관광도로인 춘천-양양고속도로를 3조 8439억원 투입하여 건설계획 중이다. 춘천~양양고속도로는 설악산과 오대산 사이를 뚫고 점봉산 등을 관통해 산림훼손등의 환경파괴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관광산업의 중점은 경관이지만 도로가 건설되면 이 지역의 생태적 가치와 환경이 훼손돼 관광적 가치는 추락하게 된다. 그리고 강원도 교통계획을 통합적으로 접근하면 춘천-양양고속도로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 도로 건설과 관련된 타당성 재검증 보고서(2003년)에 의하면 춘천~양양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같은 축을 지나는 국도 44호선과 국도 56호선, 국지도 56호선의 통행량이 50%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영동고속도로 새말~강릉 구간의 통행량 감소율도 35%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현재 교통량과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줄어드는 것으로 춘천~양양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다른 도로를 놀리는 꼴이 된다. 현재 강원도의 경우, 국도·지방도의 확장 공사, 철도 신설 및 복선화를 계획 중이거나 공사 중인 곳이 많다. 따라서, 단순히 고속도로 수요예측만이 아닌 강원권 전체의 교통계획에 대한 통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언론이 잘못된 여가문화 조장
여기에 덧붙여 언론의 과잉홍보가 잘못된 여가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삼양목장, 금대봉, 동강 등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정보 검색을 해보면 홍보성 광고가 그득하다. 금대봉 야생화 트레킹, 산나물 산행 등 여행 추천 일색이다. 생태계보전지역인 금대봉에 가서 지켜야 할 주의사항 등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다. 삼양목장, 동강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이곳들이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생태계보전지역이고, 그 만큼 사람들의 접근에 민감하다는 점은 어느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다. 금대봉-대덕산 환경감시원 신효순 씨는 “언론에서 무조건 좋다고 광고를 해대니, 출입금지를 시켜도 사람들이 몰려온다. 그러니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8할이 넘는 사람들이 언론에 난 기사를 보고 삼양목장, 금대봉, 동강을 찾고 있다. 여가를 건강하게 누리는 방법을 소개해 주지 않고 무작정 가고 보라는 식의 언론의 여행지 소개가 우리나라의 생태계를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여가는 남는 시간을 이용해 즐거움을 얻는 행위이다. 일상에 찌든 사람들의 탈출구인 것이다. 여행지에 가면 곧잘 “맘먹고 놀러 왔으니, 제대로 한 번 놀아보자.”란 말을 하게 된다. 빌딩이 꽉 들어찬 도시에서 억눌려온 욕구가 걷잡을 수 없이 표출되는 것이다. 얼마 전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전혀 생태적이지 않은 청계천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것도 도시 안에 생태공간이 절대 부족하다는 데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가까운 곳에서 자연에 들어 여가를 즐길 수 있다면 이처럼 집단적이고 한번에 모든 것을 쏟아내는 기형적인 여가 문화가 판을 치지는 않을 것이다. 평소에 꼭꼭 억눌러온 욕구가 분출되는데, 이성을 갖고 주변을 배려할 겨를이 없다. 내가 다시 오지 않을 장소에 애정을 갖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내 집에서의 행동과 여행지에서 행동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다. 사는 곳 가까이에 여가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도심에 생태공간을 만들어야
일본 오사카를 방문해서 공원을 조사한 적이 있다. 도시 한복판에 공원도 많았지만 나무가 가득 들어차 마치 깊은 숲에 든 느낌이었다. 생태공원 전문가 김선희 박사는 “일본에는 도시 안에 공원을 많이 조성해 언제든지 숲을 찾을 수 있고, 가족 단위로 취사 야영을 즐길 수 있는 시설도 잘 갖춰 두었다.”고 말한다. 일본처럼 빌딩숲 속에도 시원한 물줄기와 상쾌한 숲이 있다면 굳이 먼 곳을 찾아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여가를 즐길 수 있다. 또 도시의 생태공원에서 환경교육도 하고, 여가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준다면 우리의 여가 문화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지 않을까.
먹고 마시고 소비만 하는 여가에는 늘 아쉬움이 따른다. 자연의 품속에 들어 관찰하고 배우는 알찬 생태여가를 즐겨보자. 올 여름 휴가를 제대로 즐기길 원하는 독자라면 녹색연합 홈페이지를 방문해 ‘생태휴가 떠나는 법’을 읽어보거나 ‘여행자의 윤리-론니플래닛의 제안’을 읽고 휴가를 떠날 것을 추천한다. 자연과 나의 틈을 메우면, 자연은 새로운 세상으로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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