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는 지방선거일 뿐이다. 그러나 선거의 시점과 정치상황으로 인해 단순히 지방선거로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은 국민들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해 극단적인 태도를 표출했다는 사실이다.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의 지방정부 교체론에 귀막고 한나라당이 주장한 중앙정부 심판론에 주목한 셈인데, 지방선거의 이러한 특성이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가 된다. 그 결과는 국정운영과 정계개편으로 나타날 것이다.

정계개편에 미치는 지방선거 영향

먼저, 국정운영에 미치는 영향은 일종의 ‘이중정부’ 효과이다. 지방선거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구성하는 것이지만 한나라당이 지방을 장악했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의 분리와 대립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단순히 중앙과 지방의 분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지방정부와 지방정치를 독점한 한나라당의 힘은 중앙정부와 중앙정치를 향한 무기가 되어 중앙정치에 대한 한나라당의 영향력을 높이게 되고, 이 상황이 참여정부의 임기말 현상과 겹치면서 레임덕보다 훨씬 심화된 일종의 ‘이중정부’ 현상으로 확대되어 나타날 수 있다.

지방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은 여전히 중앙권력과 중앙정치에서 우위를 유지하겠지만 지방권력과 지방정치를 장악한데다 내년 대선에서 구조적으로 유리한 한나라당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형성된 이러한 ‘비대칭적 균형’ 상태는 매우 불안정한 것이기에 안정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방의 힘을 바탕으로 대선을 향해 질주하는 한나라당의 공세는 필연적이며, 이 과정은 참여정부를 ‘절반의 정부’ 혹은 ‘식물화된 정부’로 몰아갈 가능성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고립된 대통령에게 정치적 결단을 강요할 수도 있다.

정치적 영향은 중앙정치에 대한 한나라당의 위상 강화와 열린우리당의 약화로 나타나는 것이지만, 이 상황이 내년 대선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열린우리당의 자구책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내부개혁만으로 이 상황을 돌파하기 어렵다는 점과 지역기반을 분점하고 있는 민주당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치권 외곽에 고건이라는 유력한 변수가 존재한다는 점 때문에 문제해결은 복합적이고 구조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정계개편의 논리가 시작된다.

지방선거는 대선을 겨냥한 화살인가?

정치상황을 감안할 때 정계개편의 출발점은 열린우리당과 고건이다. 이것은 단순한 정계개편을 의미하는데, 한나라당과 반한나라당 연합의 양자대결구도이거나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과 고건의 3자대결구도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나라당의 경쟁구도가 통제되지 않을 경우에는 한나라당까지 포함하는 복잡한 정계개편으로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은 열린우리당 비대위의 선택과 한나라당의 경쟁구도에 영향을 받는 것인 만큼 언론에서 보도하는 조기 정계개편론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더 중요한 문제는 정계개편의 경로나 양상이 아니라 어떤 정계개편이 일어나든 그것은 정치권 내부의 문제여서 의미있는 변화를 동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정치본질 불변론이다.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선호한 것이 아니라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불만을 표출하는 ‘네거티브 투표’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계개편은 유효한 대선전략일 수는 있을지언정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는 전략은 되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대선국면으로 접어들면 정계개편은 인물과 인물의 산술적 결합이거나 지역과 지역의 물리적 결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 상황에서는 쟁점 정책에 대한 재검토나 정치발전의 여지는 축소되고 단순 표계산에 의존한 지역주의적 정치공학이나 인물연합식 합종연횡만 횡행하게 될 것이며, 그 결과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환멸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치권 위주의 정계개편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시민운동이여, 뿔뿌리지역운동에서 다시 출발하라.

그러나 지방선거나 정계개편 논의에서 정치보다 중요한 화두는 시민사회의 무력감이라는 대안부재의 상황이다. 지난 대선과 탄핵을 거치면서 일시적으로 활성화되었던 시민사회운동은 낡은 정치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거나 정치권을 개혁적으로 견인하지 못했으며, 지방선거에서도 무기력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선거과정에서 시민사회운동이 추진한 정책제안과 정책검증이라는 운동방식은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선거에도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은 시민사회운동에게 두 방향으로 과제를 제시한다. 하나는, 민주화 과정에서 민간정부의 반복된 실패가 시민사회의 보수화와 정치적 반동화로까지 연결될 것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활성화된 건강한 시민사회를 구축하지 않고서는 사회의 민주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다. 이것은 시민사회운동이 지역운동과 풀뿌리운동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근본적인 과제이다.

또 하나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 대한 구상이 모호하고 담당주체가 부재한 상황에서 혼란과 갈등이 가중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민주화 이후의 대안적인 발전모델의 정립과 이를 주도해나갈 정치적 주체의 형성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제 시민사회운동은 제도와 현상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수동적인 타인의존형 운동방식에서 벗어나 대안을 무기로 새로운 사회를 제시하고 추동하는 능동적인 주체형 정치사회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결국, 지방선거가 시민사회운동에 주는 교훈은 정계개편론이나 대선승리론을 뛰어넘는 대안적인 발전전략을 모색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시민사회를 활성화하는 아래로부터의 토대형성의 과제와 대안적 발전모델을 제시하고 주도할 주체형성의 과제는 상호연결된 것이며 시민사회 발전을 위한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시민사회운동은 이 두 날개로 날아야 한다.

정대화상지대학교 정치학 교수
2006/07/01 00:00 2006/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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