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민족통일 대축전 참가기
지난 6월 15일, 참여연대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나는 평화군축센터의 공성경 간사, 그리고 회원들과 함께 광주에서 열린 615 민족통일 대축전에 참석했다. 나의 힘으로 통일을 이루어보겠노라고, 통일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 만나면, 우리가 모이면 꿈같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2002년부터 여러 북측 주민을 볼 기회가 있었다. 금강산에서 고전 여배우와 같이 고운 화장을 한 얼굴로 음료수를 팔던 아가씨, 자전거를 끌고 인근 마을을 향해 걸어가는 아버지와 아들, 개천에서 반바지를 입고 수영하는 아이들을 기억한다. 하지만 남쪽에 온 북쪽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해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615공동선언 북측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김유호씨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는 그에게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걸렸냐고 물었다.

“한 시간 반 걸렸지요.”

그날 서울에서 3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광주에 온 나에게 북에서 온 사람이 ‘한 시간 반’걸렸다는 이야기는 쉽게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들과 우리가 만나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그들은 어떠한 기대를 품고 남쪽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을까? 생각하면서 북측이 대표단이 “외세를 물리쳐야 한다.”는 구호를 연이어 전달하는 동안, 나는 김유호씨에게 싸인을 받았다. 남북 시민환경상봉모임에서 넘쳐나는 정치적인 구호 속에서 나는 ‘김유호’라는 사람의 자취를 얻었다. 내 기억에 그는 약간 벗겨진 머리와 벌겋게 그을린 얼굴을 한 한국 사람, 한국 아저씨이다.

조선대학교에서 이어진 615 대축전 공연의 분위기는 마치 전국 노래자랑 같았다. 평양에서 온 음악단은 조선 팔도를 열거하며, 트롯트 가락을 불렀고, 광주시민들은 흥에 겨워 덩실덩실 춤을 췄다. 나는 사람들과 기차를 만들고,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부르며 공연장을 누볐다. 한국전쟁이 터지고, 남북이 대치하는 동안, 그리고 광주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는 동안,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들이 불렀을 노래들을 평양에서 온 음악단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평화의 노래, 행복과 희망의 리듬이었다. 우리는 춤추지 않을 수 없었다. 꿈을 꾸고, 춤을 추고, 평화의 노래만 부르기에도 아까운 시간이었다. 우리는 615 공동선언을 통해 시작된 이땅의 평화와 통일의 노래를 이어 불렀다.

나는 북측 젊은이의 삶이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 그들은 나처럼, 끊임없는 취업경쟁 속에서 할 일이 없다고 절망하고, 그들은 나처럼, 넘쳐나는 음식을 주체하지 못해 쓰레기로 버리며, 그들은 나처럼, 헐리우드 배우들의 스타일을 닮지 못해 안달일까? 우리 세대가 서로 만나서 얘기하고 소통하는 것이 통일을 앞당기는 일이 될 것이고 언제가 그것은 현실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도 멀다. 너도 나도 붉은 악마가 되어 ‘대한민국’을 외치는 월드컵 열기 속에서 북측이 미사일을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뉴스가 들린다. 이 여름, 남북의 청년들은 뜨거운 축제와 함께 차가운 현실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형여린참여연대 자원활동가
2006/07/01 00:00 2006/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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