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후 정부와 보수언론이 한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참여정부 초기만 해도 상당한 대립각을 형성하던 이들이었는데, 어느새 때어놓을 수 없는 ‘단짝친구’가 된 거 같다. 그리고 이들의 우정은 이번 홍수를 통해 더욱 굳건해지고 있는 듯하다.

7월 15일을 전후하여 국토 전역을 휩쓸고 간 엄청난 비로 인해 많은 이들이 힘겨워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비 피해는 결국 서민들의 삶을 망쳐놓았고,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많은 비판이 따르기 시작했다. 정부와 보수언론은 드디어 이 사태의 ‘주범’을 지목했다. 바로 환경단체란다. 환경단체 때문에 홍수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보수언론과 정부는 이 사태에 대한 책임 여부를 놓고 일치단결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와 보수언론의 주장인즉 이렇다. 그동안 정부가 줄기차게 새로운 댐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여러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인해 댐 건설을 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이번에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로 인해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이 사태의 책임을 환경단체들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진실은 이들의 주장과는 사뭇 다르다. 오히려 이번 수해는 지나친 난개발로 인해 하천이 제 기능을 상실한 것이 더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무분별한 하천 개발과 삼림 파괴, 도로 건설, 하천 폭을 좁히고 제방을 높이 쌓아 옛 물길에 도시를 건설하는 등 자연이 가진 홍수방재 기능을 인위적으로 훼손한 점은 간과한 채, 모든 책임을 환경단체에게 돌리려는 정부와 보수언론의 작태에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그동안 환경단체들이 댐 건설을 반대했던 것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기 때문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보수언론은 그런 점은 쏙 빼버린 채, 마치 환경단체를 막연하고 허황된 이상주의나 꿈꾸는 이상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월댐의 경우 시민단체들이 건설을 반대했던 이유는 동강유역이 석회암 지대이므로 동공이 많고, 지진도 잦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댐 건설을 주장하는 정부나 보수언론의 주장 어디에서도 이러

한 점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결국 댐 건설을 둘러싼 이번 논쟁은, 홍수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 많은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정부가 자신들에게 쏟아질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내세운 일종의 ‘방패’이며,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을 이용하여 평소 눈엣가시 같았던 진보환경단체들에게 해를 가하려는 보수언론의 의도가 합쳐져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억지 부리기와 책임 떠넘기기로 국민을 기망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평화로운 삶을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과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보수언론 역시 객관성을 상실한 채, 자신들과 뜻을 같이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환경단체와 진보 시민단체를 폄하하려는 행동을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

송영준참여연대 회원
2006/08/01 00:00 2006/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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