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고 친 뒤 약속 이행은 어떻게?
2006/2006년 09월 :
2006/09/01 00:00
“지난날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반성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기금헌납과 사회공헌을 발표합니다.”
지난 2월7일 삼성의 대국민 발표 중 한 대목이다. 참여정부 들어 사회적 물의를 빚거나, 불법행위로 사법처벌의 대상이 된 대기업들이 국민에게 사죄의 뜻으로 사회공헌을 약속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가 대표적이다. 사회공헌 약속에는 사법처리를 면해달라는 뜻도 담겨있다. 이를 두고 돈으로 면죄부를 사는 것은 사회공헌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2003년 6월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 등으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8월 1천억 원 상당의 주식을 사재출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2004년 4월 ‘뉴SK’를 제시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경영이념으로 내걸었다. 삼성은 지난 2월7일 안기부 X파일 사건 및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유죄판결로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이건희 회장일가의 재산으로 8천억 원 상당의 사회기금 헌납을 발표했다. 현대차도 정몽구 회장과 최고경영진의 비자금 조성 및 불법로비 사건이 터지자 지난 4월19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정 회장일가가 갖고 있는 1조원 상당의 글로비스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재벌이 사죄의 뜻으로 사재출연을 한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9년 삼성차 경영실패의 책임을 지고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채권단에 사재출연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제시된 사회공헌 약속
참여정부 이후 재벌의 사회공헌 약속이 이전과 다른 것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약속과 함께 제시된 점이다.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불법로비 등이 가능했던 것은 총수가 절대권한을 휘두르는 황제경영,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 불투명한 기업회계와 같은 후진적 기업지배구조 탓이라는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SK는 2003년 6월 기업구조개혁 방안 발표를 통해 총수 1인 지배체제의 탈피와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의 전환을 표방했다. 삼성은 구조본의 기능 조정과 축소, 계열사 독립경영 강화 등을 약속했다. 현대차도 구조본에 해당하는 기획총괄본부의 축소·재편과 계열사 독립경영 등 유사한 약속을 내놓았다.
공통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도 특징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출발은 법과 규범을 제대로 지키는 준법경영이다. 재벌이 좋은 경영성적을 거두고도 존경받지 못하는 것은 법과 규범을 어기기 때문이다.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과 사회공헌 약속은 사회적 책임 준수를 말뿐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천하겠다는 다짐으로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재벌의 사회공헌은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큰 틀에서 살펴봐야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삼성, 현대차, SK의 사회공헌 약속 이행 정도는 서로 다르다. 삼성은 8천억 원의 사회기금 헌납을 포함해 약속한 것을 모두 이행했다고 자평한다. SK는 2004년 7월 자원봉사단을 발족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은 아직 이행하지 않았다. 현대차는 사회공헌 약속 이행을 총수와 경영진의 재판종료 이후로 미루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약속의 이행은 어떤가? SK는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SK(주)의 경우 이사회의 70%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이사회 중심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과제도 있다. SKT 등이 내부거래를 통해 최태원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SKC&C를 지원하는 것 등이 문제로 꼽힌다. 삼성과 현대차는 SK에 비해 좀더 분발해야 한다. 삼성은 구조본을 줄이고 이름도 전략기획실로 바꾸었지만, 내부에서조차 얘기가 많다. 구조본은 그동안 삼성이 뛰어난 경영실적을 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불법 정치자금 제공과 로비, 세금 없는 대물림 등을 주도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삼성 구조본은 이에 대해 “시작인만큼, 인내를 갖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한다. 현대차도 비자금과 불법로비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전 근대적 경영행태를 글로벌경영에 걸맞는 수준으로 개혁하겠다며, 시간을 달라고 말한다.
총수가 직접 과거와 단절 선언하고 청사진 제시해야
결국 삼성, 현대차, SK의 사회공헌과 지배구조 개선은 완결된 것이 아니고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사회공헌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약속이 면죄부용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단임을 보여주려면 보다 분명하고, 신속한 개혁이 필요하다. 재벌총수가 직접 국민들 앞에서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삼성과 현대차의 대국민 사과와 사회공헌 및 지배구조 개선 약속은 모두 전문경영인들에 의해 이뤄졌다. 실질 책임자인 재벌총수들은 뒤로 숨었다. ‘얼굴 없는 사과와 약속’은 진실성이 떨어진다. 현재 진행 중인 관련사건의 재판에서도 보다 솔직한 태도가 요구된다. 삼성은 대국민 발표에서 에버랜드 CB 헐값발행 등의 불법·변칙 상속증여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은 에버랜드 항소심에서 “에버랜드 경영진이 알아서 한 일로, 이건희 회장과 구조본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고 있다. 이건희 회장으로서는 혐의사실을 인정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성이 있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을 솔직히 털어놓고, 선처를 구하는 게 대국민 사과의 취지에 맞지 않을까? 현대차 정몽구 회장도 마찬가지다. “비자금 조성 사실을 구체적으로는 몰랐다, 밑에서 한 것”이라는 변명에 국민들은 입맛이 쓰다.
삼성과 현대차, SK는 지금까지 운이 좋았다. 무거운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회사가 문을 닫거나, 경영진이 무더기로 사법처벌을 받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런 행운이 따르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모하다. 사회공헌을 면죄부로 쓰는 것도 한두 번이다. 지배구조 개혁을 통해 불법행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고, 세계적 대세로 자리잡은 사회적 책임에 충실하게 경영 패러다임을 새로 짜야 한다.
지난 2월7일 삼성의 대국민 발표 중 한 대목이다. 참여정부 들어 사회적 물의를 빚거나, 불법행위로 사법처벌의 대상이 된 대기업들이 국민에게 사죄의 뜻으로 사회공헌을 약속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가 대표적이다. 사회공헌 약속에는 사법처리를 면해달라는 뜻도 담겨있다. 이를 두고 돈으로 면죄부를 사는 것은 사회공헌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2003년 6월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 등으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8월 1천억 원 상당의 주식을 사재출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2004년 4월 ‘뉴SK’를 제시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경영이념으로 내걸었다. 삼성은 지난 2월7일 안기부 X파일 사건 및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유죄판결로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이건희 회장일가의 재산으로 8천억 원 상당의 사회기금 헌납을 발표했다. 현대차도 정몽구 회장과 최고경영진의 비자금 조성 및 불법로비 사건이 터지자 지난 4월19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정 회장일가가 갖고 있는 1조원 상당의 글로비스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재벌이 사죄의 뜻으로 사재출연을 한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9년 삼성차 경영실패의 책임을 지고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채권단에 사재출연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제시된 사회공헌 약속
참여정부 이후 재벌의 사회공헌 약속이 이전과 다른 것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약속과 함께 제시된 점이다.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불법로비 등이 가능했던 것은 총수가 절대권한을 휘두르는 황제경영,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 불투명한 기업회계와 같은 후진적 기업지배구조 탓이라는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SK는 2003년 6월 기업구조개혁 방안 발표를 통해 총수 1인 지배체제의 탈피와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의 전환을 표방했다. 삼성은 구조본의 기능 조정과 축소, 계열사 독립경영 강화 등을 약속했다. 현대차도 구조본에 해당하는 기획총괄본부의 축소·재편과 계열사 독립경영 등 유사한 약속을 내놓았다.
공통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도 특징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출발은 법과 규범을 제대로 지키는 준법경영이다. 재벌이 좋은 경영성적을 거두고도 존경받지 못하는 것은 법과 규범을 어기기 때문이다.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과 사회공헌 약속은 사회적 책임 준수를 말뿐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천하겠다는 다짐으로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재벌의 사회공헌은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큰 틀에서 살펴봐야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삼성, 현대차, SK의 사회공헌 약속 이행 정도는 서로 다르다. 삼성은 8천억 원의 사회기금 헌납을 포함해 약속한 것을 모두 이행했다고 자평한다. SK는 2004년 7월 자원봉사단을 발족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은 아직 이행하지 않았다. 현대차는 사회공헌 약속 이행을 총수와 경영진의 재판종료 이후로 미루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약속의 이행은 어떤가? SK는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SK(주)의 경우 이사회의 70%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이사회 중심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과제도 있다. SKT 등이 내부거래를 통해 최태원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SKC&C를 지원하는 것 등이 문제로 꼽힌다. 삼성과 현대차는 SK에 비해 좀더 분발해야 한다. 삼성은 구조본을 줄이고 이름도 전략기획실로 바꾸었지만, 내부에서조차 얘기가 많다. 구조본은 그동안 삼성이 뛰어난 경영실적을 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불법 정치자금 제공과 로비, 세금 없는 대물림 등을 주도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삼성 구조본은 이에 대해 “시작인만큼, 인내를 갖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한다. 현대차도 비자금과 불법로비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전 근대적 경영행태를 글로벌경영에 걸맞는 수준으로 개혁하겠다며, 시간을 달라고 말한다.
총수가 직접 과거와 단절 선언하고 청사진 제시해야
결국 삼성, 현대차, SK의 사회공헌과 지배구조 개선은 완결된 것이 아니고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사회공헌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약속이 면죄부용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단임을 보여주려면 보다 분명하고, 신속한 개혁이 필요하다. 재벌총수가 직접 국민들 앞에서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삼성과 현대차의 대국민 사과와 사회공헌 및 지배구조 개선 약속은 모두 전문경영인들에 의해 이뤄졌다. 실질 책임자인 재벌총수들은 뒤로 숨었다. ‘얼굴 없는 사과와 약속’은 진실성이 떨어진다. 현재 진행 중인 관련사건의 재판에서도 보다 솔직한 태도가 요구된다. 삼성은 대국민 발표에서 에버랜드 CB 헐값발행 등의 불법·변칙 상속증여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은 에버랜드 항소심에서 “에버랜드 경영진이 알아서 한 일로, 이건희 회장과 구조본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고 있다. 이건희 회장으로서는 혐의사실을 인정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성이 있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을 솔직히 털어놓고, 선처를 구하는 게 대국민 사과의 취지에 맞지 않을까? 현대차 정몽구 회장도 마찬가지다. “비자금 조성 사실을 구체적으로는 몰랐다, 밑에서 한 것”이라는 변명에 국민들은 입맛이 쓰다.
삼성과 현대차, SK는 지금까지 운이 좋았다. 무거운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회사가 문을 닫거나, 경영진이 무더기로 사법처벌을 받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런 행운이 따르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모하다. 사회공헌을 면죄부로 쓰는 것도 한두 번이다. 지배구조 개혁을 통해 불법행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고, 세계적 대세로 자리잡은 사회적 책임에 충실하게 경영 패러다임을 새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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