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여름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두고 때 아닌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이번 논쟁은 수구세력의 정치공세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의 본질을 왜곡하고 위기를 조장하는 이들의 행태가 지극히 냉전 회귀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이 나서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며 이들을 설득하고 있는 형국이다.

잠정적으로 넘겨주었던 작전통제권

1950년 전쟁이 발발한 직후 이승만 대통령이 “현재와 같은 적대상태가 지속되는 동안 한국의 육해공군에 대한 지휘권(Command authority)을 넘긴다.”는 서한을 맥아더에게 보내면서 전시작전통제권도 같이 미군에게 넘겨졌다. 당시 작전지휘권 이양은 이렇듯 잠정적으로 이루어졌으나 그 후 한국 정부와 한국군은 휴전 회담 등에서 배제되는 등 자율성에 큰 제약을 받아왔으며 지금까지도 온전한 군사지휘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 94년 한국군은 평시작전통제권을 이양 받았으나 전시 작전계획 수립과 연합정보관리 등의 권한은 여전히 연합사령관 위임사항(CODA)으로 남아있는 상태이며 전시작전통제권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보더라도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받는데 전제조건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대한민국이 온전한 독립국가라면 조속히 돌려받는 것은 당연하며 한미동맹을 이유로 미룰 일이 아니다. 또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한국 정부가 환수를 이유로 대가를 제공해야 한다고 여기거나 미국 측도 협상카드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입장, 그때 그때 달라요

지금 냉전세력은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면 한미동맹이 파탄나고 주한미군 철수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역대 정부의 공약사항으로 제시되었을 때, 그리고 1994~5년 국방백서에 그 필요성이 제기되었을 때 적극 지지하거나 적어도 그 필요성은 인정했던 이들이다. 실제 한국군은 전시작전권 환수시기를 90년에는 95년으로, 93년에는 2000년으로 잡은 바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부가 주한미군 기지이전과 전략적 유연성 등 그동안 미국 측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면서도 지난해에야 겨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의에 착수했다는 것은 매우 비판받을 만한 일이다. 그런데 수구세력은 지금 이 문제를 한미동맹의 위기요인으로 지목하며 정치적 논쟁의 대상으로 몰고 가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면 한미동맹이 와해되고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는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독자적인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일본이 미국과 동맹을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나 미군이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설명할 길이 없다.

나아가 이들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추진한다는 이유로 국방부 장관 해임을 운운하는가 하면, 북한의 주장과 일치한다며 ‘친북반미’라는 시대착오적인 색깔 공세를 펴고 있다. 억지주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30년 가까이 북한 군사비를 훨씬 능가하는 군사비를 투입하고도 남한의 군사력이 북한에 비해 열세라고 주장한다. 군 당국이 내놓고 말하지 못할 뿐 남한의 군사력은 이미 북한을 압도하고 있으며, 남측의 군비증강이 겨냥하는 것은 북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이라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만일 그들의 주장대로 남한의 전력이 주민들 생계도 책임지지 못하고 있는 북한에 미치지 못한다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반대하고 나선 역대 국방장관들은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고 자숙해도 모자랄 일이다.

놀랍게도 이들은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에는 전혀 눈을 돌리지 않는다. 주한미군 지상군을 감축하고 기존의 대북방어 임무를 한국군에 이양하며, 전략적 유연성을 통해 자유로이 한반도를 드나들겠다는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와 함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미군이 주둔하기만 한다면, 미군이 한반도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이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듯하다. 주한미군 기지이전 비용의 증액과 과도한 한국 측 부담에 대해서, 환경 정화 없이 오염된 기지를 일방적으로 반환하고 있는 미군의 행태에 대해서, 동북아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위험성에 대해서 이들이 우려하는 목소리를 들은 바가 없다.

형식적인 환수는 안 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의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환수에 그쳐서는 안 되며, 온전한 군사주권 회복을 계기로 헌법의 평화주의를 실현하고 평화지향적인 군사전략과 작전계획을 독자적으로 수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현재 작전통제의 핵심을 이루는 모든 권한들이 환수되어야 하고 연합사령관 위임사항과 같은 예외가 있어서도 안 된다. 그리고 한미연합사 재편을 통해 작전 계획, 전쟁 계획 수립에서 실질적 독자성을 확보하되 한미연합사와 같은 수직적 관계나 동일한 작전개념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주한미군의 동북아 분쟁 개입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주한미군의 역외 출동과 전략무기 배치 및 이동을 제어할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따른 안보불안을 근원적으로 막는 길은 남북한 평화공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안보’불안을 이유로 전시작전권 환수에 반대하는 이라면 그 누구보다 안보불안을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고 “안보”를 이유로 대규모 군비증강을 도모하여 한반도에 갈등을 부추기는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

박정은 참여연대 평화군축 팀장
2006/09/01 00:00 2006/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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