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이번 여름에도 독일의 작은 마을 윈데를 방문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 마을을 다시 방문한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작년에 공사 중이었던 바이오 가스 발전시설이 완공 후 정상적인 작동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고, 두 번째는 이러한 시설이 한국에도 적용 가능한가를 타진해 보려는 것이었다.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에너지 종속국가이면서도 대체에너지 활성화에 무관심한 나라 중 하나이기에 윈데의 사례가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줄 것인지를 찾기 위해 작고 외진 이 마을을 두 번씩이나 방문하게 되었다.

윈데는 인구 7백여 명의 농촌 마을로, 독일의 니더작센 주에 속해 있으며, 유명한 대학도시인 괴팅겐에서 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다. 14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 마을이 독일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전기뿐 아니라 난방에너지도 자체 조달하는 친환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에너지 시설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바이오 에너지 시설을 설치하기 전까지 이름 없는 평범한 마을이었던 윈데가 그 이후 매년 세계에서 2,400여 명이 방문하는 ‘바이오 에너지의 메카’로 떠올랐다.

짐승 똥과 곡물로 전기, 난방까지 해결하는 작은 마을

2000년부터 계획되고 2004년 2월 착공한 윈데의 바이오 에너지 시설은 2005년 9월에 준공되어 가동을 시작하였는데, 2006년 7월 현재 전체 발전 용량 700KW/H의 80% 수준인 500~600KW/H를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 시설은 생성된 가스를 포집하여 가스터빈을 작동시켜 전기를 생산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회수하여 난방을 하는 바이오 열병합 발전소이기도 하다. 독일에서는 바이오매스를 이용하여 전기 생산, 난방, 메탄가스(천연가스처럼 사용), 바이오 연료(바이오 디젤/에탄올) 등을 생산하고 있다. 독일도 에너지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일부는 북해에서 채굴되는 원유로 충당함으로 한국에 비해 여유를 가질 만 한데도 1970년대 제1차 오일쇼크 이후 지속적으로 국력을 집중하여 화석연료를 대신할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연간 80만 유로(약 10억 4,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이 바이오 시설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기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하였다. 이 조합은 시설의 체계적이고 엄격한 관리 운영은 물론 홍보에도 많은 힘을 쏟고 있었다. 방문객들을 위한 세미나실과 부엌시설을 갖춘 관리동까지 지어 방문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었다.

윈데의 바이오 시설이 독일 최고의 모범사례로 인정받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쳤다는 점이다. 이 프로젝트는 괴팅겐 대학의 전문적이고 철저한 준비와 참여가 없었다면 실현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대학에서는 70여개의 지역을 면밀히 조사하고 윈데를 그 대상지로 선정하여 기술적 지원은 물론 주민들에게 환경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한 교육을 실시했다. 심리학자들도 참여하여 주민들의 정서적 불안과 갈등을 조정하는 등 세밀한 부분까지 배려하였다. 둘째는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매우 높았다는 점이다. 주민의 80%가 친환경적 방식의 에너지 독립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않았는데, 이는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돌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셋째로는 독일 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꼽을 수 있다. 총 550만 유로(71억 5000만 원)의 공사비 중 주민참여와 은행융자를 제외한 나머지 150만 유로를 정부가 지원한 것이다. 장기 저리의 융자와 정부 지원금이 없었다면 이 계획은 실현 불가능했을 것이다. 넷째는 철저한 관리이다. 이 시설은 축분 50%(소가 90% 이상)와 미성숙 곡물 50%(보리, 밀, 옥수수, 잡풀)를 정확하게 혼합시켜야 제대로 작동된다. 또 곡물도 여물기 직전에 수확하고 숙성과정을 거친 후에 발효기에 투입되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 조합은 전문관리인을 고용하고 있다. 다섯째는 지역 적정형의 시설이라는 점이다. 괴팅겐 대학에서 이 지역을 선택한 이유는 마을 주민의 관심과 참여도, 농촌 지역(곡물과 축분 확보 용이), 넓은 공간(마을로부터 떨어진 곳에 시설 설치 용이), 숲에의 접근성(바이오 시설을 보완하기 위한 목재 열병합발전소 가동 용이) 등 필요조건이 충족되었기 때문이다. 끝으로 주위의 관심이다. 이 마을에 대한 독일 사회의 관심은 지대하다. 바이오에너지 마을 1호에 대한 언론 보도와 환경과 에너지 관련 단체들의 홍보로 윈데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고, 제2, 제3의 바이오에너지 마을을 만들려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독일의 투자, 신재생에너지

독일은 1차 오일쇼크 이후 원자력 중심의 이웃 국가인 프랑스와는 확실히 다른 에너지정책을 선택하였다. 독일도 원자력을 경시한 것은 아니었지만 국민들의 반원자력 정서와 환경운동의 정치세력화를 통해 바람, 태양, 지열, 수력, 바이오 등의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총 에너지 생산의 10%를 대체에너지가 차지하게 된 것이다. 2050년까지 독일 정부는 비공식적으로 전체 에너지 생산 중 태양광 40%, 바이오 30%, 풍력 15%, 수력과 기타 에너지 10%, 석유 5%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화석연료로부터 완전 독립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 분야에서 110만 개의 일자리도 창출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산업의 기본 구조가 재조정되며, 포스트 화석연료 시대를 주도할 역량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의 제2의 수출국인 독일은 이 분야의 기술과 상품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유 값이 폭등할수록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국제 수효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새롭게 부상하는 시장의 선점을 통해 얻어질 경제적 효과를 감안하면 현재의 투자와 지원은 미래에 대한 치밀하고도 확실한 준비인 셈이다.

기상이변과 자연재해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촌의 현실을 감안하면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의 확보와 확산은 명분과 실리를 함께 챙길 수 있는 이상적 선택이라 하겠다. 무력을 동원하여 다른 나라를 짓밟으면서 화석연료를 확보하려는 미국에 비해 독일은 도덕적 권위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윈데의 주민들은 석유로 난방하던 때와 비슷한 수준인 연 평균 1,800유로(약 234만 원)를 내면서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채굴과정에서의 폭력성과 운송과정에서의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어 다행이라며 행복해 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에서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차명제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 연구교수
2006/09/01 00:00 2006/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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