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빈곤층의 주거문제와 실태
2006/2006년 10월 :
2006/10/01 00:00
소득 분배보다 더 불평등한 주택자산 분배
그간 우리나라의 주택정책은 주로 시장원리에 기반함으로써 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데에 크게 기여하여 왔다. 이에 따라 주택보급률은 몇 년 전 이미 100%를 넘어섰다. 하지만, 자가소유율은 2004년 기준 62.9%에 불과하며,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자가보유율은 52.4%에 불과하다. 또한 우리 국민의 평균소득을 10분위로 나누었을 때 소득 1ㆍ2분위의 저소득층 중 60% 이상이 주거수준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다가구 거주)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보증부 월세나 무보증 월세, 사글세(다달이 세를 내는 것이 아니라 1년치 월세를 한번에 내고 사는 셋방) 거주하는 가구가 34~40%나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양적 기준 외에 질적인 기준을 대입하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주거의 질적인 수준은 최저주거기준1)으로 살펴볼 수 있다. 최저주거기준은 말 그대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주거수준을 정부가 정한 것이다.
지난 2000년 센서스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는 전체 가구의 23.4%로 나타났다. 이는 네 가구 중에 한 가구가 최소한의 주거생활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건설교통부는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가 16% 가량으로 대폭 줄어들었다고 홍보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2000년 기준을 토대로 한 것이며, 2004년 개정된 최저주거기준을 근거로 하면 21.1%에 이른다. 단지 2% 가량 줄어든 데 그친 것이다. 그리고 2000년 기준을 근거로 하였을 때에도 소득 1분위의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수는 100만 가구를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편, 주거비 부담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는 대체로 PIR2)과 RIR3)을 사용한다. 이 기준을 사용하여 우리 사회의 주거빈곤 문제를 살펴보면, 소득 1분위에 속하는 저소득층은 주거수준이 열악한 상태임에도 PIR은 6.7배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평균에 비해 2배나 높은 것으로, 이들 계층이 자력으로 주택을 마련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직접적인 주거비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인 RIR은 19.2%에 달해, 일반적인 평균치를 훨씬 웃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건설교통부, 2004)
그리고 주택자산의 지니계수 변화추이를 보면, 1993년 0.489에서 2002년 0.51로 악화되었다. 이는 소득 지니계수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주택자산의 분배가 소득분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불평등한 상태임을 의미한다. 더구나 여러 조사보고서에서 소득계층별 지니계수 역시 IMF 이후 점점 심화된다고 지적하는 것을 감안하면, 주택자산격차의 양극화가 얼마나 심화되고 있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남루한 보금자리; 비닐하우스, 쪽방, 지하방, 영구임대주택
주거빈곤은 크게 경제적 측면과 물리적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경제적 측면이라 함은 월소득 대비 주거비 지출 정도가 25~30%를 넘는 경우를 주로 의미한다. 물리적 측면이란 주로 최저주거기준를 중심으로 그에 미달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 두 측면은 각각 독립된 변수가 아니다. 즉, 저소득층의 경우 주거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열악한 주거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경우는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거에 거주하면서 주거비를 소득의 30% 이상 지출하는 가구라 할 수 있겠다.
이 글에서는 주로 물리적 측면에서 주거빈곤층의 주거실태를 살펴보고자 한다. 하지만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이들의 열악한 주거수준이 임차료 등의 주거비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리적 주거실태가 경제적 측면과 결코 무관할 수 없다. 또한 물리적으로 열악한 주거에서 살아가는 가구의 경우 자력으로 그 주거수준을 향상시킬 수 없는 저소득 가구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도 경제적 변수가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물리적 측면을 중심으로 주거빈곤층의 실태를 살펴볼 때, 우선 집단적으로 열악한 주거조건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유형을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가장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비닐하우스촌, 쪽방, 지하셋방이 있다.
비닐하우스촌은 비어있는 사유지나 국공유지, 또는 농업용 비닐하우스 지역을 무단으로 점유하여 불량한 주택을 짓고 집단으로 거주하면서 형성되었다. 이러한 마을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시기는 각종 재개발 사업으로 인한 불량주거지의 철거, 전월세 비용의 폭등으로 인해 가난한 이들의 주거문제가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던 1980년대 말부터이다. 즉, 비록 불법이고 주거수준이 매우 열악하지만,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진 도시빈민들이 최후로 찾은 주거지인 것이다. 비닐하우스촌 주택의 대부분은 목재를 주요 재질로 하여 개조되었거나, 여전히 비닐을 주요한 재질로 하여 지어졌다. 게다가 좁은 공간에 많은 주거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소방도로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조그만 화재도 대형참사로 번지는 경우가 많으며, 과반수의 주민들이 전용화장실 없이 재래식 공동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 상하수도, 전기시설 역시 열악하거나 아예 공급되지 않은 곳도 많다. 한국도시연구소가 2001년 직접 확인 조사하고 2005년에 수정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만 약 4,000가구,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까지 포함하면 비닐하우스촌에 거주하는 이들은 약 5,000가구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하지만 이는 직접 눈으로 확인한 수치이므로, 실제 비닐하우스촌에 거주하는 가구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쪽방은 면적이 0.5~1평, 높이는 1.7~2m에 불과한 방을 일세 또는 무보증 월세 형태로 빌려 쓰는 것이다. 그야말로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이다. 부엌이나 화장실, 세면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공동으로 사용한다. 쪽방 지역은 주로 도심이나 부도심에 형성되어 있는데, 특히 철도역이나 인력시장, 인력소개소, 재래시장 등과 인접해 있다. 쪽방지역 주민들의 일자리가 주로 인력시장이나 재래시장에서 일하는 일용직이기 때문이다. 현재, 쪽방은 전국적으로 1만 여 개, 서울에만도 약 5,000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쪽방은 노숙자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일을 해 돈이 생겼을 때에는 쪽방에 들어가 살다가 돈이 떨어지면 다시 노숙을 하는 생활을 오가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하주거, 그 중에서도 낡은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 지하에 조성된 주거공간은 애초 주거용으로 설계되지 않았으나 나중에 주거용으로 개조한 것으로, 매우 열악한 주거환경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지하주거는 산동네 해체 이후 가난한 이들의 주요한 주거지로 등장하였다. 지하주거는 대개 단칸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햇빛을 받아들일 수 없는 지점에 창문이 나 있어 낮에도 형광등을 켜야 할 정도로 어둡다. 습기가 심해서 한낮에도 집에 있으면 몸이 눅눅하게 느껴질 정도이고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나 있다. 창문이 땅에 가깝기 때문에 흙이 바람에 실려 방안으로 날아와, 창문을 아예 닫아놓고 생활하는 집도 많다. 그러다 보니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곰팡이 냄새 등 악취가 심하다. 화장실은 가구별로 실내에 있지 않고 보통 실외에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수해 등으로 인한 침수가구의 80%가 지하나 반지하가구일 정도로 지하주거는 늘 재해의 위험에 처해 있다.
영구임대주택은 애초에 생활보호대상자(현 수급권자)들을 위해 공급된 주택이라는 점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가령, 최저주거기준 상 필수적인 설비 기준에 있어서는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지만, 가구원수 대비 사용방수에 있어서는 미달가구가 상당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는 애초에 영구임대주택이 입주 대상자들의 가구원수에 따른 최저주거기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건설되었기 때문이다. 영구임대주택 거주자들의 문제는 이러한 물리적 주거수준보다도 사회적인 측면에서 더욱 심각한데, 그것은 그 거주자들에게 사회적 낙인이 찍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흔히 ‘영구와 범생이’라는 사회적 용어로 표현된다.
이러한 집단적 유형 이외에도 주택가 곳곳에는 몇 배나 많은 주거빈곤가구들이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주거들은 밖에서는 잘 확인할 수 없어도 안으로 들어가 보면 앞의 유형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조건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2005년 조사에서도 최저주저기준 미달가구 비율이 21.1%에 이르고, 그 중 필수적인 설비 기준에 미달하는 가구가 53.4%, 침실이용 기준에 미달하는 가구가 46.6%를 차지한다는 조사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정확한 실태 파악과 다양한 접근방안 절실
주거빈곤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거복지정책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 수요계층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그에 적절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주로 소득을 기준으로 하여 일률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적절한 대처라 볼 수 없다. 또한 주거복지의 수요자들 대부분이 저소득층이라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전세자금 대출제도는 보증인 문제로 이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고, 국민임대주택은 소득 1ㆍ2분위 계층에게는 높은 임차료로 인하여 ‘그림의 떡’일 뿐이다.
주거빈곤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우 다양하고 중층적인 방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이외에도 주거급여의 확대를 통한 주거수준 향상 유도, 불량주택에 대한 개량사업 등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별첨>
1) 최저주거기준은 지난 2000년 9월 건설교통부 고시 제2000-260호로 발표되었으며, 2003년 주택법 전면 개정 이후 2004년 6월에 개정되어 다시 발표됨으로써 법적 근거를 갖게 되었다. 아래의 표는 2004년에 개정된 최저주거기준이다.
1. 가구구성별 최저주거면적 및 용도별 방의 개수
주 1: K-부엌, DK-식사실 겸 부엌, 숫자는 침실 또는 침실로 활용이 가능한 방의 수
주 2: 침실분리기준: 부부침실 확보, 만 6세 이상 자녀는 부모와 침실분리, 만 8세 이상 이성자녀는 상호분리, 노부모는 별도 침실 사용
2. 필수적인 설비의 기준
상수도 또는 수질이 양호한 지하수 이용시설이 완비된 전용입식부엌, 전용수세식화장실, 목욕시설 확보
3. 구조ㆍ성능ㆍ환경 기준
-영구건물로서 내열ㆍ내화ㆍ방열ㆍ방습에 양호한 재질 확보
-적절한 방음ㆍ환기ㆍ채광ㆍ난방 설비 구비
-소음ㆍ진동ㆍ악취ㆍ대기오염 등 환경요소가 법정기준에 적합
-홍수, 산사태, 해일 등 자연재해의 위험이 현저하지 않을 것
2) PIR은 소득대비 주택가격의 비중(Price to Income Ratio)으로, UN HABITAT 자료에 의하면, 세계 주요도시의 PIR은 4.2배이며, 선진국의 경우 4.6배이고 개발도상국은 3.7배로 나타났다(국민은행연구소, 2003).
3) RIR은 소득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Rent to Income Ratio)로, 일반적으로 16%를 평균수준으로 간주하고 있음
참고자료
-건설교통부, 2004, 「주택종합계획(2003~2012)」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서울시 영구임대주택 주민의 생활」, 2002
-서울시정개발연구원·한국도시연구소, 2002, 「서울시 비닐하우스촌 주민의 삶과 사회정책」
-한국도시연구소, 2000, 「쪽방연구」
-한국도시연구소, 2003, 「지하주거공간과 지하거주민의 실태에 관한 연구」
-홍인옥, 2006.4, “지역사회와 주거복지”, 한국지역사회복지학회 발표문
그간 우리나라의 주택정책은 주로 시장원리에 기반함으로써 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데에 크게 기여하여 왔다. 이에 따라 주택보급률은 몇 년 전 이미 100%를 넘어섰다. 하지만, 자가소유율은 2004년 기준 62.9%에 불과하며,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자가보유율은 52.4%에 불과하다. 또한 우리 국민의 평균소득을 10분위로 나누었을 때 소득 1ㆍ2분위의 저소득층 중 60% 이상이 주거수준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다가구 거주)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보증부 월세나 무보증 월세, 사글세(다달이 세를 내는 것이 아니라 1년치 월세를 한번에 내고 사는 셋방) 거주하는 가구가 34~40%나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양적 기준 외에 질적인 기준을 대입하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주거의 질적인 수준은 최저주거기준1)으로 살펴볼 수 있다. 최저주거기준은 말 그대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주거수준을 정부가 정한 것이다.
지난 2000년 센서스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는 전체 가구의 23.4%로 나타났다. 이는 네 가구 중에 한 가구가 최소한의 주거생활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건설교통부는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가 16% 가량으로 대폭 줄어들었다고 홍보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2000년 기준을 토대로 한 것이며, 2004년 개정된 최저주거기준을 근거로 하면 21.1%에 이른다. 단지 2% 가량 줄어든 데 그친 것이다. 그리고 2000년 기준을 근거로 하였을 때에도 소득 1분위의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수는 100만 가구를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편, 주거비 부담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는 대체로 PIR2)과 RIR3)을 사용한다. 이 기준을 사용하여 우리 사회의 주거빈곤 문제를 살펴보면, 소득 1분위에 속하는 저소득층은 주거수준이 열악한 상태임에도 PIR은 6.7배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평균에 비해 2배나 높은 것으로, 이들 계층이 자력으로 주택을 마련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직접적인 주거비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인 RIR은 19.2%에 달해, 일반적인 평균치를 훨씬 웃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건설교통부, 2004)
그리고 주택자산의 지니계수 변화추이를 보면, 1993년 0.489에서 2002년 0.51로 악화되었다. 이는 소득 지니계수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주택자산의 분배가 소득분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불평등한 상태임을 의미한다. 더구나 여러 조사보고서에서 소득계층별 지니계수 역시 IMF 이후 점점 심화된다고 지적하는 것을 감안하면, 주택자산격차의 양극화가 얼마나 심화되고 있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남루한 보금자리; 비닐하우스, 쪽방, 지하방, 영구임대주택
주거빈곤은 크게 경제적 측면과 물리적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경제적 측면이라 함은 월소득 대비 주거비 지출 정도가 25~30%를 넘는 경우를 주로 의미한다. 물리적 측면이란 주로 최저주거기준를 중심으로 그에 미달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 두 측면은 각각 독립된 변수가 아니다. 즉, 저소득층의 경우 주거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열악한 주거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경우는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거에 거주하면서 주거비를 소득의 30% 이상 지출하는 가구라 할 수 있겠다.
이 글에서는 주로 물리적 측면에서 주거빈곤층의 주거실태를 살펴보고자 한다. 하지만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이들의 열악한 주거수준이 임차료 등의 주거비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리적 주거실태가 경제적 측면과 결코 무관할 수 없다. 또한 물리적으로 열악한 주거에서 살아가는 가구의 경우 자력으로 그 주거수준을 향상시킬 수 없는 저소득 가구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도 경제적 변수가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물리적 측면을 중심으로 주거빈곤층의 실태를 살펴볼 때, 우선 집단적으로 열악한 주거조건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유형을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가장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비닐하우스촌, 쪽방, 지하셋방이 있다.
비닐하우스촌은 비어있는 사유지나 국공유지, 또는 농업용 비닐하우스 지역을 무단으로 점유하여 불량한 주택을 짓고 집단으로 거주하면서 형성되었다. 이러한 마을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시기는 각종 재개발 사업으로 인한 불량주거지의 철거, 전월세 비용의 폭등으로 인해 가난한 이들의 주거문제가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던 1980년대 말부터이다. 즉, 비록 불법이고 주거수준이 매우 열악하지만,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진 도시빈민들이 최후로 찾은 주거지인 것이다. 비닐하우스촌 주택의 대부분은 목재를 주요 재질로 하여 개조되었거나, 여전히 비닐을 주요한 재질로 하여 지어졌다. 게다가 좁은 공간에 많은 주거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소방도로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조그만 화재도 대형참사로 번지는 경우가 많으며, 과반수의 주민들이 전용화장실 없이 재래식 공동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 상하수도, 전기시설 역시 열악하거나 아예 공급되지 않은 곳도 많다. 한국도시연구소가 2001년 직접 확인 조사하고 2005년에 수정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만 약 4,000가구,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까지 포함하면 비닐하우스촌에 거주하는 이들은 약 5,000가구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하지만 이는 직접 눈으로 확인한 수치이므로, 실제 비닐하우스촌에 거주하는 가구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쪽방은 면적이 0.5~1평, 높이는 1.7~2m에 불과한 방을 일세 또는 무보증 월세 형태로 빌려 쓰는 것이다. 그야말로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이다. 부엌이나 화장실, 세면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공동으로 사용한다. 쪽방 지역은 주로 도심이나 부도심에 형성되어 있는데, 특히 철도역이나 인력시장, 인력소개소, 재래시장 등과 인접해 있다. 쪽방지역 주민들의 일자리가 주로 인력시장이나 재래시장에서 일하는 일용직이기 때문이다. 현재, 쪽방은 전국적으로 1만 여 개, 서울에만도 약 5,000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쪽방은 노숙자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일을 해 돈이 생겼을 때에는 쪽방에 들어가 살다가 돈이 떨어지면 다시 노숙을 하는 생활을 오가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하주거, 그 중에서도 낡은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 지하에 조성된 주거공간은 애초 주거용으로 설계되지 않았으나 나중에 주거용으로 개조한 것으로, 매우 열악한 주거환경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지하주거는 산동네 해체 이후 가난한 이들의 주요한 주거지로 등장하였다. 지하주거는 대개 단칸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햇빛을 받아들일 수 없는 지점에 창문이 나 있어 낮에도 형광등을 켜야 할 정도로 어둡다. 습기가 심해서 한낮에도 집에 있으면 몸이 눅눅하게 느껴질 정도이고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나 있다. 창문이 땅에 가깝기 때문에 흙이 바람에 실려 방안으로 날아와, 창문을 아예 닫아놓고 생활하는 집도 많다. 그러다 보니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곰팡이 냄새 등 악취가 심하다. 화장실은 가구별로 실내에 있지 않고 보통 실외에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수해 등으로 인한 침수가구의 80%가 지하나 반지하가구일 정도로 지하주거는 늘 재해의 위험에 처해 있다.
영구임대주택은 애초에 생활보호대상자(현 수급권자)들을 위해 공급된 주택이라는 점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가령, 최저주거기준 상 필수적인 설비 기준에 있어서는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지만, 가구원수 대비 사용방수에 있어서는 미달가구가 상당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는 애초에 영구임대주택이 입주 대상자들의 가구원수에 따른 최저주거기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건설되었기 때문이다. 영구임대주택 거주자들의 문제는 이러한 물리적 주거수준보다도 사회적인 측면에서 더욱 심각한데, 그것은 그 거주자들에게 사회적 낙인이 찍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흔히 ‘영구와 범생이’라는 사회적 용어로 표현된다.
이러한 집단적 유형 이외에도 주택가 곳곳에는 몇 배나 많은 주거빈곤가구들이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주거들은 밖에서는 잘 확인할 수 없어도 안으로 들어가 보면 앞의 유형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조건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2005년 조사에서도 최저주저기준 미달가구 비율이 21.1%에 이르고, 그 중 필수적인 설비 기준에 미달하는 가구가 53.4%, 침실이용 기준에 미달하는 가구가 46.6%를 차지한다는 조사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정확한 실태 파악과 다양한 접근방안 절실
주거빈곤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거복지정책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 수요계층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그에 적절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주로 소득을 기준으로 하여 일률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적절한 대처라 볼 수 없다. 또한 주거복지의 수요자들 대부분이 저소득층이라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전세자금 대출제도는 보증인 문제로 이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고, 국민임대주택은 소득 1ㆍ2분위 계층에게는 높은 임차료로 인하여 ‘그림의 떡’일 뿐이다.
주거빈곤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우 다양하고 중층적인 방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이외에도 주거급여의 확대를 통한 주거수준 향상 유도, 불량주택에 대한 개량사업 등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별첨>
1) 최저주거기준은 지난 2000년 9월 건설교통부 고시 제2000-260호로 발표되었으며, 2003년 주택법 전면 개정 이후 2004년 6월에 개정되어 다시 발표됨으로써 법적 근거를 갖게 되었다. 아래의 표는 2004년에 개정된 최저주거기준이다.
1. 가구구성별 최저주거면적 및 용도별 방의 개수
주 1: K-부엌, DK-식사실 겸 부엌, 숫자는 침실 또는 침실로 활용이 가능한 방의 수
주 2: 침실분리기준: 부부침실 확보, 만 6세 이상 자녀는 부모와 침실분리, 만 8세 이상 이성자녀는 상호분리, 노부모는 별도 침실 사용
2. 필수적인 설비의 기준
상수도 또는 수질이 양호한 지하수 이용시설이 완비된 전용입식부엌, 전용수세식화장실, 목욕시설 확보
3. 구조ㆍ성능ㆍ환경 기준
-영구건물로서 내열ㆍ내화ㆍ방열ㆍ방습에 양호한 재질 확보
-적절한 방음ㆍ환기ㆍ채광ㆍ난방 설비 구비
-소음ㆍ진동ㆍ악취ㆍ대기오염 등 환경요소가 법정기준에 적합
-홍수, 산사태, 해일 등 자연재해의 위험이 현저하지 않을 것
2) PIR은 소득대비 주택가격의 비중(Price to Income Ratio)으로, UN HABITAT 자료에 의하면, 세계 주요도시의 PIR은 4.2배이며, 선진국의 경우 4.6배이고 개발도상국은 3.7배로 나타났다(국민은행연구소, 2003).
3) RIR은 소득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Rent to Income Ratio)로, 일반적으로 16%를 평균수준으로 간주하고 있음
참고자료
-건설교통부, 2004, 「주택종합계획(2003~2012)」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서울시 영구임대주택 주민의 생활」, 2002
-서울시정개발연구원·한국도시연구소, 2002, 「서울시 비닐하우스촌 주민의 삶과 사회정책」
-한국도시연구소, 2000, 「쪽방연구」
-한국도시연구소, 2003, 「지하주거공간과 지하거주민의 실태에 관한 연구」
-홍인옥, 2006.4, “지역사회와 주거복지”, 한국지역사회복지학회 발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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