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생활 6년째인 내게 아직 불편한 일이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이다.

악취와 물기로 인해 아파트 생활에서 골칫거리였던 음식물 쓰레기는 잘 썩혀 퇴비로 만든다 해도 생활쓰레기와 재활용품은 버리기가 여의치 않다. 특히 공산품을 대부분 인터넷 쇼핑에 의존하는 우리 집은 종이상자를 비롯한 포장재 쓰레기가 유난히 많아 잠시만 안 치워도 창고에 수북이 쌓인다.

폐기물수거차량이 월요일엔 종량제 봉투, 화요일엔 재활용품을 수거해가지만 쓰레기를 내놓은 집을 찾아보기 힘들다. 차는 집 앞에까지는 들어와 주지 않고, 지정된 수거장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차가 지나다니는 가까운 길가에 내놓자니 동네 사람들 시선이 은근히 신경 쓰인다. 만약 수거차량이 지정된 날에 가져가지 않으면 일주일 넘게 쓰레기 봉투가 방치되고 그동안 떠돌아다니는 개나 고양이가 물어뜯어 파헤쳐놓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래서 뭐라 하는 사람도 없건만 쓰레기 봉투를 내놓을 때마다 어디다 내놓아야 뒷말이 안 나올지 이리 저리 살펴보게 된다.

궁리 끝에 내가 요즘 즐겨 쓰는 방법은 이렇다. 수거일 바로 전날 밤에 차에 싣고 나가 인가에서 멀찍이 떨어진 동네 어귀에 내려놓는다. 그것도 ‘나 여기 있소’라고 외치듯 한눈에 들어오는 마을 표지판 밑에. 수거차량이 절대 놓치지 않고 가져갈 수 있게 말이다. 재활용품도 도시에서 하던 대로 종이, 플라스틱, 유리병, 스티로폼, 캔을 종류 별로 정리해 내놓는다. 아파트에선 폐건전지나 폐형광등을 따로 모으는 통이 있었는데 여기에선 어떻게 버려야 할지 모르겠다.

대개의 집들은 웬만한 쓰레기는 그냥 태우는 것 같다. 사위가 어둑한 저녁 무렵이면 이 집 저 집에서 불길이 솟아오른다. 처음엔 나도 종이 종류를 태워보았지만 소심한 탓인지 불이 번질까 겁이 났다. 지금은 태울 데도 마땅찮고 태워 없애기보다 재활용하는 편이 더 친환경적이지 않겠나 하는 막연한 생각에 모아서 내고 있다.

물건을 새로 사려고 해도 여태 쓰던 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가 고민스럽다. 그러다 보니 가구나 가전제품 같은 덩지 큰 세간은 어지간하면 고쳐 쓰고 새로 사지 않는다.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 청소기, 선풍기들이 모두 결혼할 때 마련한 것들이다. 낡아 떨어진 신발도 품삯이 만만치 않고 번거롭지만 수선해 신는다.

서울에서 아파트 살이 하는 친정어머니는 늘 쓰레기가 쌓여있는 우리 집 창고를 보고 쓰레기 버리기가 이렇게 힘들어서 어떻게 살겠냐고 못마땅한 듯 혀를 차곤 하신다. 버리는 일이 지금보다 더 힘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아껴 쓰고 덜 사들이고 사람과 환경 모두에 좋다고 핏대 올리는 나를 별종 보듯 물끄러미 쳐다보신다. 소비를 많이 해야 경제가 살고 소비가 미덕의 반열에까지 오른 세상에서 벼락 맞을 소리일지 모르겠으나 덜 쓰고 덜 버리는 것보다 더 좋은 쓰레기 해결책이 있을까.
고진하 (참여사회 편집위원)
2006/10/01 00:00 2006/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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