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벌집을 쑤셔 놓은 듯한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논쟁은 시끄러운 만큼 내재 된 문제가 많다. 야당은 이미 “정치적 의도가 분명한 언론탄압”이라는 극한 표현을 쓰며 정부·여당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언론사를 측면 지원하고 있고, 언론사는 이러한 야당의 발언을 대서특필하며 자기 방어에 나서고 있다. 이번 세무조사는 결국 정치싸움이 돼버렸다. 힘깨나 쓴다는 언론사가 정치권을 볼모로 잡고 무사히 세무조사를 피해 갈 수 있을까. 또 한 정부·여당은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드러낼까?

세무조사와 언론탄압의 상관관계

문제를 좀더 분명하게 하기 위해 고도의 정치성을 가진 일련의 주장 속에서 한 가지 기본 적인 사실에 주목해 보고자 한다. 세무조사는 언론사의 사주나 언론사의 경리부에 국한되는 지엽적인 문제인데 이것이 언론탄압과 무슨 관계가 있냐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세무 조사’라 함은 우선 정치성이 배제된 순수한 세무조사를 말하는 것이다. 첫 번째 가정은 언 론이 사주나 관리조직의 엄격한 통제하에 있다는 것이다. 사주가 세금 추징을 당해 금전적 손실을 입으면 언론인들은 의지할 곳이 없어 무너지고 길거리에 나앉는다? 그래서 먹고살기 위해서 투쟁을 한다? 두 번째 가정은 언론이 사주나 관리조직에 독립적이지만 친하게 지내 는 이들이 세무조사를 받는 어려움에 처해 있으니 발벗고 나서 도와준다는 것이다. 이상의 두 가정은 모두 언론이 정도를 포기한 것이므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 그렇다고 이외에 성립 할 수 있는 또 다른 가정 또한 현재로는 없는 것 같다.

다음으로 정치성이 개입된 세무조사를 받으면 ‘언론탄압’인가라는 점이다. 이는 정부·여 당이 세무조사를 통해 사주와 그 일가의 금전적인 비리 등을 잡고 그것을 봐주는 대가로 언 론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우려되는 가정이다. 이것이 성립 하려면 첫째, 언론이 사주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사실과 둘째, 정부·여당이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모두를 인정해야 한다.

언론이 사주의 영향력 아래 있어서 사주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편집장, 보도국장을 마음 대로 갈아치우는 것이 우리나라 언론의 현실이란 말인가? 또한 그게 사실이라면 그처럼 종 속적인 언론이 세무조사를 받으면 공정한 보도를 하지 못하고 세무조사를 받지 않아야 공정 한 보도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종속적인 언론일 경우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느냐 여 부는 세무조사와 무관하다고 판단된다. 비슷한 논리로, 사주와 독립적인 언론은 세무조사를 한다고 해서 언론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세무조사와 언론 탄압은 본질적으로 관련이 없다.

무원칙했던 세무조사, 이제 법과 원칙을 지켜라

그렇다면 정부·여당은 이처럼 명명백백한 사안을 가지고도 왜 야당과 언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그동안 정부·여당이 세무조사를 정치적인 수단으로 애용해왔다는 사 실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살펴봐야 할 점은 세무조사의 무원칙이다. 정부·여당은 그간 툭하면 세무조사 운운 하며 겁을 줬다. 그 사례는 여기서 일일이 들 필요도 없을 것이다. 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행정수단인 조사권은 세무조사, 금융감독기관의 조사 그리고 공정위의 조사 등 이 있다. 나머지 것들은 특별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세무조사가 가장 일반적이다. 세무조사란 원칙적으로 탈세혐의가 있을 때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국세기본법에서도 “납 세자가 세법에서 정하는 신고 등의 납세협력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거나 납세자에 대한 구체적인 탈세제보가 있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납세자가 성실하며…”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국세기본법에서는 납세자의 성실성 여부와 무관하게 무작위 표본조사나 장기간(3년 ) 조사받지 않은 사업자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성실하지 않은 사업자 에 대한 조사는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다. 반면, 실무적으로는 성실납세한 사업자에 대한 조 사는 그 조사의 당위성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하더라도, 조사의 객관적 기준이 세법상의 어 느 조항에도 나와 있지 않다. 단지 조사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다. 물론 국세청 내규로 정 비되어 있겠지만 이렇게 허술한 규정으로 납세자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겠는가? 이번 언론 사 세무조사도 94년 이래 조사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장기간 조사받지 않은 사업자에 대한 정기조사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한다. 그것도 거의 모든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동시에 하고 있다. 이렇듯 허술한 규정을 동원해 정부는 마음만 먹으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언제라도 세무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즉 정부가 나쁘게 마음먹으면 말 안 듣는 사람을 언 제라도 손볼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정부에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 에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따라서 성실 납세자의 조사에 있어서는 조사의 원칙과 조사대상 자 선정의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반드시 세법이 개정돼야 한다.

다음으로 살펴봐야 할 점은 정치적 타협이 가능한가라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좀더 확실한 물증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일본 특파원들과 동석한 자리에서 94년 언론사 세 무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가 공개되면 언론사 존립자체가 위태로울 것 같아 적당히 세금을 추징하고 종결했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겠는가? 믿어야지. 그렇지 않아도 타협 가능성을 의심해 오지 않았던가. 국세청은 세무조사의 경우 대개 사업 자의 권리를 존중해 조사결과를 비밀에 붙여왔다. 더구나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세무공무원 으로 하여금 업무상 취득자료를 비밀에 붙이도록 하는 비밀유지 규정이 나와 있다. 그러나 조세범의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위해 고발하도록 되어 있고, 그 과정에서 적발된 탈세사실을 밝혀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정부는 제멋대로 관용을 베풀어 적발된 탈세액을 깎아주고 비리를 덮어주었다. 이 과정에서 법과 원칙을 어겨가면서 모종의 정치적 타협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번 언론사 세무조사도 정부가 천명한 것처럼 ‘법과 원칙’이 지켜진다 면 언론사의 탈세와 비리 행위가 낱낱이 밝혀지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는 정부가 국민들의 열망을 뒤로하고 모종의 정치적 타협을 모색하는 일을 절대로 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세무조사 결과는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

언론사의 세무조사는 결코 언론탄압이 될 수 없으며, 정부도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해 서는 안 된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아마도 누군가가 법과 원칙을 어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국민은 이번 사태에서 누가 이를 어기는지 분명히 지켜봐야 할 것이며, 지 키지 않는 쪽에 매서운 질책을 가해야 할 것이다. 일부 언론사에 대해서는 악질적인 탈세와 비리가 많아 특별세무조사로 전환하려 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제야 썩어빠진 환부 를 도려낼 기회가 오는가? 탈세와 비자금, 분식회계는 상호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우리나 라 제일의 망국병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정한 세무조사 관행이 정착되고 언론 또한 독립적인 언론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장·공인회계사
2001/03/01 00:00 2001/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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