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더이상 국립일 필요없다
2001/2001년 03월 :
2001/03/01 00:00
현재 서울대학교는 이른바 ‘타고난’ 명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볼 수 있는 이유는 첫째, 국립대학으로서 관존민비적이고 국가주의적인 전근대적 이념에 기대고 있고 둘째, 철저한 중앙집권주의하에서 서울소재 대학이라는 점 때문이다. 게다가 제도적으로 국가독점관리하의 입시제도가 안정적으로 성적 최상위자를 판별하여 공급해줌으로써 저절로 형성된 명문인 것이다.
서울대 민영화론은 이런 서울대의 태생적 명문의 조건에서 먼저 국립이라는 외적 요소를 제거하자는 것이다. 즉 서울대를 사립화하여 다른 유수의 사립대학 또는 지역 국립대학들과의 경쟁조건을 마련해 보자는 것이다.
지금 국립서울대의 위상이 내리누르는 한 대학사회에서는 어떠한 교육이나 연구의 질적 경쟁이 일어날 수 없다. 또 이제 서울대를 스스로 노력해 생존방법을 개척해 나가도록 경쟁의 일선으로 내모는 개혁의 첫 단계를 실시해야 한다.
서울대 민영화의 본래 모습은 이를 민간인에게 또는 컨소시엄에 불하하는 것이겠지만 이런 가능성이 별로 없다면 독립법인화 등 여러 대안적 방안이 있다.
핵심적인 문제는 재정 운용에 있다. 현재처럼 서울대의 재정운영을 교육부에서 책임지면서 학생의 등록금은 전액 국고로 들어가고 운영비 전액이 국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운영비가 서울대의 은행계좌에서 나오고 학생의 등록금이나 정부 지원금도 은행계좌로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민영화가 이뤄지면 학생들의 등록금이 2∼3배 오른다 하더라도 원만한 운영을 위해 상당기간 국고의 지원이 있어야겠지만, 이 때는 서울대가 다른 사립대에 비해 특혜를 받을 명분이 없어지므로 일정한 조건하의 지원만이 가능할 것이고, 또 다른 사립대에게도 국고지원의 길이 넓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민영화가 과연 서울대의 패권적 지위를 약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등록금 인상도 큰 장애요소가 되지 않을 것이며, 또 지금도 상당한 액수가 운용되는 각종 발전기금이나 동문들로부터 받는 기부금 등이 엄존하므로 서울대의 ‘수퍼명문’으로서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서울대의 위상에는 단순한 재정적인 문제 외에 국립이라는 문화적·심리적 요소도 크다고 본다. 아직 시민사회가 성숙치 못한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의 이미지는 조선시대의 성균관, 일제시대의 경성제대와 거의 같은 것이다.
따라서 서울대 민영화는 그러한 보호막을 벗김으로써 공정경쟁의 조건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다만 그간 50여 년의 패권적 지위로 인해 생긴 거대한 동문네트워크의 독점력이 얼마나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관건 인데 이것도 상당한 단절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요컨대 서울대 민영화론은 서울대의 폐해를 절감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불만족스런 대안일 것이다. 하지만 공기업 민영화라는 시대적 흐름과도 일치하고 또한 서울대측으로서도 번잡한 국가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상당히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실성의 면에서는 가장 선호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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