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등장하는 M세대 운동가들
21세기에 20대로 갓 진입한 젊은이들. 그들은 21세기를 이끌어갈 주역이다. 책보다 인터넷 을, 밥보다 햄버거를 즐기며, 권위주의에 몸살을 앓고 극도의 개인주의마저 느끼게 하는 밀 레니엄세대. 과연 그들은 미래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유토피아를 꿈꾸는 그들을 만나본 다.

“시민운동은 당연한 운동이죠. 절차적 민주주의를 채워나가야 하니까요. 그런데 너무 오버하는 건 아닌가요? 누구나 다 아는 사실과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것만 하면서 이슈화시키고….”

“야, 넌 왜 꼭 그렇게만 얘기하냐? 그런 이슈화의 책임을 전부 시민단체 탓으로만 돌리는 건 말이 안 돼. 그만큼 우리사회가 미숙하다보니 시민단체에 과부하가 걸린 것 아냐?”

3월 개강을 앞둔 캠퍼스. 대안적 자치교육을 채워나가는 제2대학 캠프중 ‘안티조선일보’ 세미나실이다. 100명 좌석의 강의실에 스무 명 정도가 모여 있지만 그 열기는 자못 진지하다. 방금 끝난 박정희논쟁으로 다들 얼굴이 상기돼 있다. 올해 6년째를 맞는 제2대학의 주제는 현대자본주의에서 페미니즘, 일상의 파시즘, 생태주의, 맑스주의 등 매우 폭넓다. 세미나 직전 기자가 ‘시민단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한마디 던졌는데 어느 새 설전이 오간다. 발제를 시작하기도 전에 모든 이목이 여기로 쏠려 미안할 정도. 너무나 진지한 이들은 이제 갓 새내기 딱지를 뗀 81년생 00학번 대학생들이다. 20대 초반의 이런 집단적 움직임은 민주노동당 학생그룹이 마련한 ‘3일간의 토론광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동자운동, 부시행정부의 대 한반도정책, 동성애 등을 주제로 한 열린 토론광장에서는 250명의 좌석을 모두 채우고도 모자라 통로와 계단까지 비집고 들어와 자리를 잡은 학생들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도우미를 자청한 00학번 김진석 씨(81년생)는 자신있게 “자본주의 타파!”를 외친다. 그에게 유토피아란 굳이 사회주의가 아니더라도 이윤이 아니라 사람이 우선시되는 세상이면 충분하다.

우린 그들과 다르다

386세대가 몰로토프 칵테일과 쇠파이프로 거리에서 80년대를 보내며 역사를 배웠다면 이들은 힙합패션에 피어싱, DDR, 리니지게임 등 전혀 다른 문화로 살아왔다. 이것이 진정한 자유로움이자 개성일까? 혹여 세련된 자본주의 소비문화의 총아는 아닐까 걱정부터 앞서는 건 당연지사다.

“그건 개인의 자유이자 기호예요. 그 세대가 그런 문화를 몰랐으니까 안 했던 거죠. 한 개인에게도 여러 문화적 기호가 있는 거잖아요.” 귀걸이도 아니고 너댓 개나 되는 구멍을 귀에 뻥뻥 뚫어 피어싱을 한 채 개량한복을 입은 조정의민 씨(81년생). 그가 펼치는 학내 운동도 다양하다. 영상모임에 사회과학학회, 환경학회 그리고 총학생회 학원자주화 집행부까지 도맡았다. 그런 ‘잡종문화’를 이상하게 여기는 기자를 오히려 의아하다는 듯 쳐다보는 눈빛이다. 그렇지만 그를 ‘개념 없는 아이’로 치부하면 큰 오해다. 인권운동가들의 명동성당 노상단식을 지지방문하고 영상으로 담아오기도 했다. 지금은 사립대의 부당한 등록금 인상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 영상을 무기로 사회운동하는 게 꿈이라는 그. 앳되지만 자신감은 넘쳐흐른다.

M세대라고 지칭된 이들은 자신이 느끼는 문제를 찾아 모두들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기존의 통일운동이나 노학연대에서 동성애자 모임, 교육통화, 페미니즘, 생태운동, 제2대학, 과ㆍ반학생회까지 매우 폭넓고 다양한 움직임이 대학 내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우리 또래들에게는 가능성이 풍부합니다. 새로운 걸 금방 받아들이고 그것들로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기획할 줄 알아요. 그리고 자신의 주변까지 변화시키려고 합니다.” 작년 4·13선거 당시 청년진보당에서 활동한 홍증표 씨(80년생)의 말이다.

한편 이들은 지난 세대에 대한 명암 또한 명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386보다는 광주항쟁세대라는 표현이 정확하죠.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았지만 그 성과가 분명한 건 아니잖아요. 초선의원들을 봐도 그렇고. 80년대부터 지금까지 바뀐 것은 사실 크게 없다고 여깁니다만, 우리 사회에서 민중운동을 지속적으로 가능케 한 디딤돌이었다고 평가해요. 그렇지만 정권의 문제를 넘어 체제 자체에 대한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여깁니다.” 학내에서 통일운동을 하는 임나영 씨(80년생)의 지적이다.

M세대가 펼치는 운동은 신사회운동의 영향으로 다양해진 상태다. 그러나 80년대 만큼의 대중적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심지어 ‘운동 마니아’라는 악의적 표현도 있다. 대중성의 문제, 이들에게도 역시 예외일 수는 없는 것. 그들 나름의 해명을 들어보자. 우선 사회가 너무나 경쟁체제를 강요하고 성공욕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요즘 토플 550점, 토익 800점은 기본이다. 그리고 학점도 상대평가로 인해 고등학교를 능가하는 과열된 학점경쟁이 학교마다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내적으로는 운동방식의 구태의연함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문제도 있다.

“아직 학우들이 무관심한 것은 사실입니다. 새로운 운동도 예전 방식과 비슷하기 때문이죠. 밖에서 보면 한순간의 눈요기 거리 이상이 아니에요. 거기다가 80년대식 권위주의 문화도 남아 있고….” 학내에서 ‘모반’이라는 페미니즘 모임을 하고 시민단체에서 자원활동가로도 일하는 조노은진 씨(80년생)의 솔직한 심정이다. 작년 단과대 차원에서 페미니즘 문화제를 개최했던 박성은 씨(79년생)는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다양한 퍼포먼스가 필요한 때라고 한다. 어쩌면 운동방식과 형태 모두에 있어 지금이 ‘과도기’일지도 모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일반 학우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때 지신들의 정당성만 반복할 수밖에 없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는 한편, 창조적 운동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세상의 변화를 꿈꾼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 80, 81년생들이 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우연찮게도 작년 초부터 매체를 통해 활발하게 소개된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이라는 것이다. 시민운동이라면 세상을 다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에서 자원활동을 한 홍지영 씨(81년생)도 그런 경우이다. 자원활동을 하면서 그릇된 정치를 직접 해결해 나가는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느끼기도 했다고.

시민단체에서 자원활동가로 이제 갓 한 달을 넘긴 신아름 씨(80년생)와 윤수홍 씨(81년생). 그들은 인터넷 동우회 ‘Inline’이라는 롤러브레이드 모임에서 만나 친구가 된 사이다. 신아름 씨가 모 잡지에 실린 시민단체 기사를 보고 함께 하고 싶어 자원활동을 시작했단다. 차 없는 세상에서 맘껏 롤러브레이드를 타고 싶다는 이들은 시민단체에 뭔가 도움이 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고 한다. 시민운동을 통해 정직하고 믿음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능력이 되면 정말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권리찾기운동도 직접 해보고 싶단다.

자신이 내는 당비로 진보정당을 먹여 살린다며 자랑하는 세대, 자칭 6·15세대라며 통일을 꿈꾸기도 하고, 통제 없는 아나키즘을 선호하기도 하며, 때로는 시민단체를 통해 스스로 사회개혁의 주체로 나서고 싶어하는 밀레니엄세대. 이렇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변화를 꿈꾸며 행동하는 이들이야말로 우리 시대 진정한 개혁파가 아닐까.
최경석(참여사회 기자)
2001/03/01 00:00 2001/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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