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여론 등에 업고 중앙통제 의도 드러낸 행자부의 이중행보
2001/2001년 03월 :
2001/03/01 00:00
행자부는 주민자치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하는 것일까? 지난 1월 중순 행자부는 ‘자치제도 개선작업 본격 추진’이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보도자료의 핵심은 이렇다. 행자부는 지방자치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본격 실무작업에 착수한다는 것. 좀더 면밀히 살펴보면 자치행정의 책임성 확보, 지방의회 및 선거제도 개선, 대도시 자치구제 개선, 도·시군 행정체제 개편, 지방재정의 건전성 확보 등에 대한 손질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분야별 세부추진과제로는 첫째 주민소환제·주민투표제·부단체장 기능보강, 둘째 지방의원 전문성 강화와 정수조정 및 선거제도와 정당공천제도 개선, 셋째 지방재정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재정 패널티제의 확립 및 교부세 인센티브제 강화 등이다.
언뜻 보기엔 마치 행자부가 최근 무분별한 지역개발과 선심성 행정을 일삼는 자치단체에게 ‘핵펀치’를 날리겠다는 의지로 보여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보도자료가 나오기까지의 지난 과정을 살펴보면 뭔가 석연치 않은 대목이 발견된다. 일단 2000년 1월 25일로 가보자. 최인기 행자부 장관은 전국 기초자치단체장들을 상대로 한 국정설명에서 ‘서면경고제와 권한정지제’의 도입을 언급했다. 그후 2월 18일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대구시 기자간담회에서 최 장관은 “현행 지방자치법에는 단체장의 잘못에 대해 처벌하거나 제약할 규정이 없어 현재 제재방안을 연구중”이라고 밝히고, “경고 및 권한정지 제도 등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암시했다. 이뿐 아니라 3월 23일자 『동아일보』에는 최 장관의 대통령 행자부 업무보고에서 “자치단체장이 부당한 행정행위를 할 경우 권한을 일시박탈하는 ‘권한정지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나온다. 8월 21일에는 “민선 자치단체장의 직무태만과 부당한 행정행위를 막기 위해 서면경고제와 대리집행제의 도입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가 당시 시민사회단체들과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행자부는 주민참여제도의 정치적 논의와 묶어 다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추가로 입법예고하고 있다.
‘반자치파’들의 이유없는 항변
지난 11월 29일 민주당 김덕배·한나라당 임인배 의원 등 42명의 국회의원들은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단체장을 선출제에서 임명직으로 전환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이 역시 시민사회의 반발에 부딪쳐 보류된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방기돼 있다. 이처럼 행자부나 국회의원 일부가 ‘반자치파’로 나서는 이유는 뭘까? 하승수 주민자치정책정보센터 운영위원은 이렇게 본다.
“행자부의 의도는 명백히 중앙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입니다. 국회의원들의 경우는 다양하게 분석해볼 만한데, 첫째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자치단체장은 국회의원의 잠재적 ‘정치 경쟁자’가 됐다는 겁니다. 실제 4·13총선에서 송파구청장 등 6명의 기초단체장 출신이 당선됐잖아요. 둘째, 지역 내에서 자치단체장이 국회의원 못지않은 파워를 갖게 됐다는 거예요. 이런 게 반자치로 돌아서는 핵심적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행자부는 교묘하게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고자 노력 중이다. 그 현장으로 달려가보자. 지난해 12월 4일부터 8일까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지방자치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비공개 워크숍을 가졌다. 이 워크숍의 세부내용은 행자부가 1월 중순 밝힌 그 보도자료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자치행정의 책임성 확보(주민소환·부단체장의 국가직 전환·단체장 징계제도·감사기구의 독립·주민투표 등), 지방의회제도 개선(지방의원 유급직화·의원정수 조정·선거제도개선 등), 대도시 자치구제 개선(시와 자치구간 기능조정·자치구 지위변경·기관구성 등), 지방재정 건전성 확보(재정분석진단제도·복식부기제도·지방채발행기준 합리화 등), 지방재정조정제도의 합리적 개편(교부세의 재정형평화 기능·지방교부세의 패널티제 도입 및 인센티브제의 확대운영 등). 이쯤 되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얼굴마담’이었고, 실제로는 행자부가 이 워크숍을 주도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실제 『국민일보』 2000년 11월 27일자를 지면분석 해보자. “행자부는 민선자치 5주년을 맞아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전면적 손질을 가한다. 현행 지방자치제도가 단체장의 전횡, 방만한 예산운용, 지역이기주의 등 각종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고 보고 내달 중 대규모 워크숍과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 본격적 제도개선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행자부는 이를 위해 내달 5일부터 나흘 간 충남 천안 상록회관에서 학계와 시민단체, 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60여 명이 참가하는 워크숍을 열기로 했다.” 이런 예고기사까지 준비한 걸 보면 행자부는 나름대로 ‘중앙통제를 어떻게 강화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노선과 방향이 정해져 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워크숍은 행자부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행자부의 중앙통제 강화방안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기 때문. 그러자 행자부는 워크숍을 종합해 12월 27일 ‘국민대토론회’를 계획한다. 여기에서도 학계와 시민단체는 행자부가 추진하는 지방자치법의 개정방향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의 인사말 일부를 엿보자.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임명제로 할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의원을 주민이 선거하는 것은 주민자치의 핵심이며, 오늘날 지방자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 중 임명제는 하나도 없다. 이뿐 아니라 기초지방자치단체의 부단체장을 국가직으로 전환할 수 없다. 그것은 지방자치권 중 자치인사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중앙정부가 자치행정권을 통제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부자치단체장은 단체장의 보좌기관이며, 단체장을 보좌해 사무를 총괄하고 소속직원을 지휘감독해야 하므로 부자치단체장은 단체장의 분신과 다름없다.”
이렇게 반대의사를 강하게 피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자부는 올해 1월 중순 그들의 의도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안을 가지고 태스크포스팀을 짜 3월까지 세부안을 마련해 여야 정치협상기구에 제출하고, 지방재정의 건전성 확보 방안도 3월까지 개선안을 마련해 추후 임시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0년 1월 최 장관의 발언대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와 학계 무시한 행자부 자치제도개선안
하지만 시민사회 또한 행자부의 이런 의도를 파악하고, 발빠르게 대응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우선 시민단체와 학계는 행자부가 내놓은 안에 대해 ‘빅딜’할 마음이 없다. 하승수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자.
“행자부가 제시한 주민투표제와 주민소환제를 받아들일 수는 있어도 부단체장의 국가직 전환 등의 중앙통제 시도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건 지방자치를 후퇴시키는 일이죠. 행자부야 맞교환할 수 있겠지만 ‘분권과 자치’를 주장하는 저희들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입니다.”
김 교수는 일본이 지난 ‘10년의 실패’를 과도한 중앙집권체제 때문이라고 절감하고 과감한 분권화를 시도하고 있는 점을 우리도 보고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10년 동안 크고작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시행된 민선 지방자치제도. 물론 아직까지 정착되지 않아 많은 한계가 노정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대중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것처럼 진정한 ‘참여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 ‘분권과 자치’의 철학은 행정자치의 근본이 돼야 할 것이다. 도도하게 흐르는 민주주의 실천의 역사가 행자부의 옹졸한 시각에 의해 가로막힌다는 것은 대세에 역행하는 일일 것이다.
언뜻 보기엔 마치 행자부가 최근 무분별한 지역개발과 선심성 행정을 일삼는 자치단체에게 ‘핵펀치’를 날리겠다는 의지로 보여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보도자료가 나오기까지의 지난 과정을 살펴보면 뭔가 석연치 않은 대목이 발견된다. 일단 2000년 1월 25일로 가보자. 최인기 행자부 장관은 전국 기초자치단체장들을 상대로 한 국정설명에서 ‘서면경고제와 권한정지제’의 도입을 언급했다. 그후 2월 18일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대구시 기자간담회에서 최 장관은 “현행 지방자치법에는 단체장의 잘못에 대해 처벌하거나 제약할 규정이 없어 현재 제재방안을 연구중”이라고 밝히고, “경고 및 권한정지 제도 등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암시했다. 이뿐 아니라 3월 23일자 『동아일보』에는 최 장관의 대통령 행자부 업무보고에서 “자치단체장이 부당한 행정행위를 할 경우 권한을 일시박탈하는 ‘권한정지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나온다. 8월 21일에는 “민선 자치단체장의 직무태만과 부당한 행정행위를 막기 위해 서면경고제와 대리집행제의 도입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가 당시 시민사회단체들과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행자부는 주민참여제도의 정치적 논의와 묶어 다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추가로 입법예고하고 있다.
‘반자치파’들의 이유없는 항변
지난 11월 29일 민주당 김덕배·한나라당 임인배 의원 등 42명의 국회의원들은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단체장을 선출제에서 임명직으로 전환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이 역시 시민사회의 반발에 부딪쳐 보류된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방기돼 있다. 이처럼 행자부나 국회의원 일부가 ‘반자치파’로 나서는 이유는 뭘까? 하승수 주민자치정책정보센터 운영위원은 이렇게 본다.
“행자부의 의도는 명백히 중앙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입니다. 국회의원들의 경우는 다양하게 분석해볼 만한데, 첫째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자치단체장은 국회의원의 잠재적 ‘정치 경쟁자’가 됐다는 겁니다. 실제 4·13총선에서 송파구청장 등 6명의 기초단체장 출신이 당선됐잖아요. 둘째, 지역 내에서 자치단체장이 국회의원 못지않은 파워를 갖게 됐다는 거예요. 이런 게 반자치로 돌아서는 핵심적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행자부는 교묘하게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고자 노력 중이다. 그 현장으로 달려가보자. 지난해 12월 4일부터 8일까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지방자치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비공개 워크숍을 가졌다. 이 워크숍의 세부내용은 행자부가 1월 중순 밝힌 그 보도자료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자치행정의 책임성 확보(주민소환·부단체장의 국가직 전환·단체장 징계제도·감사기구의 독립·주민투표 등), 지방의회제도 개선(지방의원 유급직화·의원정수 조정·선거제도개선 등), 대도시 자치구제 개선(시와 자치구간 기능조정·자치구 지위변경·기관구성 등), 지방재정 건전성 확보(재정분석진단제도·복식부기제도·지방채발행기준 합리화 등), 지방재정조정제도의 합리적 개편(교부세의 재정형평화 기능·지방교부세의 패널티제 도입 및 인센티브제의 확대운영 등). 이쯤 되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얼굴마담’이었고, 실제로는 행자부가 이 워크숍을 주도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실제 『국민일보』 2000년 11월 27일자를 지면분석 해보자. “행자부는 민선자치 5주년을 맞아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전면적 손질을 가한다. 현행 지방자치제도가 단체장의 전횡, 방만한 예산운용, 지역이기주의 등 각종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고 보고 내달 중 대규모 워크숍과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 본격적 제도개선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행자부는 이를 위해 내달 5일부터 나흘 간 충남 천안 상록회관에서 학계와 시민단체, 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60여 명이 참가하는 워크숍을 열기로 했다.” 이런 예고기사까지 준비한 걸 보면 행자부는 나름대로 ‘중앙통제를 어떻게 강화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노선과 방향이 정해져 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워크숍은 행자부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행자부의 중앙통제 강화방안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기 때문. 그러자 행자부는 워크숍을 종합해 12월 27일 ‘국민대토론회’를 계획한다. 여기에서도 학계와 시민단체는 행자부가 추진하는 지방자치법의 개정방향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의 인사말 일부를 엿보자.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임명제로 할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의원을 주민이 선거하는 것은 주민자치의 핵심이며, 오늘날 지방자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 중 임명제는 하나도 없다. 이뿐 아니라 기초지방자치단체의 부단체장을 국가직으로 전환할 수 없다. 그것은 지방자치권 중 자치인사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중앙정부가 자치행정권을 통제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부자치단체장은 단체장의 보좌기관이며, 단체장을 보좌해 사무를 총괄하고 소속직원을 지휘감독해야 하므로 부자치단체장은 단체장의 분신과 다름없다.”
이렇게 반대의사를 강하게 피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자부는 올해 1월 중순 그들의 의도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안을 가지고 태스크포스팀을 짜 3월까지 세부안을 마련해 여야 정치협상기구에 제출하고, 지방재정의 건전성 확보 방안도 3월까지 개선안을 마련해 추후 임시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0년 1월 최 장관의 발언대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와 학계 무시한 행자부 자치제도개선안
하지만 시민사회 또한 행자부의 이런 의도를 파악하고, 발빠르게 대응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우선 시민단체와 학계는 행자부가 내놓은 안에 대해 ‘빅딜’할 마음이 없다. 하승수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자.
“행자부가 제시한 주민투표제와 주민소환제를 받아들일 수는 있어도 부단체장의 국가직 전환 등의 중앙통제 시도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건 지방자치를 후퇴시키는 일이죠. 행자부야 맞교환할 수 있겠지만 ‘분권과 자치’를 주장하는 저희들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입니다.”
김 교수는 일본이 지난 ‘10년의 실패’를 과도한 중앙집권체제 때문이라고 절감하고 과감한 분권화를 시도하고 있는 점을 우리도 보고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10년 동안 크고작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시행된 민선 지방자치제도. 물론 아직까지 정착되지 않아 많은 한계가 노정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대중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것처럼 진정한 ‘참여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 ‘분권과 자치’의 철학은 행정자치의 근본이 돼야 할 것이다. 도도하게 흐르는 민주주의 실천의 역사가 행자부의 옹졸한 시각에 의해 가로막힌다는 것은 대세에 역행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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