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지내는 분당 지역의 초등학생들과 ‘작은 것이 아름답다’란 생태잡지 최근호에 나온 ‘내 생태발자국은 얼마나 클까’라는 제목의 질문지를 작성해보았다. 난방연료, 전기요금, 집의 크기, 수도꼭지 개수, 사용하는 가전제품 개수, 쓰레기 배출량, 통근(학) 수단, 자동차 대수, 육식과 외식 빈도, 일회용품 사용 빈도 등에 답하고 점수를 매긴다. 총점이 낮을수록 생태발자국이 작다, 즉 환경에 부담을 덜 주면서 살고 있다는 뜻이 된다.

한 아이가 “우리 집에는 에어컨도 없고, 소파는 너덜너덜, 차는 12년 됐고, 10년 넘은 냉장고는 소음이 엄청 커서 엄마가 아빠를 졸라대고 있지만 아빠는 무조건 안 사는 주의”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분당 사람들이라고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가지는 않는구나 하는 생각에 흐뭇했다. “선생님도 해보시라”는 아이들 재촉에 나는 질문지를 재빨리 일별하곤 연필만 만지작거렸다. 어림짐작으로도 시골에 사는 내가 도시에 사는 그들보다 오히려 점수가 높게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선 난방수단. 도시는 대개 도시가스로 난방을 하지만 시골은 도시가스가 보급되어 있지 않다. 심야전기 보일러를 쓰는 우리 집은 겨울이면 한 달 전기료가 20만 원에 육박한다. 수백 만 원의 설치비가 들어가는 심야전기보일러 대신 요즘 나무를 때는 보일러가 인기여서 동네 산의 땔감 쟁탈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사태를 미리 내다본 눈치 빠른 가정에선 연탄보일러가 등장하고 있다.

다음, 쓰레기 배출량. 아파트에선 재활용품 분리배출을 편리하게 할 수 있다. 시골에서는 정해진 날 재활용품 수거차량이 지나가는 길에 갖다 놓아야 하는 불편 때문인지 재활용품을 분리 배출하는 사람이 드물다. 마당에서 뒤섞어 태워버리는 것이다. 또 도시에서는 비닐봉지까지 분리 수거되지만 내가 사는 곳은 비닐봉지는 따로 받지 않는 것 같다.

교통수단. 학교 가깝고 대중교통망이 거미줄처럼 깔린 도시와 달리 시골은 대중교통이 빈사상태라 차 없이는 움직이기 어렵다.

전기 많이 쓰지, 쓰레기 많이 내놓지, 차 많이 타지, 주택에 사니까 아파트보다 평수 크고 수도꼭지 많지, 자연히 생태발자국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시골의 취약한 생활 인프라가 원인일 수 있다. 우리의 도시는 주거환경의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청정난방연료의 보급, 대중교통 및 폐기물 수거 체계의 확립 등에선 어느 정도 발전을 이룬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모든 원인을 인프라 탓으로만 돌려버리기에는 개운치 않다. 내 주변에도 큰맘 먹고 에어컨을 장만한 덕에 모기가 설쳐대는 한여름에도 창문 닫고 시원하게 잠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고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이웃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 도시의 소비적 생활문화가 시골까지 파고든지 이미 오래다.

열 문항 조금 넘는 설문지에 전적으로 좌우될 것은 아니지만 시골에 사는 것이 오히려 자연을 더 괴롭히는 것일 수 있다는 결론에 복잡한 기분이다.

고진하 (참여사회 편집위원)
2007/01/01 00:00 2007/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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