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여성노동의 현실
2007/2007년 02월 :
2007/02/01 00:00
비정규법 통과로 불안과 기대의 갈림길에 선 여성노동자들
비정규직이 ‘정상’인 여성노동의 현실
미옥 씨는 호텔 룸 메이드다. 몇 년 전만 해도 정규직이었다. 어느 날 호텔 측에서 요즘은 아웃소싱이 대세라며 현재와 똑같은 근로조건을 유지하고 고용도 계속 보장하겠으니 소속만 용역회사로 바꾸라고 제안했다. 노동조합을 찾아가 보았지만 어쩔 수 없다며 이후에도 고용이나 근로조건은 노동조합에서 보장해 줄 터이니 계약하라고 했다. 그래서 계약했지만 첫해가 지나자 용역회사는 호텔 측이 용역비를 낮게 줘서 적자라며 임금을 깎자고 했다. 항의했지만 호텔에서는 법적으로 책임이 없다며 용역회사와 해결하라고 했다. 실낱같은 희망이던 노동조합마저 이제 회사가 달라져 조합원이 아니니 어쩔 수 없다 했다. 이렇게 몇 해가 지나 지금 미옥 씨는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은 임금을 받는다. 게다가 해마다 용역회사가 바뀌면서 재계약 때가 되면 늘 불안한 마음이다.
미옥 씨와 같은 사내하청, 용역, 도급, 파견 형태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의 무분별한 외주화가 진행되어왔고 특히 새로 통과된 비정규법의 여파로 정규직 고용을 피하기 위해 직접 계약직의 기간제 노동자를 외주화하려는 시도가 많아지리라고 예상된다. 실제 근로조건은 원청이 결정하면서도 용역회사 뒤에 숨어서 이익을 얻되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이 바로 간접고용이다. 무분별한 외주화의 대표적인 예로는 KTX 여승무원을 떠올릴 수 있다. 고객의 안전과 서비스의 맨 앞에 있는 승무원들을 무분별하게 외주회사로 계약을 시켰고 승무원들의 반대투쟁이 계속되고 사회문제가 되자 또 다른 외주회사와 계약하라는 답을 내놓고 있다. 여기서 한 술 더 떠 철도공사와 직접 계약 관계에 있던 새마을호 여승무원까지도 외주회사로 계약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 외에도 최근 롯데호텔 룸 메이드들이 용역회사를 바꾸면서 노조간부들이 선별 해고되었고 대우빌딩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차가운 거리에 있다. 오른 최저임금을 주지 않으려고 용역회사를 바꾸면서 임금인하를 조건으로 재계약을 시도하는 사례도 있었다.

▲ 롯데호텔 비정규직의 투쟁
낮은 임금, 불안한 고용, 법 보호도 못 받아
현재 전체 노동자의 55%인 845만 명이 비정규직으로 정규직의 수를 넘어섰다. 특히 여성노동자는 70%가 비정규직으로 비정규직이 ‘정상’인 상태가 된지 벌써 10년째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진입하는 일자리와 출산, 육아 등으로 단절된 후 가질 수 있는 일자리도 비정규직이다. 여성 노동자들은 현재 29세 전후를 제외하고는 전 연령층에서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더 많다. 2006년 비정규직의 월평균임금은 정규직의 51.3%이고 비정규직 여성의 임금은 정규직 남성노동자의 40%에 불과하다. 그 결과 여성노동자의 44.3%가 중위임금 2/3인 86만 7000원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이다. 기혼 여성의 임시·일용직 비율도 66%로 저임금 비율이 매우 높다.(2005. 5 한국노동연구원)
또한 2006년 8월 현재 법정 최저임금 3,100원 미만인 노동자는 144만 명인데 비정규직이 136만 명으로 94.4%에 이른다. 사회보험 가입률도 정규직이 83~98%인데 비정규직은 32~35%밖에 안 된다.(김유선, 2006 경활부가조사) 가장 불안한 상태에서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지만 안전에 대한 보장도, 미래나 노후에 대한 보장도 없는 것이 비정규직의 현실이다.
또한 노동시장 유연화가 가속된 결과 기업에 인적 혹은 경제적으로 종속된 노동자로 일하면서도 노동법의 보호에서 제외되어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현재 특수고용 관계에 있는 노동자들은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보험모집인, 애니메이터, 텔레마케터, 음식료품 서적 화장품 방문판매인, 문화예술 종사자, 수금원 등 매우 광범위하며 여성의 취업이 증가하고 있다. 2002년 통계청 발표로는 74만 8,000명이고 이중 61.7%가 여성이다. 그러나 특수고용 여성노동자들이 개별 사업자로 분류되거나 등록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로는 훨씬 많은 여성들이 종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재택근무자와 파출부, 간병인을 포함한 가내노동자들도 근로기준법, 4대 보험, 노동조합법 등 법의 보호 바깥에서 불안하고 힘겨운 노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영세사업장의 노동자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여성노동자의 44.8%가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10인 이하 사업장에 몰려 있어 법 적용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인하대학교 여성 비정규직 투쟁
외주냐 정규냐, 시민사회여 희망을 만들자
비정규직화는 단순히 지위의 변화가 아니라 빈곤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이렇다 보니 비정규직이 되지 않으려는 시도는 눈물겹다. 수십만 명의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이나 자격시험에 매달린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이 될까봐 늘 불안하고 비정규직은 자신의 일에서 보람을 느끼거나 성취를 얻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전문성도 생기지 않는다. 이미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양극화와 사회적 절망감의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비정규직 과반수시대에는 복지제도도 사회시스템도 모두 바뀌어야 한다. 안정된 일자리도, 수입도, 연금도 없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그런 위기감을 못 느끼는 정부여당이 내놓은 것은 비정규법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정도이다. 물론 정규직이 양보해야 한다는 단서를 붙여서.
비정규법이 통과되었다. 법에 따라 최초로 무기계약 근로자가 되는 사람은 2009년 7월에 나올 것이다. 그런데도 벌써 술렁이고 있다. 논란 당시에 2년 주기의 계약직이 양산될 거라는 전망이 지금은 외주화와 차별을 온존시킨 정규직화의 두 갈래로 갈리고 있다. 노동부 산하기관과 법원이 제일 먼저 계약직 노동자에게 재계약 불가를 선언했다. 공기업인 철도공사는 새마을호 승무원을 외주화 하려고 한다. 기간제 법과 차별, 두 가지 다 해당되는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발빠르게 비정규직 여행원에 대해 임금은 그대로 하고 고용은 보장된 정규직화를 하기로 하였다.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선언한 멋진 기업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다수는 눈치보고 있다. 그 눈치의 결과가 대량해고와 외주화로 이어질지, 정규직화로 이어질지 불확실하다. 비정규직여성은 불안과 기대 양쪽을 오가고 있다. 당사자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서 행동할 것인가와 더불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는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관건일 것이다. 여기에 시민사회의 역할이 있다. 국민들이 보다 나은 미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80년대의 암흑 속에서 숨어있던 87년의 희망을 찾아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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