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인상률의 서너 배 되는 고율 인상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 등록금이 인상되었다. 사립대는 평균 5~10% 등록금을 올렸으며, 이에 학생들의 반발도 거세다. 물가인상률의 서너 배에 달하는 고율 인상이다. 2006년만 보더라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2%에 그쳤지만 대학 등록금은 사립대가 6.5%, 국립대가 8.9%나 올랐다. 이러한 고율 인상으로 연간 등록금이 1천만 원을 넘는 학과나 전공이 생겨나고 있으며, 전문대학원에 다닐 생각이라면 연간 2천만 원 이상을 준비해야 한다. 등록금 마련이 어려운 서민들을 위해 2005년부터 학자금 융자 제도가 확대 시행되고 있지만, 빚을 안고 졸업을 하게 된다는 점, 융자금을 갚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점에서 등록금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대학 측이 제시하는 등록금 고율 인상의 이유와 근거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412개에 달하는 우리나라 고등교육 기관 중 등록금 인상의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고 대학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 등록금을 인상하는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 등록금을 일방적으로 결정해 고지한다. 소수의 대학들이 등록금 협상 기구를 운영하지만 임의 기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몇 장짜리 형식적 문서가 제출되고, 학교 측의 일방적 설명회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요식행위라는 거센 비난이 이는 이유다. 사립학교법에 따라 예·결산 자문기구로 대학평의원회가 있지만 이 또한 유명무실하다. 한나라당이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어 사립대학들이 대학평의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건물 짓는 게 대학 발전?

비민주적으로 진행되는 등록금 결정 과정은 등록금의 합리적 책정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다. 2005년 사립대학 예·결산 분석 결과, 많은 대학들이 예산을 크게 부풀려 편성하는 방법으로 등록금을 인상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예산보다 결산이 1조2천억 원이나 적었는데, 이는 그만큼 예산이 부풀려 편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5년 등록금 증가액이 3,900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예산만 합리적으로 편성해도 등록금 고율 인상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대학들은 이렇게 해서 남겨진 돈을 이월·적립금으로 축적하고 있는데 2005년 현재 일반 사립대학들이 보유하고 있는 누적 이월적립금은 거의 5조 원에 달한다.

대학들이 내건 등록금 인상의 주요 근거 중 하나는‘교육여건 개선’과‘대학발전’이다. 대학들은‘대학발전’을 외치며 외형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등록금을 인상해 건물 짓기에 바쁜 것이다. 신축 증축 개축 등 공사를 하지 않는 대학이 거의 없으며, 최첨단 시설과 비싼 내장재를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 수백 년 된 교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외국 대학들을 보면, 대학발전’을 위해 가장 먼저 지출되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외형 확장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등록금 외의 재원, 교육재정 확보가 근본 대책

최근 등록금 고액화가 사회문제가 되면서 여러 사회단체나 정당 등도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 먼저 등록금 인상률이 물가인상률의 1.5~2배를 넘지 않도록 하는 등록금 상한제가 제시되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 먼저 시작된 것으로 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다만, 이를 지키지 않을 때 사립대학들을 제재할 방법이 뚜렷하지 않아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 등록금뿐만 아니라 적립금을 과도하게 축적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도 제출되었으며, 이밖에 학자금 무이자나 소득 연계형 환급 제도도 이야기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만이 아니라 정치권까지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논의들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 대책이 아니라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거나 인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준의 안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등록금 문제의 근본 대책은 등록금 이외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 교육재정을 확보하는 것이다. 2007년 예산 추정 GDP대비 교육재정은 4.96%이다. 참여정부의 GDP 대비 교육재정 6% 공약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그러나 아무도 교육재정 확보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다.

최근 등록금 인상 문제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교육부는 등록금 문제의 대책으로‘등록금 예고제를 내놓았다. 4년 치 등록금을 미리 예고해 매년 반복되는 등록금 분규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등록금 인상의 근본대책을 세우기보다 분규만 막아보겠다는 얄팍한 생각에 다름 아니다. 등록금 예고제는 이미 많은 대학에서 시행했다가 폐기한 제도이며, 2001년 이 제도를 받아들인 대구교대의 경우, 2000년에는 11개 교대 중 등록금이 두 번째로 낮았지만, 2006년에는 두 번째로 높은 대학이 되었다. 이는 등록금 예고제가 분규는 억제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등록금 인상을 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한 해 예산도 뻥튀기 편성하는 등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대학들에게 4년 예산을 편성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욱이 예고제는 등록금을 내야만 입학 등록이 되는 신입생에게 등록금 인상을 떠넘기려는 것이다. 지금도 신입생들의 이러한 상황을 악용하여 재학생보다 신입생의 등록금 인상률을 더 높게 책정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는 신입생을 볼모로 등록금을 인상해 보겠다는 것으로 시급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교육부가 앞장서서 부추기고 있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합리적 예산 편성으로 인상 자제해야

대학 등록금 고액화는 가난의 대물림, 계층의 고착화, 양극화 재생산이라는 심각한 사회 문제를 낳고 있다. 정부와 전체 국민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가 된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정당은 교육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하며, 단기적으로 과도한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합리적 예산 편성으로 불필요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려는 대학들의 자발적 노력이 요구된다. 등록금 납부 당사자인 학생들은 문제 해결의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실천과 행동에 나서야 하겠다.

참여사회 황희란 한국대학교육 연구소 연구원
2007/03/01 00:00 2007/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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