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경찰서의 8년차 김명숙 회원


헌칠한 키, 서글서글한 눈매, 맑고 큰 웃음소리……. 지적이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지닌 김명숙(44세) 회원을 인사동의 한 찻집에서 만났다. 참여연대와 지척에 있는 담장 높은 집-종로경찰서-에 근무하는 사람답지 않게 웃음도 많고 경계심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녹취를 위해 작은 녹음기를 꺼내자 약간 당황해 하면서도 남의 일처럼 말한다.

“요즘 사람 만나면 주머니나 탁자 밑 같은 데를 한번 살펴봐야 한다나요. 하도 뒤통수치는 일이 많으니 서로 조심하자는 거죠. 그런데 어디 참여연대는 그러겠어요?”

신뢰가 담긴 그의 웃음 따라 덩달아 웃었다.

‘경찰공무원과 시민단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인터뷰 대상이 아닌가.

하지만 그는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제복을 벗은 김명숙 개인의 모습을 보아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이 자리에 나오기까지 많이 고민하고 갈등했으리라는 짐작이 들어 재빨리 매실차를 권하며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의례적이지만 참여연대를 향한 관심과 애정을 짐작할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가입동기가 궁금하다고.

“참여연대 활동이 한창 왕성하던 99년으로 기억해요. 시민의 힘으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움직임이 신선했고 그 중심에 참여연대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직장에서도 학생운동을 하던 학생들이 조사 받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동료들과 저는 관점이 크게 달랐어요. 젊고 의식 있는 학생들을 통해 새로운 희망과 변화의 바람을 기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죠.”

그런 관점이라면 직장생활의 어려움은 없느냐고 ‘폴리스 라인’을 뚫는 질문을 했다.

“저의 입장을 이야기 할 뿐이죠. 남들도 나와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죠. 세상은 많이 변화했고 좋아지고 있어요. 젊은 동료들은 다소 개인주의적이긴 해도 남의 의견을 많이 존중해줍니다.”

우문현답이라 말머리를 관심사 쪽으로 돌렸다. 현재 그는 언론정보대학원에서 대중문화론을 전공하고 있다. 만학의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해달라고 하자,

“굳이 만학이라기보다 새로운 것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많아 늘 배우는 걸 좋아했어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지만 영문학에, 문학 공부도 했어요. 습작으로 시도 쓰고 소설도 썼죠. 김채원, 김지원 자매의 소설을 좋아해요. 그 내밀한 울림과 떨림이 항상 저를 사로잡지요. 얼마 전에 작고하신 오규원 선생님의 시는 항상 가슴에 흐르고 있어요.”

달뜬 얼굴이 영락없는 문학소녀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따뜻한 시선을 갖고 싶기에 부지런히 좋은 강좌를 찾아다닌다고 한다. 어디든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이라면 금방이라도 출동할 듯한 자세이다. 훨훨 제복을 벗어 던지고 붓 한 자루에 세상을 담아올 작가의 기질이 다분했다. 도무지 집회 시위 현장에서 폴리스 라인을 지키던 모습을 그려낼 수가 없었다.

8년차 회원인 그는 참여연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나름대로 열심히 잘 해왔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언론에서 참여연대 흠집 내기 보도를 많이 했었죠. 그것은 자기들의 상처를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보도를 그대로 믿고 탈퇴하는 회원 수가 늘어나는 게 가슴 아프죠. 소신을 갖고 기다리는 여유가 있으면 좋겠어요. 또한 참여연대도 회원들에게 믿음을 주는 홍보와 행사기획이 필요한 것 같고요.”

이렇게 열혈회원을 만나면 신바람이 나면서도 어깨가 무겁다. 연이어 행사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쏟아놓는다.

“회원모임에 나가면 좋은 사람들 참 많이 만나요. ‘우리땅’같은 답사 모임은 일상의 활력소라 언제라도 따라나설 배낭은 준비 되어있어요. 그리고 다양한 시각을 가진 외부 강사들을 초청하여 ‘관계맺기’에 미숙한 현대인의 귀를 자주 열어주었으면 해요. 아쉬운 점은, 극히 개인적인 욕심이지만 참여연대가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 이사 가는 거죠. 항상 바로 내 곁에 있다는 든든함이 힘이었는데…….”

결코 서운한 기색은 없어보였지만 혹,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까지 멀어질까봐 지레 걱정하는 단발머리 소녀의 여린 마음이 엿보였다.

인터뷰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고백은 못하고 딴청만 부리다 헤어질 때 아쉬워하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경찰과 시민단체 간의 대립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최근 KTX 여승무원 파업 건에서부터 FTA, 평택미군기지 이전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거의 매일 일어나며 사람들이 다치고, 경찰청장이 바뀌는 사태까지 있었다. 물론 이런 사안들은 구조적이고 정책적인 문제지만 그는 이런 상황이라면 어디에 서 있을까.

“각자의 입장이 있으니 그 입장에서 생각하면 되는 것 아니예요? 물론 결코 쉬운 일은 아니죠. 그러나 사람이 다칠 정도로 감정이 앞서는 것만은 서로 자제를 했으면 해요.”

모범답안이라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할 수가 없었다. 폴리스 라인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휴머니스트의 일성이었다.

※김명숙 회원은 3월부터 삼청동으로 근무지를 옮겼습니다.

이경휴 참여연대 회원
2007/03/01 00:00 2007/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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