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자산과 빅브라더
2007/2007년 03월 :
2007/03/01 00:00
“엄마, 보장자산이 뭐예요?”
“뭔지 잘 모르겠는데.”
식탁에 앉아 찬거리를 다듬고 있는 내게 여덟 살 먹은 막내가 다가와 물었다. 심상한 말투로 대꾸하고 말았지만 요즘 TV를 켜면 날이면 날마다 나오는 광고인지라 어린 아이도 궁금증을 품을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공시대 표현을 빌리면 요즘 보장자산 모르면 간첩이지 싶다.
그쯤이면 보장자산이란 게 도대체 뭔지 인터넷 검색이라도 해보았음직하건만 나는 지금껏 보험용어인가보다 하고 막연히 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인의 강점이자 약점이기도 한 인맥을 치사하게 공격하여 얻어낸 이윤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빌딩을 올려가는 보험회사들이 마뜩찮아 지금까지 고집스레 보험 하나 들지 않고 살아온 나다. 나라고 주변에 보험 모집하는 친척, 친구, 아는 사람 하나 없을까. 보험은 들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온 길은 모질고 인정머리 없는 사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각인시키는 과정이었다고 보아도 틀림없다. 아이들 장래를 위해 큰 부담 되지 않는 교육보험 하나 들라는 작은 어머니의 권유까지 물리치는 나를 보고 민망해진 친정 부모님이 대신 보험을 들어주었을 정도니 더 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보험 때문에 살짝 흥분해 옆길로 빠진 이야기를 되돌리자. 가게 없는 동네에서 자라 자잘한 심부름을 못 다녀본 탓에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어도 쉬운 돈 계산조차 하지 못하는 아이의 입에서 경제용어가 튀어나오는 순간 나는 매스미디어의 위력과 자본의 막강한 의제 설정력에 두 손 들었다. 요즘 시사저널 사태를 보며 사람들은 ‘청와대는 기사를 뺄 수 없어도 삼성은 뺀다’는 씁쓸한 진실을 재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어디 빼는 것뿐이랴. 이제 자본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엇을 화제에 올리고, 무엇을 알아야 할지까지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코흘리개도 피해갈 수 없다. 물론 문제의 광고가 돈과 관련된 것이라 듣는 사람 귀에 쏙쏙 잘 들어오는지도 모른다. 새만금, 양극화, FTA 따위는 몰라도 사는 데 지장 없지만 부동산, 재테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우리 아니던가. 그런 점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분명히 우리 사회는 자본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들의 입맛대로 우리들의 의제를 설정하고 독점할 수 있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 시나브로.
얼마 전에 ‘○○마트로 가요’라는 TV 광고가 1년 내내 나오는 전자제품 가게에 가서 물건을 하나 골랐다. 계산대로 갔더니 회원카드를 만들어야 물건을 살 수 있고 나중에 고장 나면 수리를 받을 수 있단다. 카드 만드는데 주민등록번호에서부터 온갖 것을 묻는다. 카드 만드는 것이 더 이상 고객의 선택이 아니란 사실이 어처구니없었다. 아니, 무언가 보이지 않는 그물에 걸려드는 꺼림칙한 기분이었다.
친근하고 세련된 광고 뒤에 숨어 대중이 말하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자기 존재를 이실직고하지 않으면 물건 하나도 살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힘센 존재. 빅 브라더는 소설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닐지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이 스쳤다.
“뭔지 잘 모르겠는데.”
식탁에 앉아 찬거리를 다듬고 있는 내게 여덟 살 먹은 막내가 다가와 물었다. 심상한 말투로 대꾸하고 말았지만 요즘 TV를 켜면 날이면 날마다 나오는 광고인지라 어린 아이도 궁금증을 품을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공시대 표현을 빌리면 요즘 보장자산 모르면 간첩이지 싶다.
그쯤이면 보장자산이란 게 도대체 뭔지 인터넷 검색이라도 해보았음직하건만 나는 지금껏 보험용어인가보다 하고 막연히 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인의 강점이자 약점이기도 한 인맥을 치사하게 공격하여 얻어낸 이윤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빌딩을 올려가는 보험회사들이 마뜩찮아 지금까지 고집스레 보험 하나 들지 않고 살아온 나다. 나라고 주변에 보험 모집하는 친척, 친구, 아는 사람 하나 없을까. 보험은 들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온 길은 모질고 인정머리 없는 사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각인시키는 과정이었다고 보아도 틀림없다. 아이들 장래를 위해 큰 부담 되지 않는 교육보험 하나 들라는 작은 어머니의 권유까지 물리치는 나를 보고 민망해진 친정 부모님이 대신 보험을 들어주었을 정도니 더 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보험 때문에 살짝 흥분해 옆길로 빠진 이야기를 되돌리자. 가게 없는 동네에서 자라 자잘한 심부름을 못 다녀본 탓에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어도 쉬운 돈 계산조차 하지 못하는 아이의 입에서 경제용어가 튀어나오는 순간 나는 매스미디어의 위력과 자본의 막강한 의제 설정력에 두 손 들었다. 요즘 시사저널 사태를 보며 사람들은 ‘청와대는 기사를 뺄 수 없어도 삼성은 뺀다’는 씁쓸한 진실을 재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어디 빼는 것뿐이랴. 이제 자본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엇을 화제에 올리고, 무엇을 알아야 할지까지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코흘리개도 피해갈 수 없다. 물론 문제의 광고가 돈과 관련된 것이라 듣는 사람 귀에 쏙쏙 잘 들어오는지도 모른다. 새만금, 양극화, FTA 따위는 몰라도 사는 데 지장 없지만 부동산, 재테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우리 아니던가. 그런 점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분명히 우리 사회는 자본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들의 입맛대로 우리들의 의제를 설정하고 독점할 수 있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 시나브로.
얼마 전에 ‘○○마트로 가요’라는 TV 광고가 1년 내내 나오는 전자제품 가게에 가서 물건을 하나 골랐다. 계산대로 갔더니 회원카드를 만들어야 물건을 살 수 있고 나중에 고장 나면 수리를 받을 수 있단다. 카드 만드는데 주민등록번호에서부터 온갖 것을 묻는다. 카드 만드는 것이 더 이상 고객의 선택이 아니란 사실이 어처구니없었다. 아니, 무언가 보이지 않는 그물에 걸려드는 꺼림칙한 기분이었다.
친근하고 세련된 광고 뒤에 숨어 대중이 말하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자기 존재를 이실직고하지 않으면 물건 하나도 살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힘센 존재. 빅 브라더는 소설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닐지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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