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 ‘다문화 가족’이 늘고 있다. 다문화 가족은 그 성원들의 문화가 다르다는 개념이므로, 국제가족(결혼이민자 가족), 이주노동자 가족, 혼혈인 가족, 동성애자 가족 등을 포괄한다. 원론적으로 보면, 모든 신랑 신부는 각자 자기 부모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성원이므로 ‘결혼을 통해 형성된 가족’은 모두 다문화적 속성을 지니지만, 학자들은 종족·인종·문화적 소수자가 포함된 가족만 ‘다문화 가족’이라 지칭한다.

외국인 혼혈인 문화적소수자까지 포함

우리나라에서는 다문화 가족의 용례가 더욱 좁다. 좁은 의미의 다문화 가족은 ‘결혼이민자 가족’을 지칭한다. 과거 한국사회에서는 국제결혼의 이미지가 매우 좋지 않았으므로, 학계와 사회운동권 일부에서는 국제가족을 ‘이중문화 가족’이라고 불렀다. 그렇지만 신랑 신부 중 한 사람이 이중문화 가족의 자녀인 경우, ‘그의 결혼으로 형성된 가족’은 삼중 또는 사중 문화 가족으로 정의되는 궁지에 봉착하곤 했다. 다문화 가족 개념은 그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1990년 이후 국제결혼이 점점 늘어난 결과, 2007년 국내에는 약 11만에 달하는 결혼이민자 가족이 있다. 국내 결혼이민자 가족의 약 90%는 외국인 여성과 한국인 남성의 결혼으로 형성되었고, 나머지 10%는 외국인 남성과 한국인 여성의 결혼으로 형성되었다. 한편, 국내 이주노동자 가족 수는 1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약 40만 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 중 가족 동반이 가능한 전문기술직 종사자는 5%에 불과하고, 방문취업제나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생산직 이주노동자는 가족동반이 불가능하다. 일부 불법체류자(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본국에서 가족을 초청하거나, 국내에서 결혼하여 가족을 형성한 경우도 있지만, 그 수는 매우 적다.

혼혈인은 굴절된 한국현대사의 산물이다. “혼혈인”이라는 용어 자체가 ‘차별의 도구’라는 지적이 있지만, 대체 용어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부모의 인종이 다른 사람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혼혈인 가족 수를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2006년 민간단체인 펄벅재단에서 ‘미군 관련 혼혈인’ 실태조사를 위해 작성한 명단에는 745명이 수록되어 있다. 이를 고려할 때, 그 수는 이주노동자 가족 수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한편, 동성애자 가족이 다문화 가족이라고 하면 의아해 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동성애자는 문화적 소수자이므로, 그들의 가족은 응당 다문화 가족에 해당한다. 다문화 가족에 해당하는 기타 사례로는 ‘해외 입양인’ 등을 포함하는 ‘외국 국적 재외동포’ 가족이 있다.

다문화 가족 지원 걸음마 수준

한국인의 다문화 가족에 대한 인식은 결코 긍정적이라 할 수 없다. 한국인의 마음속에는 순수혈통의 민족 개념이 자리 잡고 있으므로, ‘보통 한국인’과 다른 다문화 가족 성원은 한국사회에서 도드라져 보이는 존재다. 모든 인간은 타인과 ‘다른 점’을 근거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므로, 도드라진다는 점 자체는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그 방향이 존중 또는 존경과는 거리가 먼 멸시에 가깝다는 점은 문제다. 즉, 단일민족과 순수혈통을 강조하는 한국사회에서 다문화 가족의 성원들은 차별 대우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2006년 4월 26일 정부 차원의 총괄추진 체계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탈법적인 결혼중개 방지 및 국제결혼 당사자 보호, 가정폭력 피해자 등의 안정적 체류 지원 및 보호 강화, 결혼이민자의 한국사회 조기적응 및 정착 지원, 자녀의 학교생활 적응 지원, 결혼이민자의 안정적 생활환경 조성, 결혼이민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및 업무책임자 교육 등을 그 핵심으로 하는 결혼이민자 지원대책을 발표하였다. 그 후 결혼이민자는 배우자의 귀책사유로 이혼했더라도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고, 또 별도의 허가 절차 없이 자유롭게 취업하며 국내에서 생활할 수 있다. 결혼이민자는 국적 취득 전이라도 18세 미만 아동을 양육하는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긴급복지지원법, 모부자복지법에 의하여 생계ㆍ의료ㆍ주거 등의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06년부터 정부는 결혼이민자의 출신국 별 네트워크 결성을 지원하여, 결혼이민자들이 서로 정보를 원활하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정부는 ‘혼혈인 및 이주자의 사회통합 지원방안’을 통해 이주노동자 가족과 혼혈인 가족이 사회통합 정책의 대상임을 밝힌 바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 정책은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그리고 동성애자 가족은 정책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는 현실이다.

자국민과 차등 없는 외국의 다문화 가족 지원

선진사회의 다문화 가족 지원 정책은 대상별로 특화되어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결혼이민자는 수백 시간에 걸친 언어교육과 사회적응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교육비는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이주노동자 가족은 그 나라 국민과 차등 없는 사회복지 혜택을 받고 있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적극적 차별 시정조치' 프로그램을 통해 혼혈인과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등은 동성애자 가족에 대해 일반 가족과 동등한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선진사회와 비교하면, 한국의 다문화 가족 지원 정책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결혼이민자 대상 한국어교육 부부교육 문화체험 등은 아직 시범사업 수준이고, 전체 결혼이민자를 고려하면 그 범위가 매우 좁다. 이주노동자와 혼혈인 및 동성애자 가족 지원 정책은 아예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당당한 사회구성원 되도록 인식, 제도 정비 시급

다문화 가족의 성원들이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정립하고 착실히 실천하는 게 필요하다. 이민정책의 근간이 될 <재한 외국인 처우 기본법>을 시급히 제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결혼이민자, 이주노동자, 혼혈인 및 동성애자 가족을 지원할 수 있는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주민가족에 대한 보호와 지원 등에 관한 법률>, <혼혈인 및 혼혈인 가족 지원에 관한 법률>, <다문화가족지원법>을 다듬어 입법화해야 한다. 또 <건강가정기본법>을 <가족정책기본법>으로 전면 개정해 다양한 가족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제도 정비와 아울러 한국사회에서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의 실천이 있어야만 다문화 가족 성원들이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히 설 수 있을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2007/05/01 00:00 2007/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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