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 사진 속 당신은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고 계십니다. 오늘 이 대열의 어디쯤에 낯익은 반백의 스포츠 머리를 하신 작업복 차림의 당신이 서 계시다가 조용히 다가와 인사를 건네올 것만 같습니다. (임종대 공동대표의 조사에서)

“안녕하셨어요. 고생많으십니다.”

허세욱 회원님은 늘 이렇게 인사를 하셨습니다.

‘허세욱’이란 이름은 알지 못해도 반백의 스포츠 머리에 늘 민주노총 이름이 새겨진 잠바 차림의 집회장에서 뵈었던 온화하신 그 얼굴은 기억하실테지요.

지난 4월 1일 한미FTA 고위급 협상이 진행중이던 하얏트 호텔 앞에서 ‘한미FTA폐기’를 외치며 분신하신후 고통스러운 사투를 벌이시다 4월 15일 안타깝게 운명하신, 그 분입니다. 16년 동안 택시운전을 하시면서 받은 적은 월급으로 당신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에 전혀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2000년 16대 총선 당시에는 투표율이 저조한 선거 문화 개선을 위해 승객들에게 유권자참여서명을 받아내셨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월차도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쓰셨다지요. 오직, 누구나 잘 살 수 있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지극히 당연한 생각을 가지신 분이 다수를 위한 희생을 하셨습니다. 집회에 나오는 것이 “겨우 머릿수 하나 채우는 것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나는 꼭 필요한 ‘참여’라고 생각한다.”고 하셨던 허세욱 님은 단지 머릿수 채우는 한 명이 아닌 군중을 대표하여 묵묵히 행동하고 실천하는 시민이셨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허세욱 님이 들려주고 보여주신 조용한 외침을 늘 기억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깊은 애도의 마음과 함께 허세욱 님의 명복을 빕니다.

“물론, 우리는 안다

허세욱, 당신을 죽인 것은

부패한 저들뿐만이 아니다

우리도 당신을 죽였다

진정한 민중의 시간이 도래했음을 알면서도

무능한 우리의 운동이 당신을 죽였고

한 사람이 거리에서 피워 올린 작은 불꽃을

수만 개 수십만 개 수백만 개

분노의 불꽃으로 만들지 못한

우리의 가난함이 당신을 죽였다

그 아픔과 설움을 우리도 안다.

가장 작은 별이

가장 낮은 별들이

가장 천대받던 별들이 이끌어 온

희생의 역사 사랑의 역사

변혁의 역사를 안다

당신이 그것을 다시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

외로운 불꽃으로

가난한 불꽃으로

속이 꺼멓게 타들어가는 절규로

이 땅은 갈아엎어져야 하는 죽음의 땅임을

우리에게 다시 가르쳐주었다.”

송경동 시인의 조사에서

참여사회편집부
2007/05/01 00:00 2007/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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