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와 핀란드로부터 배운다

‘한국 복지체제의 대안-소외되지 않은 노동, 민주주의, 연대를 말한다’라는 슬로건 아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주최로 5월부터 10월까지 10회 연속 세미나가 열린다고 한다.

참여연대 창립 이후 지난 10여 년 동안 사회복지 불모지대인 이 나라에서 사회복지위원회는 시급한 국민생활 최저선 운동을 우선 목표로 정하고, 국민기초생활법 제정, 4대 사회보험 개혁운동 등을 펼쳐 사회복지체제의 기틀을 잡는데 크게 기여한 바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사회가 크게 양극화 되고, 한미자유무역협정 등 신자유주의 경제이념이 전방위적으로 지배하는 요즈음 주목할 만한 정책토론회라 생각되어 서둘러 참석하였다.

첫 세미나는 5월4일 참여연대에서 김종해 카톨릭대 교수의 사회로 열렸다. 젊은 사회복지 전문가 외에 몇몇 노인층까지 30명 정도가 참석한 자리에서 ‘대안적 산업발전 경로에 대한 모색(덴마크와 핀란드 사례의 시사점을 중심으로)’이라는 발제문을 강원대 정준호 교수가 발표하였다.

“외환위기 이후 성장잠재력이 고갈되고 있는 한국경제를 선진화하기 위해 한미FTA와 같은 적극적 개방을 통해 한국경제를 수출주도 영·미형 서비스 산업화 발전모형으로 궤도 수정하여 한국을 ‘리틀아메리카’로 만들겠다는 주장이 있다”고 전하면서, “다른 한편 한국사회가 심각한 사회양극화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성장과 분배가 병행하는 북유럽형 경제발전 모형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뒤 재경부의 선진통상국가론이 추가적인 고용창출 이 가능한지, 지식 기반 서비스업의 시장실패 위험은 없는지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하였다.

또한 “덴마크와 핀란드는 인구 5백만에 불과한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인데, 이들이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 경제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유럽의 변방으로부터 세계가 주목하는 국가가 되었다. 예를 들면, 이들은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최상위권에 놓일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분배 측면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국가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라고 이 두 나라를 평가하면서 “‘유연안전성 모델의 준거로서의 덴마크’는 농업부문이 아직도 크다는 점에서, ‘노키아의 성공사례로 새로운 산업발전 경로를 창출한 핀란드’는 교육을 통한 IT 경쟁력 확보라는 점에서 두 나라는 서로 다른 산업발전 경로를 택했지만 내발적·사회통합적 발전전략이라는 점에서는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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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나라와 같은 ‘대안적 산업발전 경로로의 진입가능성‘에 대해 정 교수는 몇 가지 길을 제시했다. △경제 주체 간 상생협력을 통한 경제발전이 우리사회의 화두인데, 그 시장적 해법은 협력의 길에서 기회주의적 행태가 나타나지 않도록 감시와 감독체제가 상시적으로 작동하는 투명성이 보장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국민경제의 안정성을 위하여 산업구조의 다양성을 통해 내수 의존적 산업을 지원해야 하며, 아울러 국내 산업연관구조의 건전성을 위해 부품소재 기반의 강화를 수반해야 하지만, 단기적 성취가 힘들다. 일본이 전자제어 기술을 자동차 산업에 도입하여 자동차 부문에서 선두를 구가하듯이 한국도 선진기술융합을 통한 기술혁신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분업을 위해 수도권과 영남권 중심 입지를 확장하여 다양성을 추구한다. △혁신활동이 기업 내부의 폐쇄적인 네트워크를 뛰어넘어 여러 경제주체를 아우를 수 있는 개방적인 혁신 네트워크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혁신주도형 경제의 사회문화적 인프라로서 협상경제의 추구’라는 소제목에서 이 두 나라(덴마크·핀란드)를 한국과 비교해 “이들은 세계화를 단순히 대세로 파악하고 이에 순응해야 하는 구조적 제약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범위 내에서 경제주체 간의 협의와 합의를 통해 능동적으로 다양한 산업발전 전략을 구사하였다. 이는 단순히 국가의 경제규모 보다는 국내제도의 특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함의 한다. 이들 두 나라는 사회시장경쟁 체제를 운용한다. 과거의 선별적인 산업육성정책 대신에 기능적인 산업 및 혁신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 정책입안과 실행, 감독, 그리고 평가체제는 상호 분리, 즉 상호 견제와 균형이 가능해야 정책형성과 집행의 투명성이 제고될 뿐만 아니라 상호 학습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의 재경부 등은 정책입안과 실행과정이 분리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 시간에 중앙대 신광영 교수는 덴마크와 핀란드는 고용과 복지의 연계를 통해서 복지를 논의하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보여주는 사례를 제시하고, 나아가 두 나라의 공통점으로 높은 조세율과 아울러 국가가 제공하는 교육, 의료, 복지서비스가 높은 수준임을 보여주었다. 이어서 동덕여대 남기철 교수는 “탈산업사회로의 진입, 지식 기반 경제로의 이전 과정에서 사회복지의 재구조화에 대한 논의가 충분치 않다”라고 전제하고, 이 과정에서 대안적 경제발전의 경로를 택할 경우와 그렇지 않고 극단적인 영·미형의 경로를 택할 경우 사회복지의 모습은 어떻게 다르게 설정되는지 혹은 무관하게 나타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주문하였다. 영국 국방부가 얼마 전 앞으로 30년 뒤면 양극화가 격화돼 중류층이 없어지면서 ‘마르크시즘’이 부활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는데, 영국보다 교육수준은 높으면서 사회안전망과 복지체계는 형편없는 이 나라에서 이 기간이 20년 안으로 단축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면서, 더 많은 시민들이 이 세미나에 참석하여 한국사회의 미래상에 대해 함께 논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맹행일참여연대 회원
2007/06/01 00:00 2007/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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