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로 살아가기
2007/2007년 08월 :
2007/08/16 19:57
아줌마로 살아가기
정옥아, 잘 지내지?
얼마 전 상수가 우리 아파트 상가 옆 세탁소에 입주 한 걸 우연히 알게 되었어. 같이 점심을 먹는데 우연히 정옥이 네 얘기를 묻더구나. 역사학자가 되고 싶다던 너는 논술공부방 선생님 한다고 알려줬더니 정옥이답다고 하더라. 현모양처로 얌전하게 살림만 할 줄 알았던 나는 여전사로 변해서 동네 아줌마들 선동한다고 했더니 기막혀하는 모습을 네가 봤어야 하는데…….
상수하고 헤어져 돌아와 너하고 찍은 사진을 보고 있으려니 문득 눈앞이 흐려지는구나. 나도 이런 시절이 있었나 싶다. 하얀 교복에 단발머리 학생이 어느덧 마흔하고도 한 살을 더 먹었구나.
자기보다 키 작은 엄마와 키 재기를 즐겨하는 아들 녀석이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고 교육 사업한다며 설레발치느라 귀밑머리가 하나 둘 세어지는걸 보고 있자니 앞으로의 10년, 20년 후의 내 모습이 두려워지곤 해.
결혼해서 겨우 집장만하고 맞벌이 한다고 하지만 몸만 바쁘지 남들 재테크해서 버는 것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킷이지 뭐. 누구는 부자 부모덕에 물려받은 유산도 많더만, 그런 복은 타고 나나 보다.
남편 그늘 밑에서 살 때는 23평 아파트가 중산층의 생활 수준인줄 알만큼 철없던 시절이 있었지. 어쩔 때는 오히려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았던 시절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
3년 전 남편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역사탐방을 주제로 체험학습 회사를 만들고 지내온 3년은 내게 돈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더구나. 돈 안 되는 사업을 지금이라도 접으라는 남편과의 갈등때문에 그야말로 난 죽기 살기로 공부하고 노력해서 아직까지 망하지 않고 조금씩 아니 자랑하자면 같이 고생해준 직원들에게 감사할 만큼 좋아졌단다.
부딪히는 난관이 있을 때마다 ‘그럼 아줌마가 이정도로 해내는 것만도 기적이야, 잘하고 있는 거야, 대단해, 이정도의 시련 없으면 남들도 다하게’라며 초심을 잃지 않도록 스스로 최면 걸듯이 기도하고 또 기도했단다. 아니 절규가 맞을 거야.
처음부터 돈을 벌 목적이 아니었기에 견뎌 낼 의지가 내 안에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주위에서 버틸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함께해 준 아줌마 부대가 있어. 네게도 소개해 줄게.
일자체가 학부모와 관련된 일이다 보니 자연스레 엄마들의 왕래가 잦고, 바쁜 일손도 도와주다보면 우연찮게 기업의 여성사장들과 단순직 아르바이트를 연결 시켜 줄때도 있고, 부업꺼리도 알선해주곤 해. 그래서 사랑방같이 사무실은 늘 사람들로 북적거린단다.
그런데 가정주부로서 일자리가 한계가 있는 거야. 마음이야 폼 나는 사무직을 하고 싶지만 컴퓨터 다루는데 서툴고 본인 스스로가 선뜻 자신감도 없으니 우울한 일이다.
어느 날 잘릴지 모르는 계약직으로 마트에 나가는 것도 운이 좋은 거고 식당, 부동산 여직원, 학습지 선생님, 화장품 판매원 정도가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가정주부의 직업군이라고 할 수 있어. 여의치 않으면 일당 3만5천 원 하는 단순 포장직, 하루 2만 원도 안 되는 부업거리라도 찾는 게 현실이다.
중학생이 둘 있는 집은 엄마의 일당을 합친 것보다 학원비가 더 비싸고, 그렇다고 학원에서 늦게 오는 아이들과 남편 없는 빈집에 멍하니 손 놓고 있자니 시집에선 남편 등골 빼먹는 며느리라고 눈치주고 남편마저도 가끔씩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푼돈이라도 벌어 오는 아내를 좋아하니 무능력해 보이는 자신이 한 없이 싫어 질 때가 있다고 하소연 해.
최근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40대 여성의 취업률이 가장 높다는 조사가 나온걸 보면 아마도 이런 이유와 아주 무관하다고 볼 수 는 없겠지.
예전에 비하면 여성일자리가 많아졌고 맞벌이 가정이 늘어 난 것은 사실이지만 가정생활과 직장 일을 겸해야 하는 현실에서 오는 갈등은 아직도 여느 집이나 별반 다르지 않더구나.
직장 다니면 자연스레 집안일이나 아이들에게 소홀해지기 마련인데 집안이 어질러졌으면 게으른 주부, 아이가 학교 성적이나 생활태도가 안 좋으면 무관심한 엄마 취급당하고, 도대체가 모든 게 다 여자가 책임져야 할 일이란다.
아니 애는 혼자 키우나?
애 잘되라고, 그래서 학원 보내려다 학원비 보태려고 일 나가서 제대로 못 챙긴 게 다 엄마의 책임이라면 아빠는 뭔데…….
고소득 전문직이나 직장 다니는 여성도 어려움이야 많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정주부로 생활하다가 아이들이 조금씩 자라면서 경제적 부담감으로 현실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으로 직업을 구하는 평범한 주부들의 고민, 아니 우리들의 고민들이다.
간혹 우리는 부모님을 모시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가 나이 들어 자식에게 부담주지 않으려면 노후자금도 만들어야 하는데…….
점점 고령화되는 사회라고 뉴스에서 나올 때마다 당장 한 달 살아가기 급급한 서민들 살림살이에서 노후준비는 어떻게들 하고 있는지 묻고 싶구나.
고작해야 국민연금 몇 푼에 그나마 불안하다고 보험사에 들어 놓은 종신 보험이 고작이니, 애들 대학 보내고 결혼 시키면 뼛속까지 비어 버렸을 텐데, 평균 수명도 80을 바라본다고 하니 그도 걱정이다.
복지시설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명만 길면 뭘 하니? 삶의 질이 문제지.
마음이야 시골에서 마음 맞는 친구들과 어울려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지만, 하루하루 자식들 좋은 대학 보내는데 정신 파느라 앞으로 그리 멀지 않은 내 인생에 드리워질 노을이 두렵고 피하고 싶은 심정은 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다행이다 난 돈도 많이 못 버는데 아이가 하나라서.
이런 생각 들지 않도록 국가적인 차원에서 교육정책을 원천적으로 해결하고 여자들이 맞벌이하기에 좋은 탁아시설이나 방과후 공부방 시설이 늦은 시간까지 운영 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애를 마음 놓고 낳고 싶지 아이출산 할 때 돈 몇 푼 준다고 애를 더 낳을 순 없잖니.
정옥아, 그래도 힘 내자.
나이 들어 감기만 들어도 엄살 피우는 고운정, 미운정 든 남편, 나보다 훌쩍 커버린 아들 녀석 보며 우리 아줌마들 굳세게, 그동안처럼 잘 살자.
정옥아, 잘 지내지?
얼마 전 상수가 우리 아파트 상가 옆 세탁소에 입주 한 걸 우연히 알게 되었어. 같이 점심을 먹는데 우연히 정옥이 네 얘기를 묻더구나. 역사학자가 되고 싶다던 너는 논술공부방 선생님 한다고 알려줬더니 정옥이답다고 하더라. 현모양처로 얌전하게 살림만 할 줄 알았던 나는 여전사로 변해서 동네 아줌마들 선동한다고 했더니 기막혀하는 모습을 네가 봤어야 하는데…….
상수하고 헤어져 돌아와 너하고 찍은 사진을 보고 있으려니 문득 눈앞이 흐려지는구나. 나도 이런 시절이 있었나 싶다. 하얀 교복에 단발머리 학생이 어느덧 마흔하고도 한 살을 더 먹었구나.
자기보다 키 작은 엄마와 키 재기를 즐겨하는 아들 녀석이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고 교육 사업한다며 설레발치느라 귀밑머리가 하나 둘 세어지는걸 보고 있자니 앞으로의 10년, 20년 후의 내 모습이 두려워지곤 해.
결혼해서 겨우 집장만하고 맞벌이 한다고 하지만 몸만 바쁘지 남들 재테크해서 버는 것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킷이지 뭐. 누구는 부자 부모덕에 물려받은 유산도 많더만, 그런 복은 타고 나나 보다.
남편 그늘 밑에서 살 때는 23평 아파트가 중산층의 생활 수준인줄 알만큼 철없던 시절이 있었지. 어쩔 때는 오히려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았던 시절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
3년 전 남편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역사탐방을 주제로 체험학습 회사를 만들고 지내온 3년은 내게 돈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더구나. 돈 안 되는 사업을 지금이라도 접으라는 남편과의 갈등때문에 그야말로 난 죽기 살기로 공부하고 노력해서 아직까지 망하지 않고 조금씩 아니 자랑하자면 같이 고생해준 직원들에게 감사할 만큼 좋아졌단다.
부딪히는 난관이 있을 때마다 ‘그럼 아줌마가 이정도로 해내는 것만도 기적이야, 잘하고 있는 거야, 대단해, 이정도의 시련 없으면 남들도 다하게’라며 초심을 잃지 않도록 스스로 최면 걸듯이 기도하고 또 기도했단다. 아니 절규가 맞을 거야.
처음부터 돈을 벌 목적이 아니었기에 견뎌 낼 의지가 내 안에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주위에서 버틸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함께해 준 아줌마 부대가 있어. 네게도 소개해 줄게.
일자체가 학부모와 관련된 일이다 보니 자연스레 엄마들의 왕래가 잦고, 바쁜 일손도 도와주다보면 우연찮게 기업의 여성사장들과 단순직 아르바이트를 연결 시켜 줄때도 있고, 부업꺼리도 알선해주곤 해. 그래서 사랑방같이 사무실은 늘 사람들로 북적거린단다.
그런데 가정주부로서 일자리가 한계가 있는 거야. 마음이야 폼 나는 사무직을 하고 싶지만 컴퓨터 다루는데 서툴고 본인 스스로가 선뜻 자신감도 없으니 우울한 일이다.
어느 날 잘릴지 모르는 계약직으로 마트에 나가는 것도 운이 좋은 거고 식당, 부동산 여직원, 학습지 선생님, 화장품 판매원 정도가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가정주부의 직업군이라고 할 수 있어. 여의치 않으면 일당 3만5천 원 하는 단순 포장직, 하루 2만 원도 안 되는 부업거리라도 찾는 게 현실이다.
중학생이 둘 있는 집은 엄마의 일당을 합친 것보다 학원비가 더 비싸고, 그렇다고 학원에서 늦게 오는 아이들과 남편 없는 빈집에 멍하니 손 놓고 있자니 시집에선 남편 등골 빼먹는 며느리라고 눈치주고 남편마저도 가끔씩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푼돈이라도 벌어 오는 아내를 좋아하니 무능력해 보이는 자신이 한 없이 싫어 질 때가 있다고 하소연 해.
최근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40대 여성의 취업률이 가장 높다는 조사가 나온걸 보면 아마도 이런 이유와 아주 무관하다고 볼 수 는 없겠지.
예전에 비하면 여성일자리가 많아졌고 맞벌이 가정이 늘어 난 것은 사실이지만 가정생활과 직장 일을 겸해야 하는 현실에서 오는 갈등은 아직도 여느 집이나 별반 다르지 않더구나.
직장 다니면 자연스레 집안일이나 아이들에게 소홀해지기 마련인데 집안이 어질러졌으면 게으른 주부, 아이가 학교 성적이나 생활태도가 안 좋으면 무관심한 엄마 취급당하고, 도대체가 모든 게 다 여자가 책임져야 할 일이란다.
아니 애는 혼자 키우나?
애 잘되라고, 그래서 학원 보내려다 학원비 보태려고 일 나가서 제대로 못 챙긴 게 다 엄마의 책임이라면 아빠는 뭔데…….
고소득 전문직이나 직장 다니는 여성도 어려움이야 많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정주부로 생활하다가 아이들이 조금씩 자라면서 경제적 부담감으로 현실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으로 직업을 구하는 평범한 주부들의 고민, 아니 우리들의 고민들이다.
간혹 우리는 부모님을 모시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가 나이 들어 자식에게 부담주지 않으려면 노후자금도 만들어야 하는데…….
점점 고령화되는 사회라고 뉴스에서 나올 때마다 당장 한 달 살아가기 급급한 서민들 살림살이에서 노후준비는 어떻게들 하고 있는지 묻고 싶구나.
고작해야 국민연금 몇 푼에 그나마 불안하다고 보험사에 들어 놓은 종신 보험이 고작이니, 애들 대학 보내고 결혼 시키면 뼛속까지 비어 버렸을 텐데, 평균 수명도 80을 바라본다고 하니 그도 걱정이다.
복지시설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명만 길면 뭘 하니? 삶의 질이 문제지.
마음이야 시골에서 마음 맞는 친구들과 어울려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지만, 하루하루 자식들 좋은 대학 보내는데 정신 파느라 앞으로 그리 멀지 않은 내 인생에 드리워질 노을이 두렵고 피하고 싶은 심정은 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다행이다 난 돈도 많이 못 버는데 아이가 하나라서.
이런 생각 들지 않도록 국가적인 차원에서 교육정책을 원천적으로 해결하고 여자들이 맞벌이하기에 좋은 탁아시설이나 방과후 공부방 시설이 늦은 시간까지 운영 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애를 마음 놓고 낳고 싶지 아이출산 할 때 돈 몇 푼 준다고 애를 더 낳을 순 없잖니.
정옥아, 그래도 힘 내자.
나이 들어 감기만 들어도 엄살 피우는 고운정, 미운정 든 남편, 나보다 훌쩍 커버린 아들 녀석 보며 우리 아줌마들 굳세게, 그동안처럼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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