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을 지날 때마다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여주인공 잉그리드 버그만이 키스할 때 나온 대사다. “키스할 때 코는 어떻게 하지요?” 세상에 이런 귀여운 이야기를 하는 상대라니, 나라도 꼭 껴안아 주고 싶을 것 같다. 그러나 아쉽게도 내가 이 대사를 떠올리는 순간은 전혀 낭만적이지 못하다.

주차전쟁, 오죽하면 ‘전쟁’이라고까지 할까. 차 소유가 급증하고 주차할 구획은 정리가 덜 되었을 때, 동네 ‘주차전쟁’은 이웃 간 ‘주둥이전쟁’으로 번질 양상이었다. 그 시절, 나는 ‘주차문제’를 해결할 묘책을 내놓는 사람에게 ‘노벨평화상’이라도 줘야한다고 생각했다. 주차문제 해결 없이는 지구평화도 없다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차가 늘만큼 늘어나자, 오히려 싸움은 줄어들었다. 웃기긴 해도 땅에 금 그어놓고 돈 받으며 질서를 만든 ‘거주자 우선주차’도 생기고, 신축건물은 주차장이 의무화 되고, 공용주차장 등이 생겨나면서 부족하나마 나름의 주차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제 가장 일반적인 주거형태가 된 아파트도 주차문제 해결에 큰 몫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도시는 ‘주차에 목마르다.’ 특히 아파트가 아닌 동네는 아직 갈증이 심하다. 이런 문제로 이 도시 웬만한 골목이면 차 한 대 겨우 지날 공간만 두고 차들이 세워져 있다. 이런 공간에도 주차할 수 있다니. 차를 어떻게 빼내고 다시 주차하는지, CCTV라도 설치하고 싶게 만드는 ‘예술주차’도 있다. 감탄스럽다.

그러나 이런 주차를 위한 골목길 200% 활용에는 치명적 오점이 있다. 골목길이 존재할 이유인 ‘지나는 사람’은 배제된 것이다. 모두 가로 길이 기준으로, 골목길-지나는 차=주차된 차. 거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산된 이 ‘산수’에서 ‘지나는 사람’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골목길에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낭만 가득한 영화대사를 떠올리게 된다. 양 옆에는 ‘멈춰있는 차들’이 도열해 있는 골목길을 걷다가, 뒤에서 빵빵대며 ‘지나가는 차’가 밀고 올 때, 정말 묻고 싶다. “이런 경우에, 제 몸은 어디에 둘까요?” 그녀는 해답을 얻었지만, 나는 해답을 얻지 못했다.

최현주 시민참여총괄팀장
2007/08/16 20:46 2007/08/16 20:46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Magazine/trackback/20356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