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베드 씨를 만났던 건 정말 행운이었어요. 우역곡절 끝에 팔레스타인에서도 가자지구에 들어가게 되었고 이 사람, 저 사람 손을 거쳐서 아베드 씨 손에 맡겨지게 되었죠. 그땐 좀 황당하셨죠? 갑자기 말도 안 통하는 이상한 인간들을 맡게 되어 먹이고 재우고, 안내도 해야 됐으니 말이에요.

그러다 아베드 씨가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데리고 왔을 때는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 싶었어요. 우린 그냥 좋은 사람들 만나는 것만으로도 좋았거든요. 게다가 혹시나 우리가 불안해 할까봐 우리 자는 문 밖에 팔레스타인 친구 한 명을 자게 하신 것도 알아요. 덕분에 그 친구는 밤새 의자를 붙여 놓고 잠을 잤어야 했지만 말이에요. 그리고 또 혹시나 몰라서 라파에서 가자시티로 갈 때도 두 친구를 함께 가게 하셨죠. 그 친구 가운데 한 명이 저에게 자기 사진을 줬어요. 지금도 잘 가지고 있구요. 우린 정말 한번 떠나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뜨내기 일 뿐인데 아베드 씨도, 다른 사람들도 우리에게 해 줬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 뭉클해요.

짧은 시간이었고, 대부분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렇게 정이 들다 보니 언론에 팔레스타인 관련 소식이 나오면 그냥 글자로만은 안 보여요. 폭격했다고 하면 저도 들었던 그 폭격 소리가 생각나고, 누가 죽었다고 하면 내가 아는 사람들은 괜찮나 걱정도 되고 그래요.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 정이라는 것이 대단하죠?

참, 지난해 한국인 기자 한 명이 가자지구에서 붙잡힌 적이 있었잖아요? 제가 가자지구 들어갔다 나오고 얼마 안 있어 생긴 일이었죠.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저에게 이번 일을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물었지요. 저는 “걱정 마세요. 별 일 없을 거예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아무나 잡아서 죽이고 그러진 않거든요”라고 했어요. 제가 그렇게 대답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제가 만나고 겪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을 거예요.

어제는 엄마가 전화를 했어요. 한국인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잡히고 그러니깐 아프가니스탄이고 팔레스타인이고 절대 가지 마라고요. 하지만 어쩌죠? 전 다시 팔레스타인에 가고 싶어요. 걱정하시는 분들은 팔레스타인에 가는 게 위험하지 않냐고 그러시는데 사실 그건 두 번째 문제죠. 팔레스타인은 제게 한국만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줬어요. 팔레스타인인들을 걱정하고 눈물 흘리면서 삶의 의미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구요. 그래서 그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싶은 것은 너무 당연하다 싶어요.

아베드 씨, 제가 다시 팔레스타인으로 가서 라파의 거리를 걸으며 샤오르망을 함께 사먹는 그날까지 건강하게 잘 계세요.

평화를 가득 담은 마음으로 미니가.

미니 경계를넘어 활동가
2007/08/16 21:30 2007/08/1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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