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문제로 주민들 마음이 황폐해져 속상

 합니다”

인터뷰  최광용 <태안시대> 대표기자

「참여사회」 편집부 acham@pspd.org

“조심해서 오십시오. 태안, 이곳 분위기는 더 험악해지고 있습니다.”

참여사회 편집부가 지역주간신문인 <태안시대>의 최광용 대표기자를 만나러 가는 중에 그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다. 마침 라디오에서는 태안군민궐기대회에서 분신을 기도해 중태에 빠진 지창환 씨가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던 터라 태안의 심각한 분위기를 예상할 수 있었다.

기름유출 사고가 난 지 한 달여 만에 태안지역주민 세 명이 안타깝게도 숨을 거두었다. 사고 책임자 삼성은 사고발생 45일이 지나서야 신문광고를 통해 사과문이랍시고 사실상 ‘홍보’를 했다. 사고발생부터 지금까지 언론에서 보고 듣지 못했던 ‘삼성’이란 이름을 생각하면, 삼성의 언론 장악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삼성’을 찾기도 힘들었지만, 삼성을 보호하는  보도 행태도 놀라웠다.

사회 이슈와 흐름을 주로 언론을 통해 알게 되는 한국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언론은 새로운 사실이나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알리기보다 돈과 권력의 시녀 노릇에 충실한, ‘무늬만 언론’이다. 이런 가운데도 피해지역을 취재하면서 사고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태안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2개 중 하나인 <태안시대>의 최광용 기자를 통해 언론에서 보도하지 않거나 잘못 보도된 태안 사고의 진실에 대해 들어보았다.

피해지역에 법률소송 설명회 펼침막이 많이 걸려 있다.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사건이 터지자마자 법률사무소들이 분주하게 마을들을 돌아다니면서 설명회를 빙자한 행사를 많이 했다. 피해 주민들은 위기감이 들면 지푸라기라도 붙들고 싶은 마음 아니겠는가. 심각한 문제다. 과거 여수 씨프린스호 경우도 법률소송 비용이 엄청나서 보상을 받고도 남는 게 없었다. 주민들의 피해보상이나 배상문제의 협상주체, 즉 창구가 단일화되면 법률 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군의회 등에서 조정을 하지 않나?

군의회는 현재 식물상태다. 인수위를 찾아간다든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든지 언론의 조명을 받는 행위는 한다. 주민들 간 대립과 갈등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장이라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훨씬 나을 것이다.

주민 간에 합의가 되지 않는 것들은 어떤 것인가?

알다시피 아직 보상 기준이나 보상액 등이 설정되어있지 않은 상황이다. 수협에서 어업인들만을 대상으로 한 대책위를 구성하니까 비어업인들의 보상 문제가 남게 되고 여기에서 제각각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서 요식업, 숙박업 이런 식으로는 가능한데, 아무런 객관적 자료가 없는 ‘무면허 맨손업’에 해당하는 사람이 태안군 전체에서 80%가 넘는다. 호소할 통로도 없고 방법도 모르니 불안감은 증폭되고, 그런 중에 자살하는 사람들이 있고…. 결국 사회적 약자들이 피해를 가장 크게 본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대형 참사의 형태 아닌가.

오염 방제시스템에 관련된 논란이 많지 않았나?

방제업체와 주민이 갈등을 빚은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주민들은 오염이 확대될수록 초조해지는데, 방제업체는 태업수준인 것이다. 전국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를 동원해서 방제업체가 해야 할 일을 시켜 주민들이 반발했던 사례가 있다. 또 방제업체가 업무에 대한 증빙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빈 통을 갖다놓고 작업하는 것처럼 사진 찍는 것이 발각 되어 자술서를 받아냈는데, 이런 것을 해경이 묵인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해경의 확인절차 없이 방제업체가 오염물질을 수거했다는 증빙자료만 가져오면 현장에서 서명해주고 확인해서 나중에 방제비용을 청구하는 것이다. 이건 부당이득 아닌가. 그 이야기를 듣고 자료를 찾아보니까 여수 때도 방제업체 사장과 해경 고위간부가 구속되거나, 국회의원과의 유착 등 지저분한 관계가 있었다.

이곳이 고향이라 사고에 대한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주민들을 만난 느낌은 어땠나?

한마디로 극심한 눈치 보기다. 큰 틀에서 보면 이 사고로 군민전체가 연쇄적인 피해를 입는 것은 맞다. 바닷가에서 시작된 피해가 읍내 수산물시장에까지 여파를 미치는 등 지역경제 전체가 침체됐다. 그래서 누구나 다 피해자니까 비어업인, 농업인까지 보상, 배상 신청하겠다고 하니 ‘보상병 환자다’, ‘보상병에 오염됐다’고 서로 손가락질을 한다. 사고 터지기 전까지 조용하고 살기 좋던 이 동네가 갈가리 찢겨져 주민들 삶이 황폐화된 게 가장 속상하다.

100만 자원봉사자의 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자원봉사자의 노동력을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문제는 이번 기회에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본다. 물론 무상노동의 제공자인 자원봉사자들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그런데 그 무상노동으로 인해 대가를 얻는 사람이 있다. 대표적으로 가해자가 자원봉사자들의 무상노동 결과물을 점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명백한 부당이득 아닌가.

자발적 참여에 의한 무상노동의 결과가 사취되는 게 아니라 그 결과가 사회 속에 쌓이도록 하는 ‘사회적 공적기금’을 축적해야 한다. 자기의 무상노동이 예기치 않은 사회적 재난이 닥쳤을 때 공적기금으로 축적되도록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공중으로 사라질 수 있는 자기 활동의 결과물이 사회기금이라는 구체적 형태로 축적될 수 있다면 그분들로서도 더 보람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 「참여사회」 2월호의 오류를 바로 잡습니다

편집 과정에서 인터뷰이 '최광용' 대표기자의 이름을  '최종영'으로 잘못 기재했습니다. 최광용 기자님,  「참여사회」독자 분들께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앞으로 이런 실수가 없도록 주의하겠습니다. 「참여사회」편집부 드림

2008/02/05 19:31 2008/02/05 19:31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Magazine/trackback/20822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