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민의 쓴소리에 귀기울여야



박영선「참여사회」 편집위원장 baram@pspd.org

새해 벽두부터 한국 사회의 속도가 무척 빨라졌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나도 잠을 자야 하니 새벽 1시부터 4시까지는 연락을 하지 말라’고 했다지요. 그야말로 불철주야 일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국민성공시대’를 염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당선자의 모습은 부지런함으로 이해되고 있겠지요.  ‘거지도 부지런하면 더운밥을 얻어먹을 수 있다’는 옛말처럼 부지런함은 미덕입니다. 그런데 김 선생, 이 당선자를 부지런하다고 하는 게 맞는 걸까요?
 
철없던 시절 얘기지만, 일찍 일어나는 게 너무도 싫어 차라리 자다가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저에게 이 당선자의 행보는 불가능한, 솔직히 말하면 불가사의해 보입니다. (사방팔방에서 제가 왜 성공하지 못했는지 알겠다는 손가락질과 연민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군요) 사람의 심리를 잘 꿰뚫고 있는 김 선생은 주눅 든 제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잘 알겝니다. 반감이지요. 저는 새벽 1시에 업무 점검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그의 업무 스타일이 왜 박수를 받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사리에 맞지 않는 밀어부치기식의 업무 스타일이 추진력 강한 지도자의 필수 리더십 요소로 둔갑하는 것은 더더욱 납득할 수 없구요. 공공연히 그를 좇으라는 분위기에 어깃장을 놓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설령 제 푸념이 성공신화를 위한 무한질주 대오에 끼지 못한 ‘시대의 걸림돌’들이 내뱉는 것으로 치부되더라도 말입니다. 

새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고, 자꾸 어기대고 싶은 가장 큰 까닭은 ‘참여’가 실종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참여’란 말에 김 선생이 기겁을 하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하지만 김 선생, 언젠가 말했던 것처럼 ‘참여’는 ‘참여정부’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참여정부가 출범한 후 많은 이들이 참여연대가 참여정부 탄생의 주역인 것처럼 오도하며 시민단체가 권력화되었느니 어쩌니 하며 참여연대에 헤살을 놓던 게 생각납니다. 아, 과거의 일이 아니군요. 1월 내내 심심하면 한 번씩 주요 언론의 사설이나 칼럼에 시민운동단체를 비난하는 글이 실렸는데, 모두 보셨겠지요. 지난 대선 결과를 두고 시민운동단체가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던 한 신문은 시민운동단체를 아예 ‘양 머리 걸어놓고 개고기를 파는 상인(양두구육 羊頭狗肉)’에 비유했더군요. 그들의 상상력은 무한하여 시민운동단체가 새로이 등장한 이명박 정부 하에서 권력을 빼앗겨 절치부심하고 있다고도 썼더군요.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적 시민운동단체들이 대선 직후 한자리에 모여 10년 만의 정권 창출을 자축하며 건배를 들고, 이명박 당선자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힘을 보태겠다는 결의를 다졌다는데, 그동안 민주주의를 위한 공치(거버넌스)나 파트너십을 애써 모른 체하던 그들이 과연 뭐라고 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어쩜 대선 결과가 나오기도 전부터 용비어천가를 불러대던 그들이니 지켜보고 말고 할 일도 없을 거 같긴 합니다.   

이야기가 샛길로 새어버렸군요.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누구를 위한 민주주의인가’라는 물음에 골몰하고 있는 김 선생은 참여는 구호만으로는 보장되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지요. 저는 사회 구성원들의 참여를 제대로 이끌어내는 가장 바른 방법은 먼저 귀를 여는 것이라고 봅니다. 귀를 열어야 시민들의 입이 열리고 맘이 열리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한반도 대운하, 정부조직개편, 대학입시개편안 등 국가적으로 매우 막중한 문제를 다루는 새 정부의 움직임은 막무가내처럼 보입니다. 국민들이 국가지대사를 두고 한마디씩 하는 것을 두고 불평분자로 폄훼하는 것은 온당치 않아 보입니다. 아무리 그동안 앞으로 내달리지 못했던 게 못마땅했어도 그리 앞으로 달려가는 것에만 급급해서 천천히 달리자, 좀 쉬었다 가자는 목소리,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함께 달리자는 하소연, 그렇게 앞으로 달려가기만 하면 안 된다는 아우성, 우리가 갈 길이 그 길이 아니라는 절규를 모른 체해선 안 되지요.

‘참여’는 때때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거치적거리는 요소가 되지요.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왜 ‘참여’에 들인 시간과 비용만 계산하려 하고, 그 과정이 빚어낸 감동의 순간과 빛나는 결과는 기억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걸까요?  아름다운 참여의 신화가 지금도 태안에서 이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왜 결과 지상주의에만 매몰되어 있는 걸까요?  김 선생은  ‘국민성공시대’가 되고,  ‘대한민국747’ 공약이 실현된다면 행복하실 것 같으세요? 저의 이런 물음은 비난받을 게 뻔할 테지요. 그래서인지 모처럼 김 선생께 속마음을 털어놨는데도 씁쓸하기만 합니다.

고작 한 달에 한 번 띄우는 편지인데, 정담을 나누기는커녕 불순한 기운만 잔뜩 내뿜고 말았군요. 나랏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마음이 따듯해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염원에서 나온 한탄이라고 이해해주십시오. 다음 편지에는 상큼한 봄기운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창 매운 맛을 보여주는 추위에 건강 잃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2008/02/05 20:23 2008/02/0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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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삼성특검 관련해서 참여연대에 쓴소리좀 하련다,,

    Tracked from Ubuntu Linux | 자유 평등 2008/04/05 16:46  삭제

    나는 과거 참여연대 회원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나태함과 시민단체로서의 실천력 부재에 실망하고 매달나가는 단돈 5000원 조차 아까울 정도로 어만대에 회비를 낭비하는 작태에 실망하여 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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