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_잡식동물, 소박한 밥상으로 희망의 밥상을 기대한다
잡식동물,
소박한 밥상으로 희망의 밥상을 기대한다
나무그늘 인터넷 까페 운영자 afterdoing@naver.com
‘먹을거리’ 문제로 세상이 시끄러웠다. “손이 가요, 손이 가”라는 광고음악으로 유명한 스낵과자에서 끔찍한 이물질이 나왔다고 하더니, 용기면에서도 그랬단다. 충격적 소식에 대형마트들은 불똥 튈세라, 해당 상품을 모두 반품하는 조치를 취했다는 소식들이 연달아 보도되었다. 보도 파장은 대단히 컸지만,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 기사를 기억할 것인지 자문해본다. 음식물에 이물질이 들어갔다는 뉴스에 이젠 충격도 없고 분노도 느끼지 않는다. 그저 몇 달 뒤면, 언제 그랬냐 싶게 또다시 그 스낵에, 그 용기면에 ‘손이 갈 것’이라고 누구나 예상한다. 그렇지만, 정말 계속 이래도 되는 걸까? 이렇게 살면, 나는, 우리 식구는, 내 친구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앞으로 어떤 음식을 먹고 살게 될 것인가?
지난 15년 넘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낵으로 꼽는 그 과자에서도 이물질이 나왔다니, 이젠 그동안의 무관심을 접고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자 한다.
소비자의 힘을 믿어라
제인 구달이 쓴 『희망의 밥상』과 마이클 폴란의 『잡식동물의 딜레마』는 이런 고민을 여러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두 저자 모두 이구동성으로, 우리들에게 이젠 똑똑한 소비자가 되라고 말한다. 그래야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좀 더 구체적으로 우선, 제인 구달 박사의 이야기부터 들어보자. 제인 구달 박사는 강력하게 “절대로 나 한 사람의 힘을 과소평가하여 주저앉지 말라”고 말한다. 그녀는 소비자가 원하면 바뀔 수밖에 없는 게 상업이고, 이것을 연결고리로 제조업과 농업도 변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힘을 믿고 변화하라는 것이다. 우리가 당장 오늘 밥상에 오를 먹을거리에 관심을 갖고, 작은 것부터 실천에 옮기는 하나하나의 힘이 모이면 큰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강조한다.
제인 구달 박사가 주장하는 실천 방안의 중심은 ‘로컬 푸드 운동(Local Foods Movement)’이다. 그녀는 비만, 당뇨, 심장 질환은 물론이고, 에이즈, 사스, 조류 독감 같은 전염성 질병도 모두 잘못된 식습관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먹는 것을 바꾸면, 자신은 물론이고 후손 만대까지 모두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고 말할 수도 있을 텐데, 수퍼푸드(Super Food)로 손꼽히는 연어를 예로 들어 그녀의 주장을 풀어보면 이렇다.
연어는 ‘오메가 3’를 비롯한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으로 평가받는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에서 오메가3를 섭취하자고 연어를 구입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노르웨이산 연어가 한국 어느 마트에까지 안전하게 오르려면, 냉동저장하고, 방부제를 쓰고 원거리 이동하느라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 연료를 대량 소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의식 중에 구매하는 연어 한 마리가 서울까지 오려면, 지구 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연어가 가진 영양소를 보유한 로컬 푸드의 대체품을 찾아서 구매하는 것이, 곧 지구를 살리는 훌륭한 소비자로서 가야 할 선택이다. 우리가 연어를 덜 사면 연어 수입도 줄고, 그렇게 되면 과도한 약품 처리, 포장, 운송비용 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녀는 외국 농산물을 수입하는 이면에는 다국적 거대 기업의 이익이 몰려있다고 파악한다. 다국적 기업은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려고 자연을 훼손하며 수출용으로 과도한 저장과 포장, 운송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물건 하나는 싸게 살 수 있을지 몰라도, 정작 숲을 살리고 화석 연료 비용, 후손이 약품투성이인 음식물을 섭취하며 치러야 할 의료비 등까지 고려하면, 정말 이것이 저렴한 음식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인 구달 박사는 우리가 돈 벌자고 과도하게 사용하는 자원들로 우리 미래는 더 빨리 암울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형태로 생산하도록 하는 일에 적극 개입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인 구달과 비슷한 주장을 하는 마이클 폴란의 『잡식동물의 딜레마』도 역시 우리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물어온다. 그는 우리가 먹는 음식의 다양한 유통 구조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그는 우리가 믿고 있는 유기농 식품의 유통 경로조차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마이클 폴란은 잡식성 동물로서 온갖 종류의 음식을 먹고 사는 우리들이, 식탁에 오르는 음식과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라고 권한다. 먹는 것을 제대로 선택하면, 우리가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소박한 밥상
우리가 제대로 된 먹을거리를 선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대해서는 조화로운 삶으로 유명한 <헬렌 니어링>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 유의미할 듯하다.
그녀는 우리에게 <소박한 밥상>, 즉 소박한 음식을 권한다. 그녀의 삶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그러니까 우리가 생활을 바꾸면, 우리가 먹는 음식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책을 읽으며 눈에 확 들어온 구절 몇 개를 인용해 보면, 이렇다.
“식사를 간단히, 더 간단히, 이루 말할 수 없이 간단히- 빨리 더 빨리 이루 말할 수 없이 빨리- 준비하자. 그리고 거기서 아낀 시간과 에너지는 시를 쓰고, 음악을 즐기고, 곱게 바느질하는 데 쓰자. 자연과 대화하고 친구를 만나는 데 쓰자. 생활에서 힘들고 지겨운 일은 몰아내자.”
사람들마다 이 내용에 대한 입장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난, 이 구절에 감동했다. 정말 좀, 단순한 음식을 먹는 날도 만들어보자. 주말에는 그동안 식사당번에 매여있던 누구든 그 일에서 손을 놓고 그들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 보자. 이 책은 찐 고구마도 충분히 한 끼 식사가 되며, 오랜 시간을 들여 화려하게 만든 음식과 정성이 담긴 음식을 동일시하는 내 생각을 조금은 교정해 준 책이다. 사실, 이 구절에 정말 공감했던 이유는, 이 책을 읽었던 때가 부모님 집에서 나와 독립공간으로 이사한 후, 삼시 세끼를 직접 내 손으로 마련해 먹는다는 일이 얼마나 거창하고 힘들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실감한 다음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게 한 끼 식사를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 것인지 잡아주었다. 이 이야기만으로는 으로는 대충 때우라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책 속에 담긴 진짜 이야기는 우리가 사는 데, 너무 번잡스럽지 않게, 복잡하고 낭비하는 삶을 살지 말라는 것이다. 좀 더 단순 소박한 삶을 살다보면, 우리가 원하는 건강을 결과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적어둔 메모를 꺼내 읽어보니 이런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쓸모없이 퍼 쓰고 있는지 알게 됐다. 딱히 필요없어도 잠깐 쾌락(?)을 위하여 사고, 방치하고, 버리고… 이제 좀 고치자. 요리책에 있는 레시피에도 얽매이지 말자. 내게 주어진 재료를 이것저것 넣어서 볶아도 요리책에는 없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한 것이 만들어진다. 고구마나 감자로도 충분히 한 끼가 된다. 먹을 것에 욕심을 버리자. 소로우는 내 옆에 있는 음식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고 했다던데…’
다음 글에는 그녀의 주장이 오롯이 잘 담겨 있다.
“록펠러처럼 돈이 많았다 해도 아껴서 경제적으로 살 것이다. - 불을 끄고, 노끈이나 종이 봉지, 포장지를 모아 두었다 재활용할 것이다. 재료가 풍부하게 있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먹을거리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남은 재료를 분별있게 모아서 재빨리 만든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요리가 된다.”
음식과 관련하여 다소 진지한 고민을 하는 책들은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떤 경로로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지 진지하게 맞대면해야 하며, 우리가 소비자로서 혹은 매일 음식을 먹어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좀 더 현명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명한 소비자로서 좋은 먹을거리를 신중하게 선택하는 길, 그것이 나와 내 주변, 그리고 확장하면 지구를 살리는 첫 걸음이라는 필자들의 생각에 동의한다면, 오늘 혹은 주말에 장보러 나서면서, 무엇을 사야 할지 진지한 음식 구매 목록을 작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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