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둘러 싼

한판 대결


[참여사회연구소 기획강좌] ‘대한민국 60년,
다시 대한민국을 묻는다’ 관전법

이상혁 참여사회연구소 간사 lsh@pspd.org

대한민국 정부 수립 60주년이 되는 2008년,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였다.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둘러싼 한판 대결의 시작을 알리는 공이 ‘땡’하고 울린 것이다. 3월 23일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이 『대안교과서』를 출간하며 파장을 일으켰다. 5월 14일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지금의 역사교과서나 역사교육은 다소 좌향좌 돼 있다”는 발언으로 파장은 더욱 커졌다. 도대체 뉴라이트들은 왜 이렇게 집요하게 역사 문제에 달려드는 것일까? 그리고 근현대사를 둘러싼 한판 대결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 한판 대결의 관전법을 제시하고자 참여사회연구소는 기획강좌를 마련하였다.

뉴라이트의 역사의식, 무엇이 문제인가

이 한판 대결의 해설가이자, 동시에 대표급 선수인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예리하게 뉴라이트 계열 선수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선 뉴라이트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자유주의의 빈곤’이 있었다. 우리 근현대사를 살펴보자. 해방 이전에는 반(反)제국주의 민족해방운동으로 인한 반(反)근대 정서가 잔존했다. 해방 이후 미군의 지배로 이행하면서 친일파가 득세했고, 전쟁과 민간인 학살을 겪었다. 4·19혁명이 일어났으나 5·16군사반란으로 반공이 아예 국시가 되었다. 또한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유신이 정당화되기도 하였다. 이렇게 친일파 잔존, 전쟁, 분단, 학살 그리고 군부독재를 거치면서 뉴라이트의 토양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한 교수는 뉴라이트 등장의 촉발점으로 노무현 정권의 과거청산을 이야기한다. 1997년 김대중 정권의 출범은 여러 이유로 보수세력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2002년 노무현의 승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5년을 또 기다려야 한다는 절망감에 시작된 수구의 반격이 탄핵으로 이어졌다. 성공하리라 예상했던 탄핵은 실패로 돌아갔다. 살아남은 수구들은 노무현 정권의 친일/민간인 학살/군사독재 정권시기의 과거청산 작업에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꼈다. 이들은 노무현 정권의 이른바 ‘자학사관’을 비판하였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좌파정권’ 재창출을 저지하기 위해 보수층은 총결집하였고, ‘영남-수구’로는 정권 탈환이 어렵다는 인식 하에 젊은 피인 뉴라이트 세력을 집단으로 충원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수구언론의 전폭적인 지원도 빠지지 않았다.

한 교수는 지금의 뉴라이트 집단을 두고 “이들은 주로 주사파 출신으로 20대에 좌익 소아병을 앓더니 40대가 되어서는 극우 소아병을 앓는 행태를 보인다.”며 이들의 출현으로 합리적 보수의 출현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실제로 과거 올드라이트들은 차마 친일을 미화하지 못하였으나, 이들은 친일과 독재까지 미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교수는 뉴라이트에 함께 맞서 대응할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간 역사학계에서는 건드리면 커진다는 인식하에 대응을 자제해왔지만, 이제는 전선을 이동하여 과거사 진실규명의 의미와 민주화의 성과를 제대로 알려 큰 그림을 그려야 할 것입니다.”

해방 전후사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한 교수가 뉴라이트 등장과 그 배경, 그리고 문제점을 지적하였다면, 정용욱 교수는 뉴라이트 역사인식과 서술전략을 정조준하여 비판하였다.

『대안교과서』의 역사인식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먼저 교과서포럼은 서술의 주체를 민족으로부터 벗어나, ‘한국인’을 주어로 하겠다고 하였다. 그 이유를 ‘보통 사람들의 역사’를 보기 위해서라고 서두에 써놓았다. 그러나 정작 결론 부분에는 이렇게 기술되어 있다. “해방 후 건국 과정에서는 자유민주주의의 확고한 신념을 가진 정치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였다.” 한마디로 서론과 결론이 어긋나는 것이다. 또한 교과서포럼은 기존 교과서의 ‘좌편향성’을 지적하며 자신들의 교과서가 실증주의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실증으로 포장한 제멋대로의 서술이다. 교과서포럼은 제주 4·3항쟁을 두고 “대한민국의 성립에 저항하기 위해 일으킨 무장반란”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4·3항쟁의 본질은 대한민국 성립 이전의 단선 반대운동이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그들에게는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의 개념도 없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서술전략에서는 더욱 큰 문제점이 발견된다. 이들은 논의 조건을 재정의하고 새로운 논의 조건에서 문제를 협소하게 좁혀버린다. 해방 전후사 당시 풍부한 역사적 사건과 맥락이 있었는데도 이 시기의 역사적 사건을 의도적으로 좁혀서 단순화하고 프레임화해서 건국문제, 이승만 평가 문제로 논점을 몰아가는 것이다. 일본의 극우세력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도 복합적인 위안부 문제를 ‘징집의 강제성 여부’ 문제로 프레임화하였다. 이런 축소의 과정은 중요한 수사적 기능을 가진다. 이른바 ‘말살의 역사학’이다. 이들이 비슷한 것은 비단 서술전략만이 아니다. 교과서포럼과 새역모 모두 국가주의를 고취하고 기존의 역사관을 ‘자학사관’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취하는 입장도 서로 같다.

관전을 넘어 참여하고, 프레임 바꾸는 목소리를 내자

5월 14일 대통령 자문 미래기획위원회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이 사회가 과거에 얽매이고 과거와 싸우면서 많은 것을 허비하고 있기 때문에 희생되는 것은 미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진단과는 달리 이 싸움을 회피하고, 근현대사를 둘러싼 한판대결을 관전하는 것만으로는 우리의 미래가 희생될 것 같다. 이 싸움을 모른 체하고, 뉴라이트가 제시하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가는 우리의 미래가 희생될 것 같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좀 더 솔직하게, 좀 더 열심히 우리의 역사와 대면하자. 관전을 넘어 참여하고, 프레임을 바꾸는 목소리를 내자. 우리의 근현대사 속에서 억울하게 사라진 수많은 희생양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여보자. 우리 모두 함께 2008년 8월 15일, 조금이라도 떳떳하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60주년을 맞이하였으면 좋겠다.



2008/06/02 21:10 2008/06/0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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