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나는 ‘정치검찰’


하태훈고려대 법대 교수  phath@korea.ac.kr

요즈음 ‘정치검찰’이라는 용어가 심심찮게 언론에 등장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역사 속으로 사라졌어야 할 ‘권력의 시녀요 도구’라는 지긋지긋한 단어가 다시 입에 오르내린다. 옛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닌데 박물관의 유물이 다시 살아 꿈틀거린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렇게 불리는 것에 대한 당사자의 별 다른 반응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묵묵히 살아 있는 권력의 의지를 실현하는 데 애쓰는 듯하다. 대통령이 한 마디 하면 법무부장관이나 검찰총장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발 앞서가고 평검사들은 말없이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에게 복종할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사 인력이 모자라 쩔쩔 맨다면서도 검사를 5명씩이나 투입하여 방송프로그램의 번역오류를 수사하고, 공영방송사 사장을 배임혐의로 체포하고 인터넷 광고 안 싣기 운동의 불법성을 수사한다며 출국금지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자기 사람을 심고자 하는 청와대의 의중을 살펴 임기보장을 이유로 버티는 공기업사장이나 연구원장의 비리 캐기 수사에 동원되기도 한다.

그러면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을 때는 어땠을까.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초기에 검찰개혁을 추진하고 검찰수사에 대한 정치적 외압을 막아낼 소신을 가진 인물을 법무부장관으로 발탁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인적 쇄신을 통한 과거와의 단절과 검찰개혁의 실천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검사출신도 아니고 검찰총장의 10여 년 후배기수인 40대의 젊은 여성 변호사가 법무부장관으로 취임했을 때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 일부의 우려와는 달리 강금실 장관의 눈치 보기 없는 소신 개혁행보가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받았다. 대형 정치적 사건에서 검찰이 정치권과 대통령을 의식하지 않고 소신껏 수사할 수 있었던 것은 검찰을 바로 세우기 위한 대통령의 의지와 법무부장관의 바람막이 역할이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두 시점을 비교해보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은 대통령과 정치권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통령이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에 대한 소신과 능력도 없는 인물을 법무부와 검찰의 수장으로 내세워 권력의지를 대변해야 할 때 검찰을 언제든지 불러들일 수족으로 삼는다면 정치적 독립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

준사법기관으로서의 검찰의 위상 말 뿐인가

검사는 국가조직상 행정부의 하나인 법무부에 속한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의 행정목적달성을 위한 합목적성의 원리가 지배하는 순수한 행정기관은 아니다. 검찰청법에 규정된 검사의 직무와 권한(검찰청법 제4조), 검사의 임명자격의 엄격한 제한 및 강력한 신분보장(제29조, 제37조), 단독제관청으로서의 검사(제4조), 검사의 정치적 중립유지의무(제4조 제2항) 등등은 검사를 행정기관으로 파악할 수 없게 하는 요소들이다.

검사의 직무와 권한은 사법권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형사절차에서 형사사법의 중추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더군다나 기소편의주의에 따라 기소유예를 포함한 불기소처분으로 형사사건을 종결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고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는 제한 없이 공소를 취소할 수 있어 더 이상 법관만이 (유·무죄 판결로) 사건을 종결시키는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광범위하게 법관에 앞서서 법관의 임무를 대신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결국 수많은 사건에서 법관의 판결에 의한 사건종결의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법관과 유사한 임무를 수행하는 권한을 갖는 검사에게는 법관과 마찬가지로 객관성, 공정성 및 진실과 정의의 원칙이 엄격하게 요구되어야 한다. 검사에게 사법부의 심리와 재판, 판결을 내리는 데 요구되는 것과 동일한 정도의 합법성과 객관성 유지의무를 지우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게 하여야 한다. 검사는 법관처럼 기판력이 인정되는 판결을 내릴 수는 없지만 그의 직무에 있어서는 국가의 권력의지가 아니라 법적 의지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즉 정치적으로 원하는 결과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법에 합치되는 결과를 찾아낸다는 점에서 법관과 동일하다. 따라서 법관과 동등한 정도의 독립성보장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검찰을 준사법기관이라 부르고 검찰 스스로도 준사법기관임을 자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준사법기관임을 자부할 정도로 독립적이었는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검찰권을 행사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99%의 일반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했다 하더라도 1%의 정치적 사건을 눈치 보기로 처리했다면 국민의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검사의 독립성 해치는 검사동일체원칙 폐지되어야

우리나라의 검찰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전국의 검사가 지휘복종의 통일적 조직체를 이루고 있다. 검사는 검사동일체 원칙으로 위계질서 하에 일사분란하게 결속되어 행동한다. 검찰은 행정부인 법무부에 소속되어 그 수장인 법무부장관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다. 수년간 검찰조직에 몸담고 있다보면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몸에 밸 것이다. 그래서 법무부장관이나 검찰총장, 검사장이나 부장검사의 지시에 감히 이의를 달 엄두를 내지 못한다. 지시의 부당함을 말하고 싶어도 상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명령의 부당함이 보여도 묵묵히 따를 뿐이다. 조직의 보스가 정치적이면 다들 정치적이 된다. 검사는 한 몸이니까. 

내각책임제인 일본에서는 국민의 신임에 신경을 쓸 것이지만, 대통령제의 우리나라에서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신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애당초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기대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검찰총장은 임기가 보장되어 있으니 대통령이나 정치권에 맞서볼 만한데도, 그런 일은 거의 없었다.

검사동일체원칙은 검찰권 행사에 있어서 전국적으로 균형을 이룬 공정한 검찰권의 행사와 통일된 수사망을 통한 수사의 효율성에 그 정당성의 근거를 갖고 있다. 검찰의 입장에서는 검사동일체원칙을 폐지하면 독립관청이자 강력한 권한을 부여받은 검사에 의한 자의적인 검찰권 남용을 방지할 수 없게 되고 형사사건처리의 지역적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또한 검사동일체원칙은 상사가 검사에게 부당한 지시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부적 단합과 통일을 기하여 외부의 부당한 압력에 대항하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으며 결재제도도 상사와 소속검사의 의견을 상호 조정하는 기능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검사의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와 검찰을 행정관료조직으로 얽어매는 검사동일체원칙은 서로 부합하지 않는다. 형사사건의 수사, 공소제기 및 유지, 형집행 등의 검사고유의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도 상명하복관계가 그대로 적용된다면 검사를 단독관청으로 인정한 규정(제4조)과 모순되어 검사의 고유한 업무의 처리가 상관의 의사에 종속될 염려가 있게 된다. 또한 정치권의 영향을 받는 법무부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창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만 인정되지만(제8조),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권은 검사동일체원칙에 의해서 구체적인 사건까지 미치게 되어 검찰권의 공정한 행사가 침해될 우려가 있게 된다.

따라서 검사 개개인이 독립된 하나의 관청이라는 점과 검찰의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고려하고 검찰의 민주화를 위해서도 지시나 종속관계를 내용으로 하는 검사동일체원칙은 폐지되어야 한다. 법무부장관의 검사에 대한 일반적 지휘·감독권은 권력분립의 원칙에 따른 국회의 국가형벌권행사에 대한 통제와 책임추궁이라는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권은 폐지하여 구체적 사건의 처리가 정치적 영향에 의하여 좌우되는 것을 차단하여야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상사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검사동일체 원칙도 2004년에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르며 적법하지 않거나 부당한 지휘감독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의 걸림돌이라 할 수 있는 검사동일체원칙이 조금 완화된 것이다.

공정한 인사와 추상 같은 감찰이 검찰을 살린다

검찰개혁을 위한 최우선과제는 무엇보다도 인사제도의 개선에 있다. 상사의 지시명령이나 정치적 영향 등은 결국 인사권자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인사제도와 인사 관행에 그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상사의 지시가 압력으로 느껴지고 정치권의 말 한 마디가 법과 양심과 소신에 따른 일 처리보다는 승진과 보직을 먼저 생각하게 하는 상하위계구조는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 객관적인 인사기준을 마련하고 공정성 및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상사나 인사권자를 쳐다보지 않고 소신껏 법과 양심에 따라 법에 정해진 절차를 지키면서 법을 적용하고 심판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검찰인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여야 한다. 검사의 임용, 승진 기타 인사에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법무부장관의 자문기관으로 검찰인사위원회를 두고 있다(제35조). 검찰사무의 최고 책임자로서 법무부장관이 검찰권 행사에 대한 최종적인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책임행정의 원칙상 인사권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취지이다. 이로써 법무부장관의 인사권과 검찰총장의 수사권간의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사의 인사에 법무부장관과 대통령만이 관여하는 구조에서는 검사인사의 정치적 고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법무부의 검찰인사위원회를 의결기구로 격상시키고, 검찰인사는 검찰총장의 추천에 의하여 검찰인사위원회에서 의결하여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검사를 임명하고 보직을 명하도록 하여 인사의 공정성, 객관성과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검찰이 되기 위해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 못지않게 검찰내부의 비리에 대한 자정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내부 감찰을 통한 자기통제는 부적법한 검찰권행사와 검사의 도덕적 해이를 외부적으로 노출하지 않고 검찰내부의 비공식적 통제과정에 둠으로써 감찰 본래의 기능을 수행했다고 보기 어렵다. 은폐와 왜곡, 제 식구 감싸기의 관행이 국민의 불신을 키워왔던 것이 그간의 관행이었다.

내부적 통제는 제 식구 감싸기의 유혹 때문에 공정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 외부적 통제는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자칫 외압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따라서 감찰권을 어디에 분배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법무부장관의 인사권행사에 국민이 참여하는 검찰인사위원회를 가동하듯이 감찰권행사에도 감찰대상인 검사 또는 검찰공무원이 아닌 제3자가 참여하는 감찰위원회가 구성되어야 한다. 감찰담당을 개방직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민이 참여하는 가운데 검찰업무에 대한 상시적인 감시와 통제가 투명하게 이루어지는 자정시스템을 마련한다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점차 회복될 것이다.

법무부의 탈검찰화, 검찰의 탈정치화

정부조직법 제30조 제1항에 의하면 법무부장관은 검찰, 행형, 인권옹호, 출입국관리 기타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그 중 검찰업무는 검찰청법에 따라 대검찰청에 속한다. 그러나 검찰청의 인사, 조직, 예산이 여전히 법무부의 관장사항이기 때문에 이로 인하여 정치적 지위를 갖는 법무부장관으로부터 검찰청 내지 검찰기능의 정치적 독립이 침해될 우려가 있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법무부의 주요 직책을 검사가 독점함으로써 검찰의 상위기관인 법무부가 검찰의 지배를 받는 결과를 낳고 있다. 양 기관의 기능중복으로 인한 업무효율성도 저해되고 있다. 국가 송무, 법령의 해석, 법 정책의 입안 등도 검사가 담당하고 그나마 순환 보직제에 의하여 자주 바뀌기 때문에 전문성도 떨어지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따라서 검찰청을 실질적으로 법무부로부터 독립된 외청으로 분리시켜 범죄수사 및 공소유지기능을 집중시키고 법무부는 법무정책, 인권옹호, 국가 송무, 교정, 보호, 출입국관리 등의 사무만을 관장하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법무부에는 국가변호사, 법무행정공무원, 개방직 임용 등으로 전문화하고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검사를 임용하며 법무부와 대검찰청간의 인사교류가 최소화되어야 한다. 특히 법무부는 검찰위주의 조직과 운영에서 탈피하여 양자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검찰부터 정치권력에서 벗어나길

검찰청법 제44조의 2항은 ‘검사는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비서실의 직위를 겸임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규정이 신설된 이래 한 번도 이 규정에 저촉되는 검사파견은 없었다. 문제는 검사출신이 청와대 비서실에 포진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직 검사가 아니어서 이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전직 검사가 민정수석비서관이나 사정비서관 등 청와대에 입성함으로써 정치권과의 끈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여전하고 이를 통해서 통치자는 정치적 영향력행사의 유혹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정치권 수사를 담당한 검사가 보은인사로 승진하고 청와대로 입성한다면 누가 정치권 비리에 사정의 칼날을 들이댈 수 있겠는가.     

국민 뜻 따르는 공복 되길

우리는 언제까지 정치권력에는 한없이 나약하고 힘없는 국민에게는 한없이 막강한 검찰을 지켜봐야 하는가. 5년 전 정치권력에 맞서던 검사의 기개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우리는 일관된 검찰을 보고 싶다. 5년 전처럼 대통령에게 대드는 검사들을 보고 싶다. 그런 검찰이라면 정치권이 눈치를 주더라도 꿈쩍하지 않을 것이며 정치에 기웃거리지 않고 옳다고 판단하는 바를 지켜나가라는 믿음을 줄 것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 슬로건이었던 ‘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고 국민이 원하는 바다.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이 법질서를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검찰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다. 검찰은 공정하고 투명한 법집행을 통한 법질서유지를 위하여 오로지 진실과 정의에 따라야 할 의무를 갖고, 권력을 감시하고 부패를 통제하는 기관이어야 한다. 검찰청법 제4조 2항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정치적 중립의무조항은 진열장의 장식품이 아니다. 아무리 검사임용 때 의사의 ‘히포크라테스 선서’처럼 선서를 한다 해도 검찰 스스로 의지를 다지지 않는다면,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치권이나 통치자가 달라지지 않으면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다.



2008/09/01 12:01 2008/09/01 12:01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Magazine/trackback/21063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