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_'방송장악 도구'가 된 검찰, 상상 이상으로 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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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1 20:05
‘방송장악 도구’가 된 검찰,
상상 이상으로 해주마
박진형 한국PD연합회 정책국장 ohangil@gmail.com
이명박 정권 아래서 검찰은 말 그대로 정치권력에 완전히 종속되고 말았다. ‘촛불’에 대한 수사, ‘인터넷’에 대한 수사 등 이명박 정권에게 비판적인 모든 사회세력에게 검찰은 ‘정권의 주구’로서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방송에 대해 검찰은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을 최전선에서 실행하는 전위대로 전락해버렸다.
표적강압수사에 의한 <PD수첩> 죽이기
방송을 대하는 검찰의 태도 가운데 권력에 대한 ‘종속성’이 가장 대표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는 바로 MBC <PD수첩>과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수사다.
<PD수첩>에 대한 검찰의 ‘표적수사’, ‘청부수사’는 ‘촛불’의 저항을 두고 이명박 정권이 ‘방송 탓’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검찰은 농림수산식품부가 <PD수첩>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자 무려 5명의 검사를 배치한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고강도 압박수사를 펼쳤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삼성특검이 특별검사 1명과 특검보 3명으로 구성되었던 것에 비춰보더라도 검찰의 <PD수첩> 수사는 상식을 넘어선 것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사회공익을 위해 이뤄진 방송사의 일개 시사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수사에 나선 것 자체가 부적절했음에도 ‘잘 걸렸다’는 식으로 마치 독기라도 품은 듯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우선 MBC 측에 대해 <PD수첩> 원본 영상물과 방송 대본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검찰의 원본 영상 제출 요구는 무엇보다 ‘취재원 보호’라는 언론의 기본 윤리조차 저버리라는 비상식적 처사라 할만 하다. 방송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원본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수많은 취재원들이 그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검찰 수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나면 누가 방송을 믿고 취재에 응할 수 있을까.
이뿐만 아니라 원본 제출은 수사의 목적에 비춰 봐도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농림부가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이상 해당 프로그램이 실제로 명예를 훼손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면 될 뿐 취재 자료까지 수사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MBC 측이 검찰의 요구에 응하지 않자 검찰은 <PD수첩> 제작진 소환통보를 내렸다. <PD수첩> 제작진이 소환에 불응하자 급기야 검찰은 제작진 강제구인 방침과 압수수색 가능성마저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그리고 검찰의 방침은 ‘엄포’로만 끝날 게 아니라 현실로 이뤄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실정이다.
한편 검찰은 7월 29일 <PD수첩> 측이 원본을 제출하지 않자 자신들이 직접 수사를 통해 ‘원본 재구성의 90%를 마쳤다’며 자료요청 기자회견 형식의 중간수사 발표를 한 바 있다. 이날 검찰은 무려 136쪽에 달하는 자료를 배포해 <PD수첩>이 왜곡·편파방송을 한 것처럼 몰아붙였다. 하지만 방대하기 이를 데 없는 검찰의 발표 자료는 대부분 농림부의 주장을 재탕한 것이거나 <PD수첩>을 흠집내온 조중동의 논리와 이른바 <PD수첩> 프리랜서 번역자라는 정 모 씨의 주장을 나열한 것에 불과했다.

<PD수첩> 억지 수사는 방송 길들이기 신호탄
<PD수첩>이 농림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했지만 검찰의 자료에는 과연 <PD수첩>이 누구의 명예를 훼손했고, 어떤 불법행위를 저질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검찰은 <PD수첩>이 ‘오역’을 했고 ‘편파방송’을 했다고 하지만 정작 <PD수첩>에게 물을 수 있는 ‘죄’가 무엇인지는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검찰은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영역과 편집영역에까지 간섭하려 들어 언론자유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검찰의 이 같은 <PD수첩>에 대한 표적강압수사는 일차적으로 ‘촛불’의 책임을 방송 탓으로 돌려 위기를 돌파하려는 데 있지만, 그보다는 ‘방송 길들이기’의 성격이 강하다 할 것이다.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를 지켜본 상당수의 방송사 PD들은 취재자유에 대한 위협을 느끼고 위축되고 있음을 토로한다. 즉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 경우 검찰의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위험을 떨칠 수 없게 되고, 이는 곧 자기검열과 방송사 내 사전검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정권에 비판적인 시사보도물이 방송되기 힘든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아울러 <PD수첩> 수사는 MBC 민영화 등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정책의 사전포석으로서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PD수첩> 수사를 통해 MBC에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시키게 되면 이후 MBC 민영화 등 방송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오게 될 정책들을 훨씬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KBS를 정권홍보방송화하려는 정 사장 수사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 또한 <PD수첩> 억지 수사 못지않다.
정 사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2005년 KBS가 국세청과의 법인세 반환 청구 소송에서 법원의 조정 권고를 받아들여 556억 원만을 돌려받고 소송을 포기함으로써, 최대 3,431억 원의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었음에도 소송을 취하해 KBS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소송의 두 당사자인 KBS와 국세청은 각각 국내 최고의 법무법인으로부터 조정안 수용이 합리적이라는 자문을 받았다. 이런 법률자문 결과는 KBS 이사회에 보고됐고, KBS 심의의결기구인 경영회의에서 승인됐다. 법원의 조정안 수용을 ‘합리적인 경영 판단’으로 얼마든지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만약 정 사장이 배임을 한 것이라면 결국 법원과 국세청, 법률자문을 한 법무법인은 배임방조죄를 저지른 것과 같다.
그럼에도 검찰이 정 사장을 수사한 것은 결국 정 사장을 쫓아내고 낙하산 사장을 앉힘으로써 KBS를 ‘정권홍보방송’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이명박 정권의 의도 때문이다. 검찰은 감사원과 함께 정 사장을 경영능력이 부족한 비리인사로 낙인 찍어 정 사장 반대 여론을 부추겼고, 이명박 정권은 정 사장을 해임으로 몰아붙였던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 사장 해임제청안을 받아들이자마자 검찰이 정 사장을 강제구인한 것은 검찰과 이명박 정권과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이처럼 검찰은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도구’로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검찰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상식으로는 도저히 예측할 수조차 없다. 이미 지난 몇 개월 동안 검찰이 보인 모습은 하나같이 ‘상상 그 이상’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상상 초월’에 대한 저항 역시 ‘상상초월’로 나타나리라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에 맞서 방송노동자들은 총파업까지도 벌일 태세다. 검찰까지 동원한 정권의 무리수가 방송독립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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